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텔링)창녕 영산 장척호에 얽힌 전설
안녕!
오래 기다맀제? 그란데 이 할애비한테 일주일은 금방인걸. 나이가 들수록 시간에 가속도가 붙나 보더라꼬. 그날 이야기 끝내고 돌아섰다 다시 돌아보이 금세 일주일이 후딱 지나삤더라꼬.
그래 지난 번에 시주받으러 온 노스님의 바랑에다 장자가 소똥을 넣는 장면까지 들었제? 와 그때 누가 그 장면을 쭉 지켜보고 있었다 안 캤나.
장자가 스님 바랑에다 소똥을 집어넣는 이런 몰상식한 행태를 쭉 지켜본 사람은 다름이 아이라 그 집 며느리 아이더나. 즈거 시아버지가 스님한테 이런 못된 짓을 하는 걸 봤으이 이 메느리가 얼매나 얼척이 없었겄노?
마음 같애서는 당장 달리가가 시아버지 손에 쥔 똥바가지를 빼앗고 스님한테 미안하다꼬 백배사죄하겠구마는 그리 하지도 못하는 기, 그랬다가는 장자가 스님한테 더 못된 짓을 할까바 그랬던 거 아이겄나.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참, 스님도 대단하신 분이제. 장자가 자기 바랑에다가 소똥을 한 바가지 집어넣었는데도, 그저 태연하게 관셈보살만 읊고 있다는 기 느거는 이해가 되나? 안 되제? 그라이 이쯤에서 이 스님이 보통 분이 아이라는 거 눈치챘겄제?
소똥 한 바가지가 꽤 무게가 나갔던 모양이야. 스님 어깨가 쑥 내리간 거 보모.
“나무 관세음보살~”
스님이 장자한테 인사를 하고 가니까 장자가 옆에 서있던 돌쇠한테 더 성을 내면서 뭐라 그래.
“야, 이노무 자슥아. 빨리 소금 안 가지고 오고 머하노?”
돌쇠한테 소금 한 바가지를 받아든 장자는 한주먹 쥐어 집 앞에 촥, 촥 뿌리다가 소금도 아깝다 싶어 도로 담고 집 안으로 들어갔어.
며느리가 아까부터 쭉 지키보고 있었다 캤다 아이가. 저번 주에 그림을 봐서 알랑가 모르겠다. 이 며느리는 동네 우물에서 물을 길어 오던 중이라서 머리에 물동이를 이고 있었던 기라. 즈거집 우물 나뚜고 동네 우물서 물떠오라고 시키는 거 보모 참 장자 이양반, 머라 말을 몬하겄네. 우얫든 간에 시아버지가 집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물동이를 내려놓고 스님한테로 달려갔지.
“스님, 잠깐만 기다리 주이소.”
스님이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자마자 며느리는 허리를 구십도 숙이믄서 합장을 하는 거야.
“스님, 죄송합니더. 저의 시아버지께서 스님한테 너무 큰 결례를 범했네예. 지가 대신 용서를 빌겠심더.”
“괘않습니더, 보살님. 괘념치 마이소.”
“아입니더. 이리 스님을 보내서는 안 되지예. 바랑을 지한테 주시고 저게 주막에 가시가 국밥이라도 자시고 계시이소. 밥값은 지가 드릴게예.”
“아이고, 괘않심더. 이리 신경을 써주가 이 노승이 더 고맙네예.”
“아입니더, 아입니더. 스님께서 그라신께 지가 마 더 미안심더. 고마 이리 주이소. 깨끗하게 빨아가 돌려드리께예. 금방이면 됩니더.”
“아이고, 참. 괜찮다 캐도.”
그라믄서 스님이 바랑을 벗자 며느리가 바랑을 건내받고 열어 보이, 아이고야, 그 안에는 쌀이 한가득 있었는 기라. 그 많은 쌀에다가 소똥을 한바가지나 쳐 부었으이. 며느리 마음이 어떻겄노.
며느리가 한 번 더 죄송하다 쿠믄서 머리를 조아리고 돌아설라 카는데,
“보살님, 소승의 말을 믿지 못하시겠지만…”
하믄서 얼굴이 좀 심각해지는 거라. 스님이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었지.
“이 마을은 앞으로 닷새가 지나모 큰 변을 당할 낍니더. 그 안에 마을 사람을 모두 산으로 피신시키이소. 특히 보살님의 시아버지와 남편은 반드시 마을을 떠나야 합니더. 만약 시아버지와 남편이 떠나지 않겠다고 쿠모 보살님이라도 혼자 동북쪽에 있는 산으로 피신하이소. 그라고 고개를 넘기 전에는 절대 뒤돌아봐가 안 됩니더. 만약 뒤돌아보모 보살님한테도 좋지 않은 일이 생기니까 맹심하시이소.”
