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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늪 구렁이의 저주(1)

(전설텔링)창녕 영산 장척호에 얽힌 전설

by 무한자연돌이끼

욕심이 많고 심술 궂은 사람 중에 대표선수라 할 만한 사람 누군지 아나?

그래, 놀부가 딱 그런 사람인기라. 그런데 말이다 놀부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만한 욕심쟁이 심술보가 또 한 사람 있는 기라.

내 이바구 한 번 들어볼래?


옛날에, 뭐 그다지 오래된 옛날도 아이다. 아마도 조선시대 쯤 될 걸.

저기 창녕 어디쯤에 놀부보다도 더 숭악한 안하무인 욕심술쟁이 장자라는 사람이 살았능 기라.


이 양반은 또 엄청난 부자란 말이지. 창녕 땅에 걸어도 걸어도 끝이 없을 정도로 큰 논과 밭이 있었지. 그 넓이가 얼마나 되냐 쿠믄, 사방 십리나 되지.


이 장자가 어떻게 이 큰 논밭을 가질 수 있게 되었겠노. 함 알아맞차 봐라. 아무리 생각해도 감이 안 잡히제?


그냥 갈차주께. 이 양반이 이만큼이나 부자가 된 거는, 즈거 아부지에 아부지, 그 아부지에 아부지부터 돈이 생기모 무조건 논과 밭을 샀는기라. 이 논밭에 소작을 붙이가 이문이 생긴 걸로 가꼬 또 옆의 논밭을 사고 또 소작을 붙이고, 그렇게 생긴 돈으로 또 그 옆의 논밭을 사믄서 땅을 계속 확장시켜 왔는기라.


그렇게 한 삼대 정도 내려오다 보이 창녕 땅에 시쳇말로 자기 땅 안 밟으모 지나갈 수가 없을 정도가 되삔기라. 우리 맹키로 쬐끄만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마 장자가 부러버 죽겄제.


그리 땅을 넓혀 가는 과정이 정정당당했으모 사람들한테 욕이나 안 들어먹었을 낀데 이 장자놈 대에 와가지고는 어쨌는지 아나? 사채놀이까지 하믄서 남의 땅을 빼앗았던 기라. 무슨 말인고 쿠모,


장자가 재산이 많다 캤제. 쬐끄만 논밭 갈아서 사는 농부들이 어데 여유있게 사는 사람이 있겠노. 그라이 가을 추수하고 봄이 되모 양식이 떨어지가 빚을 내서 생활하는 사람이 종종 생겼거든. 이 장자 양반이 그걸 희한하게 캐치를 해가 그런 농부들한테 돈이나 양곡을 빌려주고 5할이 넘는 이자를 받아 챙기는 기라.


아무리 이자가 높아도 우야겄노. 당장 먹고 살아야 하이 장자의 사채놀음을 알면서도 울며 겨자먹기로 돈과 양곡을 꿀 수 수밖에 없었는기지.


그란데 말이다. 빌려쓴 만큼을 기한 안에 갚을 수 있을 정도로 풍년이 들모 또 모르겠는데, 농사라는 기 오데 그렇더나. 병충해가 들거나 태풍에 나락이 쓰러지모 그해 농사는 베리놔삔다 아이가. 장자 이 양반이 딱 그걸 노린 기라.


기한 안에 빚을 갚지 못하모 그 빚만큼 헐값에 농부의 땅을 빼앗아버리는 기지. 그라믄서 그 논밭에 그대로 농부한테 경작을 하도록 맡기는 기야. 그라이 농부는 빼앗긴 땅이지만서도 원래 자기 땅이었던 곳에서 농사를 지으니 그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싶다는 기지.


그런데 소작료가 이자보다도 훨씬 쎈기라. 이자가 아까 내가 5할이라 캤제? 소작료는 소출의 70프로, 그라니까 7할이나 되는 기라. 자기가 한해동안 쌔빠지게 농사 지이가 얻은 곡식을 거의 다 뺏기고 서너낫 남은 걸로 묵고 살라쿠이 어째 불만이 없겠노.


그란데 말이다. 농부들은 이놈의 장자 횡포에 고통을 받으면서도 자기들의 삶터여서 여기를 떠날 수가 없으이 우짜겄노. 이놈의 장자의 아부지나 그 아부지, 그그 아부지는 안 그랬는데, 유독 이놈의 장자는 악하기로는 아주 재능이 뛰어났던 기라. 그래서 날이 갈수록 장자 집 창고에는 재물과 곡식이 미어터지도록 쌓이고 반대로 농부들은 하루 한끼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할 만큼 가난해질 수밖에 없었던 기지.


농부들은 장자가 또 누구 땅을 사들이기만 하모 모이가 수군거리고 안 그랬나.


“봐라, 봐라 이번에 소식 들었나? 장자가 웃골 박씨네 논이랑 밭을 헐값에 사들였다 카던데.”


“올가을에 딸 혼사를 치른다는 그 집 말이가?”


“그래, 맞다! 딸을 제법 부잣집으로 시집을 보내나 보더라꼬. 혼수 마련한다꼬 장자한테 그 땅을 팔았다 쿠데. 박씨네 밭이 양지바른 곳이라 소출이 좋았는데 아이고 아까바라.”


“장자가 그 밭에 눈독을 들인 지가 오래라 쿠더마는. 하여튼 좋은 땅 지 손에 넣는 데는 귀신이다.”


“웃골 박씨도 인자 우리맹키로 소작농이 되겄구만. 으이그! 진짜 환장하겠네. 이건 뭐 아무리 고생해서 농사를 지으모 머하노? 장자 좋은 일만 시켜주는 긴데. 우짜모 논밭을 다시 사서 맘 편하게 살겠노?”


