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무너지는 순간, 나를 지켜준 단 하나
"바다 보러 가고 싶어."
서른이 되었을 즈음부터 습관처럼 하던 말이었다. 힘들었던 20대 초중반을 지나 20대 후반을 마냥 즐기다 보니, 어느새 서른이 되어 있었다. '서른'이라는 나이는 유독 크게 다가왔고, 아무것도 이룬 것 없이 서른이 되었다는 사실이 스스로 한심하게 느껴졌다.
집에 있어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답답함과 불안함이 늘 마음 한편에 가득했고, 안정을 찾는 방법을 몰랐다.
그래서 자꾸 바다를 찾았다. 바다를 보고 있으면 모든 걱정을 바다에 흘려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비록 돌아설 때는 다시 그 걱정들을 끌어안고 왔지만, 그 순간만큼은 바다에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 마음 때문일까.
한동안은 제주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직장을 옮길 용기가 있었다면, 정말 그렇게 했을지도 모르겠다.
바다로 둘러싸인 섬, 제주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바다를 보러 갈 수 있는 그곳에서 살고 싶었다. 한 달만이라도. 그때 나는 지쳐 있었다.
직장을 다니며 공부하는 것도 힘들었고, '왜 나는 이렇게까지 힘들게 살아야 하나' 하는 원망이 가득했고, '결혼은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세상이 날 외면하는 것만 같던 때였다. 그때는, 정말 그랬다.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마음의 안정을 되찾았다. 어렸을 때보다도 더 밝아졌을 정도로.
힘들었던 공부는 내 길이 아님을 인정하고 놓았고, 세상을 원망하기보다는 그 속에서 감사한 점들을 하나씩 찾아냈다. 그러면서 점차 내 인생을 즐기게 되었다. 그러다 가끔, 삶에 지칠 때면 여전히 바다를 찾았다.
다행히 나는 바다 가까운 인천에 살고 있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바다를 볼 수 있다. 서해 바다는 제주도의 푸른빛과는 많이 다르지만, 그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다. 지금은 제주도에서 살고 싶은 마음은 없다. 가끔 여행을 가고 싶은 마음은 들지만, 이제는 내가 사는 이곳이 가장 좋다. 마음이 안정되었기 때문이겠지?
그래도 가끔,
삶이 지치고 마음이 힘들어질 때면 나는 또 바다를 보러 갈 것이다.
바다에 나의 힘든 모든 것들을 조용히 흘려보내고 돌아올 것이다.
그렇게 나는, 나 스스로 위로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