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텔링)창녕 영산 장척호에 얽힌 전설
여러분, 안녕! ‘눈깜짝할 새’가 지나가는 거 본 사람 있나? 하기사 원체 빠르게 지나간 께네 어지가이 눈 좋은 사람 아이모 보기 힘들 끼다. 이 할배는 봤다 아이가. 어째 생깄더냐꼬? 느거 옛날 코메디언 이주일 아나? 모리나? “수지큐~” 해쌈서 디게 웃기는 양반이 있는데, 모리는구나. 얼굴도 억수로 웃기게 생깄어. 그 새가 말이다, 꼭 이주일 동생하고 똑같이 생깄는 기라. 이주일 동생이 누구냐꼬? 일주일 아이가.
일주일 만에 다시 이바구 시작할라 쿠이 전번에 오데까지 했더라? 글치. 메느리가 동북산으로 올라가다가 우르르쾅쾅 소리와 함께 집 쪽에서 시아버지하고 남편의 비명을 듣고 고마 고개를 돌맀다는 거기꺼정 했제.
뒤를 돌아본 메느리는 마을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눈으로 직접 보도고 믿을 수가 없는 기라. 마을은 순식간에 물에 잠기삤고 거대한 늪으로 변한 그 물 위로는 또 거센 빗줄기가 마구마구 쏟아붓듯 내리고 있으이 이기 대체 무슨 일이고 싶었던 기지. 아이고, 인자 마 이 마을도 끝인갑다 싶은데, 갑자기 시커먼 하늘에서 뭔가 번쩍하더이 황룡이 꿈틀거리믄서 나타나는 기라.
저기 머꼬 싶은데, 황룡이 점점 메느리한테로 다가오는 기라. 아이고마야, 스님 말을 깜빡 잊아삐고 뒤를 돌아봤더이 이거 때매 스님이 그리 신신당부를 했던 모양이다 싶었던 기라. 황룡은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메느리는 온몸이 사시나무 떨드끼 떨어샀제. 심한 현기증이 난거 맨키로 정신이 아뜩해지는 기라.
‘꽈르르르’ 하는 천둥이 꼭 메느리 자기보고 황룡이 고함치는 소리 안 같겄나. 그 소리와 함께 빗줄기가 화살처럼 쏟아지가 메느리 몸을 마구 때리는데 얼마나 아팠겠노. 소나기 맞아봤나? 그거 그대로 맞으모 디게 아프다. 메느리가 맞은 빗줄기는 소나기보다 한 열 배는 더 센 거라 보모 상상이 될 끼다.
세찬 비화살을 따갑게 맞고 있다 보이, 메느리는 자기 몸이 이상하게 변하고 있다는 거를 느낀 기라. 먼저 발이 땅에서 잘 안 떨어져. ‘어, 이거 와이라노?’ 메느리는 겨우 겨우 발을 떼가 고갯마루에 있는 큰 바위 쪽으로 가서 몸을 기댔는 기라.
그런 메느리를 본 황룡은 커다란 눈을 몇 번 껌쩍껌쩍하더이 다시 몸을 돌려 물에 잠긴 마을 쪽으로 가네. 호수로 변한 물 가운데서 황룡이 세 번을 빙글빙글 도니까 물속에서 시아버지하고 남편 영혼이 솟아오르는 기라. 두 사람의 영혼은 반투명한 상태였는데, 뭔가 원망하는 모습 같기도 하고 화가 난 것 같기도 하고 또 어찌 보모 슬퍼하는 표정 같기도 하지.
그렇게 뭔가에 매달린드끼 하늘로 올라가고 있는데, 황룡이 갑자기 앞발로 두 영혼을 콱! 틀어쥐면서 몸을 크게 한 번 요동을 쳐. 그러니까 번개가 번쩍하고 뇌성이 우르르쾅! 황룡이 앞발로 두 영혼을 얼마나 쎄게 쥐었던지 두 영혼은 비명도 못 지르고 고통스러워 해. 아이고 아무리 두 사람이 이 메느리한테 살갑게 대해주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시아버지고 지아비다 보이 마음이 고마 찢어지는 거 같은 기라.