“지금 같이 소작료를 내가꼬는 재산 못 모은다. 논밭을 되살 방법이 없다 아이가?”


“장자에게 소작료를 낮춰달라 캐보믄 어떻겠노?”


“허이구! 머 요구한다고 들어줄 양반이기는 하나? 어림도 없는 소리지.”


“애원이라도 해야지. 그래도 안 들어주모 그 집 곳간을 확 털어삐모 되지.”


“에끼 이 사람! 농이라도 그런 끔찍한 소리 마라.”


얼마나 장자한테 불만이 많았으모 농부들은 모이기만 하모 진담 반 농담 반으로 장자를 힐난하고 푸념을 늘어놓겠노. 어쩌다 장자한테 소작료 낮춰달라 캤했다가 지금 부쳐 먹는 땅마저 다 빼앗길 거라고 엄포를 놓으이 아예 장자 집 대문 앞에 얼씬거릴 생각도 못하는 거지.


그러던 어느날, 이 마을에 노승이 찾아왔는기라. 이 노승은 마을을 지나가다가 장자 집 대문 앞에서 딱 멈춰서고는 염불을 외는 기지.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그때 지나가던 마을 사람이 스님한테 이러는 거야.


"스님, 이 집에서 아무리 염불을 읊어봐야 소용없습니더. 다른 집으로 가시는 게 시간을 절약하는 깁니더.”


그란데 스님은 말이다, 마을 사람의 말을 듣고도 짐짓 모른 체하믄서 계속 염불을 한다 말이지. 집 안에서 반응이 없으이, 목탁을 점점 크게 치믄서 염불을 외니까 그제서야 머슴이 대문을 열고 나오는 기라.


“스님요, 이 집 주인 양반 나오기 전에 퍼뜩 딴 곳으로 가이소. 이카다가는 이집 양반한테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모립니더.”


스님은 머슴의 사정에도 아랑곳없이 목소리를 더 크게 해가 염불을 외는 기야.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그라던 중에 집 안쪽에서 장자 목소리가 들린다 아이가.


part3-a.jpg

“무슨 일이고? 돌쇠야, 스님께서 머라도 좀 얻어먹어야 가시겠다 카나?”


드디어 장자가 대문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는 기라. 장자 얼굴이 우째 생깄는지 궁금하제? 흥부 놀부 이야기에 나오는 놀부 생각나나? 그 놀부보담도 훨씬 더 심술궂은 얼굴인데, 그 얼굴에 커다란 점이 하나 박혀 있어가 말붙이기도 짜증날 그런 얼굴을 하고 있다 아이가.


그란데, 이 노승이 가마이 보이 장자 관상이 심상치 않는기라. 아무리 좋게 볼라 캐도 머지않아 멸문지화를 당하는 그런 관상이었던 기라. 에고 우짜겄노? 주변의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 나쁜 놈의 관상이긴 하지만서도 이 양반 때문에 다른 식솔뿐만 아이라 마을 전체가 화를 입을 일이 벌어질 것 같으이 스님은 더욱 걱정이 되가 더 큰소리로 염불을 읊는 기라.


“아이고 우짜노 나무 관세음보살!”


그 모습을 본 장자는 얼척이 없었지. 와 그렇노 쿠모, 마을 사람 뿐만 아이라 이웃마을 사람들도 자기가 떡 나타나모 꽁무니를 빼는 똥개처럼 삐죽삐죽 달아나기 바쁜 것만 봤거든. 그란데 이 스님은 안 그런 기라. 그라이 얼매나 성이 났겄노.


“아니, 이 영감탱이가 내를 봤시모 부리나케 떠날 것이지. 아직도 버티고 있는 기가!”


“소승이 이곳을 지나다가 마을에 큰 재난이 닥칠 운을 보아가꼬 그라이 내 얘기 좀 들어 주시오. 처사께서 마을 사람들에게 재산을 나눠주고 함께 산으로 피신해 있으면 한 달이 지나지 않아 지금처럼 다시 살 수가 있을 거외다.”


스님의 이 말을 들은 장자는 갑자기 혈압이 오르고 얼굴이 불그락 푸르락하믄서 콧김을 팍팍 내뿜는기라.


“뭐? 이놈의 영감탱이가 뭘 잘못 먹고 환장을 했나? 대낮부터 먼 흰소리고?”


장자는 버럭 성을 냈지. 그라다가 갑자기 태도를 바까가 엉큼한 목소리로 스님한테 이리 말하는 기라.


“스님께서 이리 지를 염려해주시니 지가 마 시주를 하지 않을 수가 없네예. 요서 잠깐만 기다리 보소!”


장자가 어떤 사람이고? 당연히 스님한테 골탕먹일 생각이었던 기지. 장자가 집안으로 들어갔다가 뭘 들고 나왔는데, 뭘 들고 나왔겠노? 알아맞차 봐라. 모리겄제. 그거는 바로 거름에 쓸라꼬 모아놨던 소똥이었던 기라.


“자, 스님 뒤돌아 서보이소. 바랑에다 귀한 것으로다가 넣어드리리다.”


스님이 와 모리겄노? 그기 소똥이라는 거를. 그란데도 뒤돌아 서서 장자가 바랑에다 소똥을 넣게 놔둔기지. 스님은 속으로 쯧쯧쯧 싶었던 거라. 이때 이놈의 장자 표정이 어땠겠노? 눈은 찢어지고 입꼬리는 올라가고 얼굴의 큰 점은 저절로 실룩샐룩하믄서 은근히 이 상황을 즐기는 표정이었던 거지.


그란데 이 모습을 쭉 지켜보고 있었던 사람이 있었다 아이가. 누구겠노? 그 이야기는 다음에 해주께. 오늘은 여기까지.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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