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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딘닷 May 05. 2020

옆나라 아이돌오디션에서 느낀 인생 레슨 그리고 국뽕4

중국판 프로듀스101에 울고 웃어버린 30대 아저씨의 감상문

30대 아저씨가 오빠 팬심으로 아이돌 오디션으로 보면 뭔가 막 분석하고 정리하고 싶어지는 걸 참을 수 없어 겨우 30년 넘게 산 주제에 인생에 대해 논해 보았다. 

 

첫번째 인생레슨은 환경적 요인, 즉 우리가 바꿀 수 없는 환경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에 적응하면서 극복해 나갈지에 대해 살펴보았다.

두 번째 인생레슨은 자아적 요인, 즉 인생의 난관을 이겨내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건 결국 나 자신을 보듬고 사랑해야 한다.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자존감'이라는 주제와도 맞닿아 있고, 오디션을 보며 이건 단순히 한국의 젊은이뿐만 아니라 중국 그리고 아마도 세계 모든 이가 공감하는 주제라고 생각한다. (BTS의 앨범 타이틀이 'Love yourself'였고 이에 세계 소녀팬들이 열렬히 공감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세 번째 인생레슨은 나를 중심으로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변화시키는 힘, 즉 커뮤니티적 요인에 대한 것이었다. 이번 글에서는 이 요인을 좀 더 확대해 오디션이 주는 '정치적 함의(라고 하니 엄청 뭔가 있어보이지만ㅎ)'에 대해 끄적여 보고 싶다.


오디션도 곧 정치이다.


지위, 순위가 생기면 곧 그 자리(권력)를 얻고자 하는 이들 간의 투쟁이 생긴다.

그것이 살육과 같은 끔찍한 결과로 이어지는 전쟁이 될 수도, 스포츠나 오디션 같이 건전한 경쟁이 될 수도 있다.


여튼 중요한 건 소수의 심사위원만이 아닌 다수의 시청자 투표로 이루어지는 <프로듀스101>이나 <청춘유니>같은 최근 오디션의 경우에는 더더욱 '정치적' 측면이 간과되어서는 안된다.


잊지 말자. 우리는 여기서 '예술가 artist'를 뽑으려는 게 아니다. 

즉 전문가가 보기에 가장 아름답고 완벽한 퍼포머를 뽑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전문가가 보기엔 어설퍼 보여도 대중들이 보기에 가장 사랑스럽고 공감 가는 사람이 우두머리로 추대(?)된다. 

당연히 실력도 출중하고 인간적인 매력도 넘치면 이건 뭐 만장일치로 top이 되겠지만 세상엔 다양한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고 그것이 항상 일치하지도 않는다.

슈퍼스타K가 오디션 프로그램으로서 대대적인 인기를 끈 것도 

- 그 누구도 지원할 수 있다.

- 평가를 심사위원만이 아닌 시청자가 할 수 있다. 즉 내가 스타를 만들 수 있다.

는 인간의 '정치적' 측면을 잘 활용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정치는 머리가 아닌 마음의 영역이다.


이 불일치에서 대부분의 소위 '엘리트들'과 일반 대중과의 간극이 벌어진다. '대중'의 눈으로 세상을 보지 않고 저 고고한 위치에서 고상하게 세상을 보기 때문에 공감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걸 스타트업 관점에서 풀어낸 재밌는 글은 아래를 참고)

https://brunch.co.kr/@isanghan/4


여튼, 쉬운 예로 대통령을 보자.

세계 어디를 봐도 가장 '유능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 게 절대 아니다.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이 사람들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능하고 똑똑해서 대통령이 되었을까?

꼭 우리나라가 아녀도 좋다.

클린턴, 조지부시, 오바마, 트럼프... (지미 카터 등 더 옛날 분들까지 가지도 않겠다)

APEC과 OPEC을 혼동하는 등 재임기간동안 인간적인(?)모습을 많이 보여줬던 부시 대통령


좀 더 쉽게 가보자. 삼국지의 유비가 어디 유능한 인물인가? 그는 지력이나 무력이 아닌 덕력(?)으로 유명해진 분이 아니던가.


비록 자신이 실력적으로 '짱'이 아니더라도 대중의 지지를 받아 그렇게 바꿔보자는 의지가 가장 강한 사람, 그래서 다수의 공감과 지지를 얻은 사람이 곧 한 국가(커뮤니티)의 우두머리가 된다. (적어도 민주주의에서는 말이다.)


물론 정치에서도 머리를 잘 굴려 전략적으로 행동해야 하긴 한다. 하지만 정략적으로 행동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결국은 나를 마음으로부터 지지하는 추종자들을 많이 두는 사람이 이기게 마련이다.



주책바가지 '유슈신'은 왜 1위일까


다시 <청춘유니>로 돌아와보자.

1차, 2차 평가까지 줄곧 부동의 1위를 지켜온 '유슈신'의 춤과 노래 실력은 솔직히 특출나다고 보기 어렵다. 

원래 그녀는 아이돌보다는 연기자로 활동했던 모양인데 이 오디션에 참가하기 위해 약 1달간 연습한 게 전부라고 한다.

초기 주제곡 단체 무대에서도 그녀는 실력 위주로 뽑힌 상위 9명이 오르는 제일 윗무대가 아닌 중간 어딘가에서 one of them으로 춤을 췄으니 말이다. 