그렇게 안타까워하는 사이 메느리도 자기 자신이 점점 변해가고 있다는 거를 깨달았지. 바위에 기댄 자기 몸이 발에서부터 점점 바위로 변해가고 있다는 거를 발견한 거야. 그라믄서 몸이 점점 바위에 스며들드끼 등에서부터 밀착되어 가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된 기라. 메느리는 이러한 상황에서 무슨 생각을 했겄노.
‘내가 시아버지와 남편을 구하지 않은 것을 하늘이 벌주시는구나.’ 이거 너무 착한 거 아이가? 이 상황에서 지가 돌이 되는 와중에 시아버지하고 남편이 죽은 기 지 때문이라고 자책을 하고 있으이, 으이구. 이 착한 메느리는 호수를 내려다 보믄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려. 바위로 변하고 있는 몸은 이미 빗물로 적시어 있지만 그 위로 눈물이 흐르니 눈물 길을 따라 광채가 나더라꼬.
“꽈르르르~~ 쩡!”
다시 천둥이 온 세상을 흔들어. 메느리 시선이 다시 물에 잠긴 마을로 향했을 때 황룡은 시아버지와 남편의 영혼을 물속으로 쌔리 꽂아삐는 기라. 그라더마 호수 위에서 맻 바퀴를 돌고 나더이 고개를 메느리 쪽으로 돌려. 황룡 얼굴 정면으로 보모 억수로 무섭데이. 점점 메느리한테로 다가오더마 하는 말이,
“니는 밤낮으로 요게 서서 저 늪에서 장자가 도망치지 못하거로 단디 지키고 있어야 한데이!”
메느리는 황룡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봤지. 황룡의 눈동자 속에는 거의 바위로 변해버린 자신의 모습이 들어 있는 기라. 그런데 바위로 변한 자신의 모습이 꼭 부처상 같은 기라. 황룡이 한 말의 의미를 알겠거든. 시아버지의 사악한 영혼 때문에 잘못하면 세상이 악마화될 것을 우려한 황룡의 당부라는 거를.
그라고 황룡은 메느리한테 ‘너를 믿으마’ 하는 표정으로 몸을 일으키더이 쏜살같이 다시 저 멀리 어두운 하늘 속으로 사라져 버맀지.
헌데, 메느리는 말이다, 이미 돌부처가 되어버린 자신의 몸으로 뭘 어떻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은 들었지. 그런데 이상한 거는 이미 자기 몸이 돌이 돼삤는데도 눈에 보이는 거, 귀에 들리는 거는 살아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다 돼. 신기하제?
생각해봐라. 느거가 만약에 저게 어디 공원에 있는 바구인데 지나가는 사람 다 보이고 그 사람들 하는 말소리가 다 들린다 쿠모 얼매나 신기하겠노.
황룡이 내리꽂아가 다시 물속으로 들어간 장자하고 그 아들 영혼이 우예 됐는지 안 궁금하나? 물속으로 들어가보까? 물속으로 처박힌 장자하고 아들 영혼은 자기들이 살던 집 위를 왔다 갔다 하믄서 무심한 표정을 하고 있네. 아무리 영혼이다만도 꼭 넋나간 사람 같았제.
그라다가 장자는 자기가 머물던 집 사랑채로 서서히 내려가더라꼬. 가는 모습이 꼭 잠수부가 헤엄쳐서 가는 것 같기도 하다 아이가. 그렇다꼬 심하게 발을 젓거나 그런 거는 아이고. 장자를 뒤따라서 아들도 헤엄을 쳐서 내려가는 거 상상이 되제? 사랑채에 딱 들어가이 자기 몸이 바로 보이는 거야. 보석함을 꼭 끌어안고 죽어있는 모습이지. 얼굴은 두려움으로 가득 찼는데, 한편으로는 절대로 이것만은 잃어버릴 수 없다 하는 결기에 찬 표정이기도 하지.
장자의 아들은 쌀이 가득찬 곳간 자물쇠를 꽉 쥐고 있는 모습이야. 장자 아들은 즈거 아버지만큼 그리 욕심이 많거나 심술이 있는 것도 아인데,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만 하다 보이 동네 사람들한테 욕도 참 마이 얻어먹었다 아이가. 그라이 지는 지 나름대로 그리 살 수밖에 없었던 기 억울한 측면이 또 안 있겄나.