무슨 말인가 듣긴 들었는데 무슨 말인가 통 모르겠던 경험 있제? 이 메느리가 딱 그 짝인기라. 스님한테서 뭐 어찌어찌해라 하는 말을 듣긴 들었는데 그게 무슨 뜻인지 좀체 이해할 수가 없었던 거 아이가.
그라다가 정신을 퍼뜩 차리고 잠시만 기다리모 된다꼬 말할라 쿠는데, 옴마야! 스님이 온데간데 없는 기라. 노스님이 참 걸음도 빠르다 하고 생각하는 순간, 옴마야! 손에 쥐고 있던 스님 바랑도 흔적없이 사라지삔 거 아이겄나. 와~, 신기하제?
그 뒤로 이 메느리는 스님의 말을 자꾸 곱씹으믄서 생각을 한 거야. 마을에 변고가 생긴다는 기 뭘 두고 하는 말인지, 와 마을 사람들을 산으로 대피시키라 쿠는지. 그런데 특히 자기 남편하고 시아버지는 반드시 산으로 대피시키야 한다꼬 강조했는지, 그게 안 되모 혼자라도 떠나고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뒤돌아보지 말라 카는 이유를 알 수가 없는 기라.
메느리는 집으로 돌아와가꼬 남편한테 그 스님 이야기를 했는 기라.
“아무래도 스님의 말씀이 지나가는 농담처럼은 들리지 않습니더. 혹시 불이나 물난리가 나는 것은 아이까예?”
그라이 남편이 머라 캤겠노?
“부인도 참 걱정이 팔자요.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때부터 지금까지 아무런 문제 없이 지내온 우리 마을에 갑자기 재난이 생긴다는 기 말이나 된다꼬 생각하요? 그리 귀가 얇아서야. 그 땡추가 아버지의 심술에 그저 분풀이할 요량으로 한 소리일 거요.”
하긴 이 마을이 생긴 지 수백 년이 흘렀는데도, 아직 한 번도 재난이 없었다 아이가. 자기 시아버지 장자가 욕심을 너무 많이 내는 바람에 다른 사람들이 좀 더 살기 어려워졌어도 그야말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동네 아이가. 그라이 메느리도 스님 말이 살짝 의심스러워진 기지.
그란데 또 알 수가 없고 신기하기도 한 거는 스님이 자기한테 그리 말해놓고는 사라졌다는 거 아이가. 스님만 사라진 기 아이라 스님의 바랑도 사라졌다는 기 이 메느리한테는 그저 미스테린기라. 소똥 범벅이 된 그 쌀들은 또 어떻고. 그 스님을 자기만 봤으모 말도 안하지. 즈거 시아버지 장자도 봤고 일하는 돌쇠도 봤다 아이가.
그라이 영 찜찜하다 말이야. 수백년을 아무 일 없이 지나온 마을에 갑자기 5일 만에 큰 변고가 생긴다꼬? 하늘도 이리 맑은데….
하루가 지났어. 무슨 일이 일어났겠노? 메느리야 아무일도 안 일어났으모 하고 바랬지만 산신령 같은 스님이 먼 일이 일어날끼다 캤는데, 안 일어나모 이바구가 재미 없지. 그자.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라는 말 들어봤나? 비가 오는 것도 아이고, 구름이 낀 것도 아인데 퍼런 하늘에서 갑자기 ‘우르르르르 꽈광!’하고 마른 천둥이 치는 거라. 메느리가 그런 하늘을 보고 거참 이상타 생각했지. 이기 그 스님이 말한 재난의 신호가 아인가 생각이 들었던 기라.
그래가 남편한테 안 달려갔더나.
“보소, 마른 하늘에 천둥이 치는 기 아무래도 이상합니더. 어제 그 스님이 말한 거 헛말이 아인 거 같은데예.”
쿠이 남편은 또 씰데 없는 소리 한다 쿠믄서 퉁을 주는 기라.
“어제 아버지한테서 말씀을 들었는데, 그 중이 우리 재산을 마을 사람들한데 다 나나주라 캤다데요. 뻔하다 아이요. 중이 마을사람들한테 시주 마이 받을라꼬 수를 쓰는 거 이이겄소.”
“그럴 분이 아이라 쿠이 그라네예. 지금 저 천둥소리를 들어보이소. 그 스님이 하신 말대로 되가고 있다 아이요.”
