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 확신이 없다. 그래도 멈추고 싶지는 않다.

by RAMI

나는 아직 확신이 없다. 그래도 멈추고 싶지는 않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또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지금 이 길이 맞는지, 더 나은 선택이 있는지, 아니면 그냥 익숙해서 붙들고 있는 것인지도 잘 모르겠다. 마치 주식을 처음 하는 개미가 주식창을 바라보며, 지금이 매수, 매도 타이밍인지 막막한 것처럼 앞 날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뒤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이미 여기까지 난 힘겹게 걸어왔고, 그 시간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나는 늘 준비는 잘한다. 생각을 충분히 하고, 경우의 수는 계산하고, 실패했을 때의 시나리오도 미리 써본다. 그래서 머릿속에는 언제나 몇 개의 기획이 돌아가고 있다. 하지만 실행 앞에서는 한 박자 멈춘다. 조금 더 준비가 되면, 지금은 때가 아니라는 말을 하면 내가 나를 붙잡는다.

주변에서는 내가 겁이 없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아니다. 나는 겁이 많은 사람이다. 계산이 많다 보니 겁도 많다. 그래서 더 망설인다. 실패가 두려운 것이 아니라, 지금의 균형이 깨질까 봐 조심한다. 확신이 생기면 움직이겠다고 스스로를 설득하지만, 확신은 생각보다 쉽게 오지 않는다.


나는 왜 이렇게 확신을 요구하는 걸까? 남들에게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서 인가? 아니면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싶지 않아서일까. 망설임은 능력 부족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잃을 것이 생긴 사람에게서 찾아오는 것 같다. 나는 이미 성장하고 있고, 지금의 자리도 완전히 잘못된 방향은 아니다. 그래서 더 조심스럽다. 확신이 생기면 움직이겠다고 스스로를 선택하지만 어쩌면 움직인 뒤에야 확신이 생기는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 자신이 답답하기도 하다.

확신은 생각처럼 완성된 형태로 찾아오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다. 그러나 나는 늘 모든 조건이 정리되고, 리스크가 계산되고, 이 길이 맞다는 근거가 충분히 쌓인 뒤에야 움직일 수 있는 것처럼 이유를 만들고 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내가 지금까지 해온 일들 중 처음부터 확신이 있었던 일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은 어쩌다 보니 시작했고, 시작하고 나서야 방향을 수정했고, 흔들리면서 균형을 잡았다. 내가 지금 회사에서 진행하고 있는 모든 프로젝트들이 그러하다.

나는 이렇듯 확신을 가져야 움직일 수 있다는 핑계를 말하면서도, 그 핑계가 나에게 안정을 주고 있다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그러나 망설임은 결국 나의 걸음을 느리게 할 것이고, 결국은 멈추게 할 수도 있다. 나는 이것이 가장 두렵다. 멈추게 된다면 안정으로 보이겠지만, 속으로는 서서히 나를 갉아먹게 될 것이다. 나는 도전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도전을 계속 미루는 사람이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상태에 익숙해질까 봐 두렵다.


나는 겁이 없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다. 그건 내 성향이 아니다. 겁을 먹을 줄 알아야 계산하고, 경우의 수를 따져볼 수 있다. 그리고 막무가내로 뛰어들지 않는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망설임이 내게는 좋은 성향 중 하나이기도 하다. 다만, 이번에는 망설임이 멈춤의 이유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큰 도전을 당장 하지 않아도 좋다. 하지만 아주 작은 실행 하나쯤은 지금의 나에게 허락해도 되지 않을까. 미래가 또렷하게 보이지 않아도 나는 완전히 멈춘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다. 확신은 아직 없더라도 조금은 움직이는 쪽을 선택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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