장자하고 아들이 그러한 자신의 모습을 보믄서 무슨 생각을 했겄노. 죽으삐모 그 많은 재산이 무슨 소용이 있겄노 이리 생각 안 했겠나. 그런 마음이 들어야 정상 이이가. 그란데, 장자는 생각이 마이 다른 기라. 이기 다 그 망할 놈의 스님 때문이고 자기 메느리 때문이고, 마을사람들 때문이라꼬 여기는 기라. 이런 사람 앞에 서모 진짜 할말 없데이. 마 상대도 하기 싫은 거 안 있나.
자기들의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본 두 영혼은 다시 지붕 위로 올라와가 또 무심한 표정으로 앉았느데 말이다. 그란데 저쪽에서 구렁이 두 마리가 서서히 이쪽으로 헤엄을 치고 오는 기라. 아이고 그 생긴 모습을 직접 봤시모 기절초풍을 했을 낀데, 생긴 모습이 징글징글하고 무시무시한데 야들이 장자 부자한테로 오믄서 입을 쩍! 그라이 날카로운 송곳니가 번쩍하는데, 그거에 한번 찔리모 배에 커다란 구멍이 날 정도가 아이겄나. 그라이 이미 영혼이 된 상태지만도 아버지와 아들 두 영혼은 겁이 덜컥 났던 기라.
그래서 후딱 잎이 무성한 미루나무 가지 사이로 들어가 숨었지. 가마이 보이 이 구렁이들이 집안으로 헤엄쳐 내려가는 거야. 가만, 저 구렁이들이 집으로 가모 자기들 시체가 있는 걸 발견할 끼고 그라모 그 몸을 잡아먹으삐모 나중에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영원히 이 늪에서 영혼으로 떠돌게 될 끼라고 생각하이 겁이 덜컥 났던 거라.
장자하고 아들은 이래가 안되겠다 싶어가 구렁이를 뒤따라서 헤엄쳐서 갔지. 아이고, 사랑채로 들어간 큰 구렁이가 보석함을 끌어안고 있는 장자의 몸을 보더이, 이기 웬떡이고 싶어가 몸을 칭칭 감고 잡아먹을라고 또 입을 쩍!
‘아이고 이대로 구렁이 밥이 되나’ 싶어가 장자는 앞뒤 생각 가리지 않고 고마 구렁이한테 돌진한 기지. 입을 쩍 벌리고 있던 구렁이도 뭔가 이상한 낌새를 차리고 고개를 돌리보이 먹잇감하고 똑같이 생긴 영혼이 막 달리오는 기야. 이거 머꼬 하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장자 영혼이 구렁이 몸속으로 수욱! 하고 들어가삐네.
희한한 일이다, 그자. 그라이 갑자기 구렁이가 몸을 뒤틀고 요동을 치믄서 고통스러워 하는 기라. 그 때문에 사랑채 벽이며 지붕이며 싹다 무너짔삤지. 전쟁터 폐허가 따로 없을 정도로 변해버린 기라.
장자 아들도 마찬가지 아이겄나. 작은 구렁이가 지 몸을 먹을라 칼 때 아들이 구렁이 몸속으로 들어가버린 기지. 그런데 장자 구렁이와는 다르게 이 아들 구렁이는 요동치는 거 없이 고마 몸이 기운을 잃고 서서히 아래로 가라앉아삔다 아이가. 이기 무신 일이고. 내 생각에는 말이다, 아매도 아들 영혼이 장자만큼 모질지 못했거나 아이모 구렁이와 영혼 궁합이 안 맞았다든가 머 그렇지 않았겠나.
장자 구렁이는 그런 아들 구렁이를 보믄서 눈물을 펑펑 흘리는데 아무리 나쁜 놈이라 캐도 이 장면 보모 맴이 좀 짠해진다 아이가. 자기 아들 영혼마저 구렁이 몸에 같히가 죽게 됐으이 얼매나 원통했겄노. 그 슬픔, 그 괴로움, 그 분노… 장자는 온 늪이 출렁일 정도로 몸부림을 칬다 아이가.
