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괜찮은 척, 웃는 가면을 썼다

3화. 아무도 모르게 울었던 날들

by 딩끄적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누구나 얼굴에 가면을 쓰는 순간들이 있다. 상사에게 듣기 싫은 말을 들을 때, 실수를 해서 속상하지만 그 마음을 감추기 위해, 혹은 클라이언트의 마음을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해...

우리는 자신의 감정을 숨겨야 할 때가 많다.


내가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때의 일이다. 그때는 아빠의 사업이 두 번째로 실패했던 시기였다. 당연히 집안 분위기는 좋지 않았고, 나 또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만큼 우울하고 무기력했으며, 누군가와 하하 호호 웃을 기분은 더더욱 아니었다.


하지만 내 힘든 마음과는 별개로 출근을 해야만 했고, 유치원 교사라는 직업 특성상 우중충한 얼굴로 있을 수 없었다. 항상 웃어야 했고, 밝아야만 했다.


출근길, 유치원 문 앞까지는 세상 다 산 얼굴로 축 늘어져 있었지만,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부터는 밝게 웃으며 "안녕하세요!"를 외쳤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사람들과 소통하고 웃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아이들과는 더 활기차게 생활했고, 더 크게 웃었다.


그러다 화장실이라도 가는, 혼자가 되는 순간이 되면 낯빛이 그렇게 어두울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나는 웃어야만 했다. 어두운 티를 낼 수 없었다. 거울 속 나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는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몰랐다. 내가 진심으로 웃고 있지 않다는 것을. 그건 나만 아는 웃음이었다.


그런 나를 보며 생각했다.

"가면을 쓰는 것 같네. 차라리 진짜 가면이라도 쓸 수 있으면 좋겠다."


daniel-martinez-GaxgmVGCHzc-unsplash.jpg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가면을 쓰게 되는 순간이 생긴다. 내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고 해야 할까?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서로 배려하고 지켜야 할 부분들이 있다. 내가 기분이 나쁘다고 해서 관련 없는 다른 사람에게 함부로 짜증을 내거나 기분 나쁜 티를 낼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럴 때, 우리는 자신의 기분을 조절해야만 한다. 그 순간이, 사람들 앞에서 스스로 가면을 쓰는 첫 번째 순간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정말 무서운 건, 가면을 쓰는 것에 점점 익숙해져 간다는 것이다.




"우리는 남 앞에서 가면을 쓰는 일에 익숙해져 마침내는 자신 앞에서까지도 가면을 쓰게 된다."

- 라 로쉬푸코


다른 사람 앞에서 가면을 쓰는 일에 익숙해지다 보면 어느새 자신에게도 가면을 쓰게 되는 순간이 찾아온다. 스스로에게 가면을 쓰는 그 순간, 자신의 감정과 내면을 살피는 일이 어려워진다. 지금 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알 수 없고, 힘들어서 멈춰야 할 때조차 '힘들다'는 자각을 하지 못하게 된다. 자신이 힘들다는 걸 알지 못하는데, 그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을 리가 없다. 스스로 가면을 쓰는 것에 익숙해지는 건, 어쩌면 자신을 서서히 망가뜨리는 일일지도 모른다.


살면서 가면을 쓰지 않고 살 수는 없다. 감정을 숨겨야만 하는 순간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내 모든 감정을 하나도 드러내지 않은 채 꽁꽁 숨기고만은 살 수 없다. 적당히 표현하고, 적당히 숨기며 살아가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자신에게만큼은 절대 가면을 쓰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나만이 나의 감정을 모두 받아줄 수 있다. 다른 사람에게는 숨길지언정, 나에게는 숨기지 말자. 자신의 마음속을 들여다보고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주자. 그렇게 나의 이야기를 온전히 들어주자. 그리고 스스로에게 위로를 건네주자.


piyush608-PxOK2jHBRis-unsplash.jpg


"힘든 마음을 감추느라 애쓰고 있구나.

그래도 잘 이겨내고 있어.

네가 지금 웃고 있는 가면처럼,

진심으로 웃게 될 날이 올 거야.


그러니 앞으로도 솔직하게 표현해 줘.

내가 나를 더 잘 알 수 있게."



keyword
이전 02화조금 더 멀리, 나를 믿어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