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2년 연속 제 생일 선물을 챙겨 줄 줄이야...
참 묵히고 묵혀 놨던 포스팅을 지금에서야 하네요.
때는 바야흐로(?) 9월말. 대만 태풍 피크 시즌입니다.
작년 제 생일에 태풍이 대만 전역을 강타하여 한 발짝도 밖에 나가지 못했었는데 올해에도 강력한 태풍이 몰려오고 있단 소식이...!ㅠㅠ
보통 태풍의 규모가 크면 언론에서 며칠 전부터 태풍의 이동 경로와 강도를 계속해서 점검합니다.
이번 '메기'가 그런 놈이었는데요 ㅠ
전 날 퇴근 길, 회사 건물도 미리미리 태풍 준비 태세에 들어가면서 폭풍 전야를 실감케 해주네요.
태풍이 공포스럽기도 하지만 다음 날 태풍휴일이라는 부산물을 낳기도 합니다.
태풍휴일은 일반적으로 전날 저녁 8시쯤 각 지방 정부별로 공표합니다.
내일 전일을 쉴지 반일만 쉴지 아니면 정상 출근/등교할지를...
예전에 미국에서 학교 다닐 때 폭설로 학교 쉬던 snow day를 떠올리게 하네요.
출근 금지령이 떨어지면 애들 마냥 환호를 외치고 바로 편의점으로 달려가 잔뜩 음식을 사 가지고 옵니다.
저도 퇴근 길에 스산해지기 시작하는 거리 분위기를 읽고 바로 맥도날드로 달려가보니, 아니나 다를까 사람들이 장사진을 ㅠ
편의점 상황도 마찬가지였는데요.
가면 샌드위치, 샐러드, 삼각 김밥 등의 진열대는 텅텅...ㅠ
가자마자 티비를 켜보니 무시무시하게 대만섬을 향해 접근하고 있는 태풍이 보입니다 ㄷㄷㄷ
역시나 저녁 8시가 되니 각 지방 정부들이 속속 다음 날 태풍 휴일 여부를 발표합니다.
이런 식으로 티비뉴스에서 업데이트를 해줍니다.
전 한 바구니 사온 비상식량(?)을 두고 미드를 켭니다...
태풍을 맞이하기 전 경건하게 말이죠 ㅎㅎㅎ
그렇게 다음 날은 태풍의 영향으로 하루 종일 비가 왔습니다. 집 밖으로 한 발자국도 못 나갔네요;; 잘못 나갔다는 어디서 무엇이 날아올지 모르니...
비바람도 거세서 중간중간 유리창은 깨지지 않을까 걱정도 되었구요 ㅠㅠ
다음 날이 끝날 때까지도 태풍이 완전히 대만섬에서 벗어나지 않아 심지어 이틀 연속 태풍휴일이...!!
출근 안 하는 건 희소식입니다만서도... 다음 날은 바로 제 생일;; 작년에 이어 올해도 생일날 태풍휴일을 맞고야 마네요...
이런 우연이랄까... 대만에서의 생일은 모두 하늘에서 태풍을 선물로 주시나 봅니다; 덕분에 자기 성찰을 하며 경건하고 조용한 생일 보내봅니다 ㅎㅎㅎ
한 가지 재밌는 건, 국내외 매체를 통해 보도되면서 화제가 된 바로 이 아주머니...
태풍으로 우산까지 뒤집히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사수하고 먹는 저 고기만두;;
얼마나 배고팠으면 @@
심지어 대만 언론은 이걸 가지고 한 10분 특집으로 뉴스를 떼린다는... 저 아주머니는 누구며 저 고기만두는 누가 어디서 사준 것까지 파헤치고 있네요;; (정말 보도할 게 그렇게 없는 건지...ㅎㅎㅎ)
우연히도 제 생일이 공자의 생일과 겹쳐서 두 번째 태풍휴일날은 공자묘로 가서 공자 아저씨께 인사나 드리러 가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