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들키고 싶지 않았던 외로웠던 그때
"다른 사람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것도 용기가 필요하다."
나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 눈물을 잘 참는 편이다. 그래서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 혼자 보는 것을 선호한다. 감정과 표현에 마음껏 충실하고 싶기 때문이다. 누군가와 함께 볼 때는 나도 모르게 감정을 억제하게 되어버린다. 너무 슬프고 눈물이 날 것 같은데, 혼자 있었으면 펑펑 울고 꺼이꺼이 울었을 것 같은데, 누군가 내 옆에 있기만 하면 아무런 표현도 할 수가 없다. 대부분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한 정도에서 끝나거나, 눈물이 또르르 흐르는 정도이다.
마음이 지치고 힘들 때, 목놓아 울고 싶을 때도 마찬가지다. 나는 잠자기 전, 이불속에 누워 조용히 혼자 우는 것을 좋아한다. 아무도 없는 그 순간, 가족들도 다 자고 있는 고요한 밤. 그때만이 내가 마음껏 울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이기 때문이다. 물론 가족들이 다 자고 있다고 해서 소리 내어 울 수 있는 건 아니다. 소리가 새어나가는 순간, 가족들이 알아버릴지도 모르니까.
몇 년 전에 있었던 일이다. 그때는 나 자신이 힘든지도 모르고 살던 시절이었다. 매일 사람들과 웃고 떠들며 지냈기에, 괜찮은 줄 알았다. 그렇게 힘든 줄도 모르고. 그날도 평소처럼 기분 좋게 자려고 누웠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날은 그냥 노래가 듣고 싶었다. 그러다 우연히 흘러나온 노래 한 곡에 갑자기 눈물이 터져버렸다.
터져버린 눈물은 걷잡을 수 없이 흘러내렸고, 내 감정은 주체되지 않았다. 눈물의 이유도 모른 채, 가슴이 아팠다. 그대로 목놓아 울고 싶었지만, 소리 낼 수 없었다. 밖에는 가족들이 있기 때문이다. 주체할 수 없는 감정에 소리를 죽여 엉엉 울었다. 그런데 그 죽인 소리가 언니 귀에 들린 모양이다. 갑자기 방문이 스르륵 열렸다.
나는 황급히 눈물을 멈추고 이불을 뒤집어썼다. 숨도 쉬지 못한 채 멈춰 있었다. 언니가 아무 말 없이 나가주길 바라며 숨을 죽이고 기다렸다. 언니는 조용히 방문을 열고 있다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뚱아, 자?"
나는 흐르는 콧물도 들이마시지 못했다. 훌쩍이는 순간 들켜버릴 것 같았다. 언니가 나가주길 바라며 조용히 숨만 내쉴 뿐이다. 잠시 후 언니는 조용히 방 문을 닫고 나갔다. 그때 나는 언니에게 들켰다는 생각에 눈물이 쏙 들어갔다. 그때부터였다. 소리 죽여 울지도 못하게 된 것이. 그냥, 눈물만 흘릴 뿐이다.
어느 누구도 나에게 "다른 사람 앞에서는 절대 울지 마.", "다른 사람 앞에서 우는 건 창피한 거야."라고 말한 적은 없다. 그런데 나는 사람들 앞에만 가면 눈물을 흘리지 못한다.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인 것 같다. 그리고 혼자만의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들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누구나 남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생각과 마음이 있다. 가족들에게조차 말하고 싶지 않은 마음. 이건 나만 알고 싶은 마음이다. 이겨내는 것도, 아니 이겨내지 못하더라도, 그건 나만의 것이다. 내가 스스로 해결해야만 하는 나만의 것.
그런데 요즘은, 때때로 그런 생각이 든다.
'때로는 누군가에게 기대는 것도 필요한데, 너무 독불장군처럼 살고 있는 건 아닐까?'
'타인에게 너무 의지하는 것도 아니지만, 모든 걸 내가 끌어안으려는 건 어쩌면 강박 아닐까?'
언젠가 혼자서는 해결하지 못할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그때가 오면 난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까?
그때를 위해, 지금부터라도 혼자 이겨내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고, 다른 사람과 조금 나눠보는 연습을 해보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혼자 소리 죽여 울만큼 힘들었던 문제는, 어쩌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무거운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용기를 내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해보자. 그리고 그 사람 앞에서 눈물이 난다면, 그땐 마음껏 흘려보자.
때로는 힘든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거야.
네가 힘든 감정을 표현한다고, 네 주변의 사람들은 떠나가지 않아.
울어도 괜찮아.
누군가의 앞에서 우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야.
우는 것도 용기가 필요해. 용기를 한 번 내보자.
괜찮아, 넌 잘하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