장자 구렁이는 자기 아들이 구렁이 몸에 갖혀 소멸되는 것을 보고는 독하게 마음을 먹었지. 이 구렁이의 영혼을 지배하고 구렁이의 수명만큼 살게 된 이상 자신을 이렇게 만든 세상에 대해 해코지하고 복수할 일념에 사로잡힌 기지. 장자 구렁이는 아들 시체하고 아들 구렁이 사체를 마을 우물이 있던 곳에 넣고 돌로 메워가꼬 무덤으로 썼는 기라.
그리 하루가 가고 다음날이 되이 하늘은 언제 그랬냐 하드끼 화창하게 변했지. 마을을 가득 메운 물은 조금씩 빠지다 멈차가 늪을 이루게 됐고. 마을 사람들은 물이 완전히 빠지모 다시 집으로 돌아갈 끼라꼬 생각을 했는데, 비가 그치고 며칠이 지나도록 물은 빠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기라.
그렇게 또 매칠이 지났지. 마을 사람들은 물이 더는 안 빠지겠다 싶어가꼬 늪 인근에다가 다시 집을 짓고 살게 됐는 기라. 마을 사람들도 인자서야 정신을 차리고 이웃에 누가 없어진 사람 없나 살피보게 되고 그랬는데, 물난리 나던 마지막날 메느리를 구해가 같이 산으로 피신하던 돌쇠라는 친구 안 있나. 그때 큰 나무가 우지끈하고 넘어지는 바람에 메느리하고 헤어지게 됐는데, 그 후로 한시도 빠지지 않고 즈거 아씨 마님을 찾으러 댕깄다 아이가.
그란데 산에도 없고 새로 마을이 형성된 곳에도 없으이 물에 빠져 죽었는가 싶기도 하고 오만 생각이 다 들었는 기라. 마을 사람들은 메느리뿐만 아이라 장자도 안 보이고 장자 아들도 안 보이니까네 걱정이다 싶으믄서도 물난리에 피신하지 못해 죽었을 끼라고 생각하이 천벌받았다 싶기도 하고 그랬다 아이가. 그라믄서 또 어떤 얘기들이 오가는 줄 아나?
“열흘이 지나도 이리 나타나지 않은 거 보모, 장자 가족이 이번 물난리에 변을 당한 기 틀림없다 쿠이.”
“에그…, 쯧쯧! 그 많던 재산 한 개도 쓸 줄 모르고 모으기에만 애면글면하더이 결국 저리 된 거 아이가.”
“바라바라, 우리 물속에 잠긴 장자 재산, 조금씩 건져내가 쓰모 어떻굿노? 금은보화가 곳간에 가득 들어 있다는 소문이 사실이라면 말이다. 우린 인자 고생 안하고 여생을 팬안하이 살 수 있는 거 아이가?”
“하기사 주인도 없어진 마당에 장자 재산은 먼저 차지하는 놈이 임자 아이가!”
이런 이바구가 오가던 어느날 두 사람이 뗏목을 만들어가 늪으로 들어갔다 아이가. 두 사람은 장자 집이 있던 위치까지 노를 저어 가서는 웃통을 벗고 물속으로 뛰어들었지. 마침 아침 햇살이 강해서 물속 깊은 곳까지 비치니까 장자 집을 쉽게 찾았는 기라.
‘저기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한테 수신호를 하고 함께 헤엄쳐서 내려갔지. 장자 집에 거의 다다랐을 때야. 두 사람은 뭔가 이상하고도 섬뜩한 기운을 동시에 느끼고는 마주봤지. ‘이 느낌 이거 뭐지?’ 물이 차가워서 그런건가 생각도 들고, 그라믄서도 장자가 모아놓은 금은보화를 손에 쥘 걸 생각하이 마음이 설레기도 했지. 그래가꼬 한 사람이 앞서고 또 한 사람은 뒤따라 손을 뻗어 내려가려는 찰나였지.
이 사람은 뭔가 쌔한 기운을 느낀 거야. 갑자기 등짝에 냉기가 생기믄서 온몸에 소름이 쫙 돋는 거를 느낐지. 그래서 서서히 몸을 돌렸는데, 아이구마야. 그래, 예상했던 그 장면이 벌어진 거지. 상상이 돼? 장자의 기왓집 위 물속에서 한 사람은 헤엄을 쳐서 내려가고 있고 한 사람은 거대한 구렁이와 딱 마주쳐서 있는 모습. 이 다음 이야기는 어떻게 벌어질까. 다음 주에 봐.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