“거참, 부인. 일이나 하소. 씰데 없는 소리하지 말고.”
메느리는 불안해 죽겠구마는 장자나 남편은 태평스러운 기라. 그란데 이틀째가 되이 하늘이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기라. 사방에서 먹구름이 쫙쫙 몰리오는데, 이거 아무래도 이대로 있었다가는 큰 사단이 벌어질 꺼 같아가 메느리는 퍼뜩 시아버지한테 달리간 기라.
“아버님, 이리 있다가는 아무래도 큰 사달이 나고 말꺼 같은데예. 어서 곡식을 마을사람들한테 나나 주고 산으로 피신가입시더.”
“야가, 뭘 잘못 뭇나? 하늘에 구름 끼고 천둥 번개 치는 거 한두 번 봤나? 와이리 호들갑을 떨어샀노! 니는 논에 가가 물꼬나 잘 티아나라.”
“아버님예, 지금 이기 다른 때 날씨하고는 마이 다르다 카이까예.”
“시끄럽다. 머하노! 빨리 논에 가서 물꼬나 티아나라 카이. 오데 요사스런 중놈 꾐에 빠지가꼬.”
메느리는 장자한테서 쫓기나드끼 밖으로 나왔지만 그래도 마을 사람들한테는 알리야겠다 싶어가 집집이 돌아댕기믄서 스님의 예언을 이야기했다 아이가. 그란데 아무도 메느리 말을 믿는 사람이 없었는 기라.
그래가 이틀을 보내고 사흘째 되는 날이 되이 먹구름 사이로 번개가 치고 우르르 꽝꽝 하고 하루 종이 하늘이 시끄러웠는 기라. 메느리가 보기에는 이라다가 하늘에서 엄청난 폭우가 쏟아지겠다는 거를 알겠거든. 그란데 시아버지도, 남편도, 또 마을사람들도 아무도 안 믿어주이 우짜겄노. 그래도 메느리는 마을사람들을 찾아댕기믄서 하늘이 범상치 않다꼬, 빨리 피신해야 한다꼬 설득을 하고 댕깄는기라.
아무리 날씨가 사나와도 하루종일 하늘에 번개가 치고 천둥이 울맀던 적이 없었거든. 그라이 마을 사람들도 메느리 말을 조금씩 믿기 시작했는 기라. 혹시나 모를 일에 대비해가 미리 준비하는 거야 나쁠 것 없고 밑져야 본전 아이가.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값어치 나가는 물건들을 하나둘 챙겨놓기 시작했지.
그렇게 나흘째가 됐어. 새벽부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네. 메느리가 하늘을 보이 이거 오늘 심상치 않겠거든. 다시 시아버지한테 간 기지.
“아버님요. 인자 진짜 시간 없심니더. 요 매칠 하늘을 보이 딱 그 스님이 하신 말 그대론데예. 퍼뜩 산으로 대피할 준비를 해야겠심더.”
“메늘아, 니도 참 끈질기다. 내가 아이라 안 쿠나. 먼 걱정이 그리 많노? 니도 그 땡중이랑 한 통속이가? 논에 물꼬 다 티아났시모 창꼬에 물 안들거로 단디 해나라.”
그라고 마지막 닷새째가 됐다 아이가. 아이고 대라. 이만큼 썰로 풀다 보이 입이 다 마르네.
“…… … ………”
거참. 아무도 물갖다주는 사람 없제. 식혜믄 더좋고. ㅎㅎ. 알겄다 오늘 이짬치서 그만할라 캤는데, 쪼깨만 더하께.
닷새째가 되이 빗방울이 마이 굵어짔는데 아마캐도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기라. 그제서야 마을사람들은 메느리가 전한 스님의 예언을 무시하지 못했는지 값나가는 재산을 챙기가꼬 산으로 대피하기 시작했던 기지. 진작에 장자 메느리 말을 들었시모. 먹을 거라도 마이 챙기가 산에다 옮기났을 낀데, 이왕지사로 늦어삤는데 우짜겄노.
메느리는 인자 시아버지하고 남편을 설득할 일만 남았는 기라. 뭐, 돌쇠? 돌쇠랑 집에서 일하는 다른 사람 모두 이 메느리가 산으로 대피하라고 말했고 다들 출발했지. 그리 해놓고 시아버지한테 온 기라.
“아버님, 인자는 진짜로 시간이 없습니더. 이라다가 진짜로 큰일 당하겠심더. 퍼뜩 짐 챙기가 산으로 가입시더.”
