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아무도 모르게 울었던 날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누구나 얼굴에 가면을 쓰는 순간들이 있다. 상사에게 듣기 싫은 말을 들을 때, 실수를 해서 속상하지만 그 마음을 감추기 위해, 혹은 클라이언트의 마음을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해...
우리는 자신의 감정을 숨겨야 할 때가 많다.
내가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때의 일이다. 그때는 아빠의 사업이 두 번째로 실패했던 시기였다. 당연히 집안 분위기는 좋지 않았고, 나 또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만큼 우울하고 무기력했으며, 누군가와 하하 호호 웃을 기분은 더더욱 아니었다.
하지만 내 힘든 마음과는 별개로 출근을 해야만 했고, 유치원 교사라는 직업 특성상 우중충한 얼굴로 있을 수 없었다. 항상 웃어야 했고, 밝아야만 했다.
출근길, 유치원 문 앞까지는 세상 다 산 얼굴로 축 늘어져 있었지만,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부터는 밝게 웃으며 "안녕하세요!"를 외쳤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사람들과 소통하고 웃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아이들과는 더 활기차게 생활했고, 더 크게 웃었다.
그러다 화장실이라도 가는, 혼자가 되는 순간이 되면 낯빛이 그렇게 어두울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나는 웃어야만 했다. 어두운 티를 낼 수 없었다. 거울 속 나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는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몰랐다. 내가 진심으로 웃고 있지 않다는 것을. 그건 나만 아는 웃음이었다.
그런 나를 보며 생각했다.
"가면을 쓰는 것 같네. 차라리 진짜 가면이라도 쓸 수 있으면 좋겠다."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가면을 쓰게 되는 순간이 생긴다. 내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고 해야 할까?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서로 배려하고 지켜야 할 부분들이 있다. 내가 기분이 나쁘다고 해서 관련 없는 다른 사람에게 함부로 짜증을 내거나 기분 나쁜 티를 낼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럴 때, 우리는 자신의 기분을 조절해야만 한다. 그 순간이, 사람들 앞에서 스스로 가면을 쓰는 첫 번째 순간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정말 무서운 건, 가면을 쓰는 것에 점점 익숙해져 간다는 것이다.
"우리는 남 앞에서 가면을 쓰는 일에 익숙해져 마침내는 자신 앞에서까지도 가면을 쓰게 된다."
- 라 로쉬푸코
다른 사람 앞에서 가면을 쓰는 일에 익숙해지다 보면 어느새 자신에게도 가면을 쓰게 되는 순간이 찾아온다. 스스로에게 가면을 쓰는 그 순간, 자신의 감정과 내면을 살피는 일이 어려워진다. 지금 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알 수 없고, 힘들어서 멈춰야 할 때조차 '힘들다'는 자각을 하지 못하게 된다. 자신이 힘들다는 걸 알지 못하는데, 그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을 리가 없다. 스스로 가면을 쓰는 것에 익숙해지는 건, 어쩌면 자신을 서서히 망가뜨리는 일일지도 모른다.
살면서 가면을 쓰지 않고 살 수는 없다. 감정을 숨겨야만 하는 순간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내 모든 감정을 하나도 드러내지 않은 채 꽁꽁 숨기고만은 살 수 없다. 적당히 표현하고, 적당히 숨기며 살아가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자신에게만큼은 절대 가면을 쓰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나만이 나의 감정을 모두 받아줄 수 있다. 다른 사람에게는 숨길지언정, 나에게는 숨기지 말자. 자신의 마음속을 들여다보고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주자. 그렇게 나의 이야기를 온전히 들어주자. 그리고 스스로에게 위로를 건네주자.
"힘든 마음을 감추느라 애쓰고 있구나.
그래도 잘 이겨내고 있어.
네가 지금 웃고 있는 가면처럼,
진심으로 웃게 될 날이 올 거야.
그러니 앞으로도 솔직하게 표현해 줘.
내가 나를 더 잘 알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