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나를 지키고 싶었어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멋지고 괜찮은 사람'으로 보이길 바란다. 반면에 '약한 모습'은 왠지 모르게 감추고 싶어 한다. 왜 그럴까? 말 그대로 약해 보이고 싶지 않기 때문일까?
나는 어렸을 때부터 약한 사람보다 센 사람이고 싶었다. 동네의 언니 오빠들이 친구나 동생을 괴롭히면 "왜 내 친구(동생)를 괴롭히냐"며 맞서 싸웠다. 하지만 나보다 센 언니 오빠들을 이길 수는 없었다. 그런 나를 볼 때마다 우리 언니는 "내 동생 괴롭히지 말라"며 여기저기 혼내 주러 다니기 바빴다.
그런데 웃기게도, 친구나 동생이 나를 괴롭히면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당하기만 했다. 엄마랑 언니는 그런 나를 보며 꽤 답답했던 모양이다. 어느 날 나에게 물었다.
"왜 자꾸 바보처럼 친구랑 동생들한테는 당하고 오는 거야? 언니 오빠들한테는 그렇게 잘 덤비면서."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나보다 약한 친구랑 동생한테 어떻게 뭐라고 해."
초등학교 다닐 때도 그랬다. 남자아이들이 여자 아이들을 놀리고 괴롭히면 내가 무슨 잔다르크 마냥 나서서 혼내주었다. 한 번은 어떤 남자아이가 화가 났는지 내 정강이를 발로 찬 적이 있었다. 나는 몹시 아팠다. 정강이를 맞았으니 얼마나 아팠겠는가. 하지만 꾹 참고 아무렇지 않은 척, 아픈 티를 내지 않았다. 자신을 위해 말해주다 맞은 나를 보고 친구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나를 때린 그 남자아이에게 약해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 이후로 그 남자아이는 나와 내 친구를 건드리지 않았다.
이런 나는 그대로 성장해 여전히 센 사람들에게는 당당하게 맞서는 사람이 되었다. 그 때문에 사회생활이 쉽지는 않았다.
부당함에는 부당하다고 맞서며, 할 말을 다 해왔기 때문이다. 어떤 상사는 나를 '센 사람'이라고 소문을 내기도 했다. 처음엔 기분이 나빴지만, 생각해 보니 방패가 되어준 꽤 유용한 소문이었다. 그 소문 덕분에 사람들은 나를 조심스러워했다. 하지만 나를 겪어보면 '부당함을 말하는 사람'이란 것을 알게 되었고, 나를 더 괜찮은 사람으로 봐주었다.
어렸을 때 센 사람으로 보이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약해 보이고 싶지 않아서였다. 그건, 나와 내 소중한 이들을 지키고 싶다는 마음 때문이었다. 무력하게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지금은 센 사람으로 보여도, 약한 사람으로 보여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진짜 강함은 말이나 외형에서 오는 게 아니라 내면에서 오는 단단함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누군가 나를 약하고 만만하게 볼지라도 내 내면이 강하다면, 말과 태도에서 단단함이 느껴질 것이다. 그래서 보이는 모습에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
오히려 '순둥이'로 봐주는 사람들을 만나면 너무 고맙고 행복하다. 그 사람이 그만큼 '좋은 사람'이기에 나의 단단함을 굳이 보여줄 필요가 없었단 뜻이니까.
약해 보이고 싶지 않아서, 세 보이고 싶은 마음에 자신도 모르게 '센 척'하며 살아왔을지도 모른다. 이제는 마음을 조금 편히 가져보면 어떨까 싶다. 진정으로 센 사람은 보이는 모습이 센 사람이 아니라, 내면이 꽉 차고 단단한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