“니도 참 끈질기다. 니 같으모 이 많은 재산 놔두고 집을 떠나겠냐 말이다. 요사스런 말이 현혹되가 사리분별을 못하는 거 보이 닐로 그냥 나뚜가 안 되겄다.”
그라더마는 시아버지하고 남편이 메느리를 꽉 붙잡고 기둥에다 밧줄로 꽉꽉 묶어버리는 기라. 그라고는 둘이 곡식 창꼬로 가네. 머하러 갔으꼬? 어수선한 틈을 타가 마을 사람들이 쳐들어와서 곡식을 훔쳐갈까봐 그기 걱정됐던 기라.
“아버님, 여보! 이거 좀 풀어주이소”
아무리 외쳐도 소용이 있겄나. 메느리는 후회가 돼. 스님이 했던 말 기억나나? 여차하모 혼자라도 산으로 피신해라 캤던 거? 그란데 우야노. 기둥에 이리 묶이삤는데. 고래고래 괌을 지르고 발버둥을 치도 소용이 없었는 기라. 그란데 밖에서 무슨 소리가 나. 남편인가 싶어서 봤더니 돌쇠야.
“응. 돌쇠야, 너 산에 안 가고 와 요 있노?”
“아씨 마님이 아직 집에 있는데 어찌 가요. 내 이럴 줄 알았다니까요.”
돌쇠가 참 똑똑하다, 그자? 그래가 메느리는 돌쇠하고 빨리 집을 빠져나와서 스님이 일러준 동북산으로 향했지. 산에 오르는 동안 빗줄기는 점점 굵어지고 더욱 세차졌지. 쉬지도 않고 열심히 오르는데 갑자기 앞쪽에 낙뢰가 떨어지더마는 커다란 나무가 우지끈하고 부러져 메느리와 돌쇠쪽을 덮치는 거야.
“돌쇠야, 위험해 저쪽으로 피해!”
“마님도 빨리 피하세요. 저 걱정은 말고요.”
메느리는 나뭇가지에 부딪히가 잠시 정신을 잃었지. 돌쇠가 아무리 아씨를 불러도 대답이 없는 걸로 봐가 먼저 산으로 갔나 생각해서 쫓아 올라갔지. 무성한 나뭇잎에 파묻혔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던 기지.
메느리는 한참만에 정신을 차리고 보이 빗줄기는 더 굵어졌고 돌쇠는 보이지 않고 그래. 그렇게 돌쇠와 헤어지게 되었는데, 어쨌든 무조건 산의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 했지. 이 정도의 비에 마을은 필시 물에 잠겼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뒤돌아보려는데 갑자기 스님이 한 말이 생각 난 거야.
‘절대 뒤를 돌아보시면 아니 되오.’
왜 뒤를 돌아보지 말라는 건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메느리는 스님 말대로 꾹 참고 계속 산을 올라갔어. 어느 정도 올라갔을 때였어. 갑자기 무슨 소리가 멀리서 들리는 듯해.
“메느리 니가 이렇게 나를 배신할 줄 몰랐구나. 우릴 버리고 너 혼자 도망을 쳐?! 의리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년. 이제 넌 우리 식구가 아니야. 그러니 절대 돌아올 생각은 안 하는 게 좋을 거다!”
“부인, 정말 너무 한 거 아이가? 아버지와 나를 물에 빠져 죽게 만들고 혼자만 살아남겠다고 도망가는 꼴이라니. 내가 그런 당신을 믿고 지금까지 살아왔단 말이가. 너무 억울해서 죽지도 못하겠다.”
느거들은 이해하겄제. 이런 소리를 들은 메느리 속은 얼매나 천불이 나겄노. 그리 애걸복걸하드끼 산으로 피신가자꼬 매달리도 눈도 꿈쩍 안하던 양반들이 인자 와가꼬 혼자 도망친다고 캐사이 속이 디비지나 안 디비지나.
하늘은 더욱 우르르꽝꽝거리쌌제. 뒤에서는 시아버지하고 남편이 머라머라 캐쌌제, 메느리 맴이 시끌벅적하이 참 못살겠는기라. 그래도 꾹 참고 산 중턱 고개에 올라서는 그 찰나에 엄청난 굉음이 꾸르르르르르 꽈광! 하는 소리와 함께 시아버지하고 남편의 단말마 비명이 꼭 지옥 불가마에 빠진 거 맨키로 들리오는 기라.
메느리는 그 비명에 너무 놀라가 아무 생각 없이 뒤돌아봤다 아이가. 아차차. 스님이 절대 뒤돌아보지 말라 캤는데... 이어지는 이야기는 다음에 하께. 아이고 대라.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