그 이후 평가 무대에서도 센터 자리도 아니었고 실력에서는 딱히 돋보인다고 보기 어려운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던 그녀지만

가장 오른쪽이 유슈신

팬들 투표가 들어가기 시작하면 그녀는 대부분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아왔었다. 

5/2 방송분을 기준으로 top9에 뽑힌 사람들은 그래도 다들 아이돌급에 걸맞는 수준을 갖춘 멤버들인데 그 중에서도 9위 진즈한과 1위 유슈신이 좀 떨어지는 편이다. 9위야 순위가 가장 낮으니 그렇다치고 실력이 달리는 참가자가 왜 1위가 되었을까?


그건 결국 이 참가자의 춤/노래 실력 외 매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4차원 캐릭터인데 엉뚱 긍정 매력을 발산한다. 공주병끼가 다분한데 왠지 밉지 않다. '척'하는 게 아니라 그냥 성격 자체가 그렇다는 걸 온몸으로 보여준다.

그야말로 러블리한 캐릭인 것이다. 예쁜 척만 했다면 미움을 샀을 수도 있는데 아래에서도 보듯 그냥 자신의 감정을 온몸으로 표현한다. 대중의 시선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그만큼 당당하지만 소탈하다.


보고 있으면 스트레스가 풀리고 즐거워진다.

우리가 대중스타, 연예인에게 바라는 게 이것 외에 또 있으랴?

각약각색의 표정을 지어내는 그녀는 짤 대량생산의 좋은 소재이다.

그녀 뒤로 실력이 출중한 참가자들이 늘어서 있지만 그녀를 시기/질투하기 보단 

팬들이 보는 것처럼 그녀를 받아들이고 인정한다. 정말 미워하기 어려운 캐릭임에는 분명하다.


나도 나이가 꽤나 들어 더욱 더 알게 되는 사실이지만,

왜 '사람'이 중요한지 알게 된다.


아무리 지지고 볶고 노력해서 실력을 쌓아서 돈을 벌고 더 높은 지위까지 갈 수 있겠지만 

결국 이건 무엇을 위한 것인지 생각해보면 남들에게 인정 받고 공감 받고 싶은 욕구가 뒤에 있다. 


대중에게 인정 받으려면 실력도 중요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끼게 되었다. 


사람의 마음은 어떻게 움직이느냐


돈, 명예, 실력으로 어느 정도 움직이게 할 수 있다.

돈으로 사람을 움직이는 건 말할 것도 없고 소위 꼰대처럼 지위로 사람을 찍어 누를 수도 있다.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을 보며 따르게 되는 것은 조금 더 진일보하게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방법일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진정성'이다.

이 진정성은 어디서 나오느냐? 

바로 그 사람의 스토리와 행동에서 나온다.


후반부에도 상위권을 유지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특징은 그런 스토리적인 면모가 강했다.

1위 유슈신의 매력은 이미 얘기했고, 전편에서도 주목했던 2위 류유신의 힘들었던 과거에도 불구하고 소탈한 모습으로 팀원을 이끌어 주는 모습(그래서 6위에서 단번에 2위까지 올라올 수 있었다고 생각), 3위 유옌, 4위 셰커인, 5위 쟈오샤오탕도 겉은 차가우면서도 소소하게 팀원들을 챙기는 모습들이 시청자들에게 어필한 것이 아닐까. 무대 뒷편의 스토리와 그녀들의 행동이 공감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uadxPtIzFpU

그녀의 진심을 꾹꾹 담은 스피치는 정말 감동적이었다. (이런 모습들이 시청자들에게도 전달되어 그녀의 순위는 꾸준하게 오른다.)

류유신은 주제곡 단체 무대에서도 고민 끝에 미니스커트가 아닌 바지를 입고 춤을 춘다. 

그게 자신의 진정한 모습이기 때문에...

https://www.youtube.com/watch?v=JNT2L-TArOQ

KUN 프로듀서가 있는 그대로의 그녀의 모습을 응원하는 모습은 정말 멋졌다. 


반면, 실력이 출중하면서도 그런 모습들이 조금 아쉬운 사람들이 6위~9위의 참가자들.

모두 춤 실력과 외모도 출중한데 순위가 자꾸 떨어지는데 무대위의 멋진 모습 뒤로 진솔하고 소탈한 모습들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악마의 편집 때문일 수도?!) 특히 7위 쉬쟈치와 8위 공설아가 그런 면이 부족해서 아쉽다.


우리가 정치인을 지지하게 되는 데에도 매번 연단 위에서 멋지게 연설하는 모습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들이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그들과 소통하며 보여주는 소탈하고 진솔된 모습이 그 사람뿐만 아니라 정책에도 공감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그리고 그 진정성을 잃는 순간 대중은 차갑게 등을 돌린다.


진정성이란 말그대로 억지로 연기해서 나올 수 있는 게 아니다. 

지어내더라도 오래 가지 못한다. 수더분하고 무뚝뚝하게 보이는 류유신, 유옌도 공감을 얻는 건 그것이 그들의 진정한 모습이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도 나 자신은 얼마나 진정한 하루를 살고 있나 다시 한번 돌이켜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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