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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딘닷 Jan 23. 2016

[문화] 안녕하세요. 정대만입니다.

대만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안녕하세요. 정대만입니다! 

라고 해서 슬램덩크의 이 분을 생각했다면 먼저 사과 말씀.

영감님, 아임 쏘리

내가 소개하려고 하는 사람 아닌 대상은 바로 우리나라에겐 '대만'이란 이름으로 친숙한 '타이완'이다. 근데 내가 대만의 '정'으로 정한 데에도 다 이유가 있다! (이유는 뒤에서~)


어느덧 대만에 온지도 1년이 다 되어가는데 게으름을 핑계로 블로깅을 미루고 있던 중.

외국인으로서의 외로운 생활이 피크를 치달으면서 드디어 성찰의 타이밍을 블로그와 함께 갖기로!

그러나 외부와의 공유가 없었을 뿐, 이미 내 머릿속, 그리고 외장하드의 데이터베이스는 블로그에 데뷔하기 위해 지금 안달이 난 상태 ㅎㅎ


자, 그럼 시작해 보겠다. 나의 타이완 스토리.

평화로운 도시, 타이페이. 그러나 사진에 속지 말자 ㅎㅎ


1. 역사

블로그를 지루하게 역사 수업으로 도배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뿌리에 대해 살짝 짚고 가는 게 예의라고 생각!


台灣, 한국발음으로 읽으면 '대만', 현지 중국 발음으로 읽으면 '타이완'

어원에는 몇몇 의견이 있지만 대만 섬 남부 타이난 지역에 살고 있던 원주민 부락의 이름이 '타이완'과 유사한 발음이었던 데에서 유래되었다는 설과 최근 제기된 설로는 1626년 당시 포르투갈, 스페인 사람들이 그린 지도 상에 'Tayouan'이라는 발음을 유사한 중국 발음의 한자로 옮기는 과정에서 '타이완'이 되었다는 설.


먼 먼 옛날, 대만이라는 섬에는 무릇 그렇듯 원주민들이 살고 있었다.

대만에도 여러 원주민들이 있지만 대략 이런 느낌이라 보시면 되겠다.

평화로웠던 이 섬에, 원나라 - 포르투갈 - 네덜란드 - 스페인 -네덜란드 - 청 - 일제 - 국민당이라는 많은 '외지인'들을 거쳐 현재에 이른다. (좀 더 궁금하다면 여기)


특히 네덜란드인들을 몰아내고 첫 한족 정권을 수립한 사람이 '정성공'이란 인물이어서 대만에 '정'씨란 성을 붙여보았다.

중국 샤먼에 세워진 정성공 장군 동상


그런데 이 식민역사의 대부분도 16세기 이후에 벌어진 일들이다 보니 오랜 기간 정교하게 만들어진 문화가 있다라기보단 대부분 여러 지방에서 온 것들이 혼재하고 있다고 보는 편이 맞을 듯 하다.

사실 동양인 모습을 하고 있다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좀 더 깊게 들여다 보면 대만은 많은 민족과 문화가 섞이니 멜팅팟과 같은 섬이다.

동남아스럽고 일본스러우면서도 중국문화를 가진 이들이 사는 곳이 바로 대만


2. 사람

복잡한 역사의 산물이 바로 복잡한 인구 구성이다. 대만은 크게 다섯 가지 사람들로 구분된다고 한다.

1) 원주민: 말 그대로 원래 대만 섬에 살고 있던 원주민들

2) 본성인: 중국 대륙 본토에서 건너와 대만 섬에 정착하게 된 중국인들

3) 객가인: 중국의 유태인이라고 불리는 사람들로 북쪽에서 남하하여 푸젠(복건), 광둥(광동) 및 대만에 정착한 이들로 대만에서는 다소 소수파

4) 외성인: 국공내전 이후 장개석이 이끌고 들어온 국민당 군인들과 그 가족들

5) 신주민: 근래 우리나라에서도 농촌을 중심으로 동남아 여성들 및 해외노동자들의 이민이 증가하고 있는데, 대만도 사정이 비슷하여 농촌 남성들의 신부감으로 베트남 등 동남아 여성들이 들어오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를 포함한 다문화 가정


그래서 대만인들에게 출신을 물어보면 아빠는 중국 본토 북부 사람, 엄마는 남부 사람, 또는 할머니는 일본인, 할아버지는 국공내전 이후 건너온 외성인이라느니 아니면 본성인이라느니 등 반응이 다 제각각이다.

2016.1월 총통 선거에서 당선된 차이잉원 차기 총통이 바로 객가인 출신

3. 언어

1) 사투리가 사투리가 아님

한국에 사투리가 있는 것처럼 여기도 일종의 사투리가 있다고 보면 된다.

재밌는 건 한국의 경상도만한 이 나라의 사투리들은 차이가 많이 커서 우리가 흔히 중국어라고 하는 북경어에 대한 지식만으로는 도저히 알아들을 수가 없다. 마치 제주도 방언처럼...


MRT를 타면 1) 중국어 (中文,Mandarin Chinese), 2) 대만어 또는 민남어 (閩南語,台語,Taiwanese), 3) 객가어 (客家話,Hakka), 4) 영어 (English) 이렇게 네 가지 언어로 된 안내를 들을 수 있다.


대만어는 주로 타이페이 같은 도회지보다는 남부지방이나 시골에서, 젊은 층보다는 나이 드신 분들 사이에서 많이 쓰인다. 특히 타이페이 젊은 층은 마치 이민2세들처럼 알아 듣긴 하지만 유창하게 말하지는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만과 가까운 본토가 지역이 푸젠(복건)성인데 '민남'으로도 불리는 이 곳에서 쓰는 사투리. 예를 들면 '고맙습니다'인 쎼쎼謝謝가 대만어로는 또쌰多謝로 발음된다.

객가어는 객가인들이 쓰는 말인데 발음이 한국어와 많이 유사하다. 중산국중(중산 중학교) 발음이 중국어로는 쭝샨궈쭝 이라면 객가어로는 쭝샨꿱쭝 으로 들린다. 뭐 거기서 거기이긴 한데 한국어의 '받침' 개념이 도입되어 일견 광둥어랑도 좀 비스무리하게 들린다.


2) 대륙의 중국어와 대만의 중국어

한 가지 재밌는 건, 같은 중국어라고 하더라도 대륙에서 쓰는 중국어와 대만에서 쓰는 중국어의 차이.


대륙(특히 북부)은 兒(er)발음이 강해서 얘기 듣다보면 혀를 대체 언제 펼까. 태생적으로 혀가 말려 있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면, 대만은 그런 발음을 안 한다. (여담이지만 대만애들한테 한국사람이 '우루루~까꿍' 할 때처럼 혀를 ㄹㄹㄹㄹㄹㄹ 굴려보라면 트르트르트르 이러면서 못 굴린다.)


대신 뒤에 접미사를 많이 넣어 귀요미 폭발이랄까 ㅎㅎㅎ

뭐 이런 식.

啊~(뚜이아~)

謝謝喔~(쎼쎼오~)

不是啦~(부씨으라~)

쯔위 같은 애가 이렇게 말하면 난리남

사실 이 접미사들은 없어도 되는데 우리나라 말로 치면 '하지마앙' '왜그래용'의 이응 발음 같은 느낌이다. 

이게 귀여운 여자가 간드러지게 하면 사람 돌게 만드는 애교인지라 강력하긴 한데... 구사하는 사람에 따라 은근 짜증을 부르기도 한다. ㅎㅎㅎ

종종 대륙 영화에선 대만인들의 이런 귀요미 발음을 기집애 같다고 놀리기도 한다.


또 한 가지는 같은 한국어라도 북한에서 쓰는 한국어와 남한에서 쓰는 용어가 다르듯, 중국과 대만의 중국어도 그러한데, 일례로 중국어를 대륙에선 주로 漢語 내지는 普通話,대만에선 中文 내지는 國語라고 한다. 글자도 대륙은 간체자(한국에서 중국어 시간에 주로 배우는 글자로 전통 한자를 간단하게 바꾼 형태), 대만은 번체자(한국에서 한자 시간에 배우는 획이 많고 더 복잡한 전통 한자)를 쓴다.


이게 또 얘기 시작하면 한 바가지 나오는 주제인데 (대만애들한테 왜 실용적인 간체자 안 쓰냐고 하면 핏대 서며 안된다고 한다 ㅎㅎ) 언어에 대해서는 다음에 따로 논하기로 하고 자 다음~ (헉헉)

대만애들은 간체자 '사랑 애'자엔 '마음'이 없다는 이유를 들며 한자의 간체화에 반대한다ㅎㅎ

4. 음식

"대만 음식 맛있는 게 뭐 있어"라고 물으면 아마 제대로 대답하는 사람이 거의 없거나,

우육면, 펑리수(파인애플 케익), 샤오롱빠오 등 하나의 장르로 분류되기는 어딘가 좀 포스가 약한 것들을 늘어놓는 정도..


그럼 대만의 전통 음식이 뭐야? 라고 물으면 대만 현지인마저 고개를 갸우뚱 거린다.

위에서 훑어본 역사처럼 비교적 다양한 문화가 들어와 짧은 시간 지내다보니 더욱 그럴 수 밖에.., 특히 비교적 오랜 시간 한 곳에 터잡고 나름의 독특한 식문화를 만들어온 한국(또는 일본)과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도 있겠다. 


그래도 당연히 특징은 있다.

1) 아침 식사 / 도시락 문화가 발달해 있다.

아침에 대만 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식당이 유난히 많이 연 것을 볼 수 있는데 사람들도 바글바글하다. 


주로 파는 메뉴는 계란부침개 딴삥, 기름에 튀긴 꽈베기 요우티아오, 무로 만든 떡 로보까오, 그 외 각종 만두와 빵..

그리고 빠뜨릴 수 없는 게 우리나라로 따지면 두유 비스무리한 또우짱!

근데 정작 우유는 아니고 콩물 같은 거라고 보면 된다. 

흔한 대만 아침 식사. 가운데가 또우짱이고 길다란 게 요우티아오

사람들이 아침을 잘 챙기는 이유를 나름 생각해보면

- 대부분의 메뉴가 금방 만들어 진다 (일종의 대만 패스트푸드)

- 오토바이를 애용하다보니 픽업이 쉽다

- 가격이 매우 싸다 (레알...)


상황이 위와 같다보니 도시락 문화도 매우 발달해 있다.


2) 일본 음식이 매우 맛있다.

한국도 그렇지만 대만도 일제 영향을 받은 데다 이곳은 친일본성향이 한국보다 강해 아직도 여기저기 일본의 영향을 받은 흔적들을 볼 수 있다.


타이페이의 中山이란 곳에 가면 일식집 및 이자카야를 많이 볼 수 있는데 맛이 일본 현지에서 먹는 것 뺨 칠 정도다. (근데 가격은 비싼 편이다.ㅠ)

한국은 뭐랄까 묘하게 현지화된 요리여서 일식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뭔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맛이라면 여긴 일본 요리를 완벽하게 소화해서 내놓는다고 할까? 

(대만 한국요리의 경우엔 약간 또 케이스가 다르긴 하다.)


3) 식당이 일찍 문을 닫는다.

아침 식사를 제공하는 식당은 아침 식사 시간이 끝나는 9~10시 즈음이면 그냥 아예 가게 문을 닫는다. 점심엔 메뉴를 바꿔 다른 걸 파는 게 아니라 그냥 영업 끝인 곳도 있다.


특히 대만의 식당가는 10시 전에 문을 닫기 때문에 늦은 저녁을 먹으려면 비교적 늦게까지 문을 여는 이자카야나 야시장을 많이 가게 된다. 


한국인은 일단 회식하거나 저녁 먹으면 술을 까는 게 한국인의 정서인지라 12시도 안 됐는데 식당 문이 닫히면 그냥 장사하기 싫다는 느낌인데 말이다. ㅎㅎㅎ


4) 야시장 문화가 발달해 있다.

(건물에 들어가 있는) 가게들이 일찍 문을 닫기 때문에 야식이 먹고 싶은 야시장으로~!

여기 가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여러 음식들을 먹어 볼 수 있어 관광객들에게도 각광을 받고 있다. 

지룽에 있는 먀오커우(廟口) 야시장


5) 프랜차이즈가 적은 편이다.

물론 한국에 비해서 그렇다는 얘기다. 김밥천국, 피자헛, 롯데리아, VIPS... 한국이 체인점 천지라면 여긴 비교적 작은 부티크 같은 샵들이 많다.


특히 분위기 좋은 까페들이 많다. 

사실 프랜차이즈 체인점은 어느 정도 맛이 보장되어 있고 편리하게 여러 곳에서 음식을 즐길 수 있지만 반대로 맛이 획일화되어 있기 때문에 금방 식상해질 수 있다. 핫플레이스가 됐었던 연남동, 가로수길, 경리단길 등도 프랜차이즈가 아니라 딱 그곳에서만 맛 볼 수 있는 음식과 그 샵만의 분위기가 있었기 때문이듯, 대만은 그 샵만의 고유한 분위기가 한국보단 강하다. 


뭔가 남들이 다 가보는 데가 아니라 나만의 개성 있는 아지트같은..내공 있는 사람들이 찾아내는 그런 공간들...

비 오는 날 이런 이름 모를 까페에 들어가 감미로운 대만 노래 듣는 느낌?

5. 마무리

사실 깊이 들어가면 한도 끝도 없겠지만 자세한 사항들은 각각의 맛집 포스팅을 하면서 좀 더 자세히 소개하는 걸로 하고 이쯤에서 마무리~!

궁금한 점이나 다음 주제로 다뤘으면 하는 게 있다면, 댓글 환영!


#대만 #타이완 #대만문화 #대만소개 #대만어 #대만음식


*사진출처: Google 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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