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텔링)창녕 영산 장척호에 얽힌 전설
오늘은 이 할배가 바쁜 일이 있어가꼬 이바구를 짧게 해야겠다. 지난주에 마을 사람이 장자 재산을 어찌 함 해볼라꼬 물속으로 들어갔다가 등에서 섬뜩할 정도로 차가운 촉감을 느끼고 고개를 돌맀다 캤제? 이 양반 우예됐겄노? 마, 상상이 가제?
느거 뱀 얼굴 가까이서 본 적 있나? 으이구야, 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네. 그런 뱀 얼굴이, 그것도 자기 머리보다 세 배나 큰 구렁이가 세로로 길쭉한 파충류 눈을 뜨고 들이대는데 안 놀라모 사람이 아이제.
장자가 가마이 보이, 이 친구 지난 겨울부터 수시로 찾아와가꼬 소작료 올리달라 카던 박서방인기라. ‘감히 내 재산에 눈독을 들여?’ 장자는 인간의 몸으로 살았을 때의 그 심뽀가 슬슬 도지기 시작했지. ‘음, 그러면 앞서 헤엄을 쳐서 가고 있는 저놈은 필수 김서방이렷다.’ 장자가 살아있을 때 두 양반이 늘 한 세트로 찾아와서는 소작료가 낮다, 자기 논 돌려달라 하며 여간 귀찮게 했어야지. 그래서 모를 리가 없지.
장자구렁이는 박서방의 몸을 친친 감기 시작했어. 징그러운 거는 둘째치고 몸을 감을 때마다 꽉 죄어오는 데 숨을 참을 수가 있어야지. 부룩~! 커다란 물거품이 박서방 입에서 빠져나와 올라갔지. 빨리 수면으로 올라가서 숨을 쉬지 않으면 죽을 수밖에 없는데,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구렁이가 놔줘야 말이지.
쫙~! 장자구렁이가 커다란 입을 벌리고는 박서방을 한입에 콱 물었삤으이 박서방이 살 방도는 없었던 기라. 장자구렁이는 박서방을 입에 물고 물속 자기가 거처하던 사랑채에다 넣고 다시 천처이 몸을 갈지자로 헤엄을 쳐서 김서방한테로 또 안 갔더나.
김서방은 장자가 기거하던 사랑채를 확인하고 물위로 올라갔지. 너무 오래 숨을 참고 있었거든. 그런데 물위로 올라와서 보이 박서방이 안 보이는 거라. ‘이 친구 아직도 물속에 있나?’ 그리 생각한 김서방은 다시 크게 숨을 들이키고는 물속으로 들어가 사랑채가 있는 곳으로 안 갔더나. 들어가면서 주위를 두리번거렸는데, 박서방이 여전히 안 보이니까 이상하다 생각했겄지. 하지만 지금 친구가 문제겠나. 사랑채에 수북이 쌓여 있을 보석을 생각하면 절로 기분이 좋아지는데. 힘차게 손발을 저으니 금세 사랑채에 도착했지.
지붕이나 벽은 뭐 박살이 나서 고대광실 기와집 형체는 찾아볼 수 없는데, 집안은 그런대로 원형이 보존된 듯하거든. 약하긴 하지만 햇빛도 비치고 해서 영 분간하지 못할 정도는 아이라서 보석함을 찾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진 않았지. 보석함 쪽으로 헤엄을 쳐서 손을 쭉 뻗으맨서 ‘오늘 이 김서방 팔자 피는 날이구나’ 생각했지. 속으로 얼마나 쾌재를 불렀겠어? 이게 다 자기 꺼라고 생각하이 마 기분이 좋아 죽겠는 거라.
그런데, 보석함 두껑을 막 열라쿠는데, ‘끼익~’ 뭔가 뒤에서 이상한 소리가 난 것 같은 거라. 머꼬 싶어서 고개를 돌리보이 방구석 쪽에 사람의 형체가 벽에 기대앉은 거 맹키로 해가 있는 거야. 오싹. 겁이 덜컥 나서 고마 보석만 챙기고 퍼뜩 올라갈까 싶었는데, 갑자기 안보이던 박서방 생각이 났던 거라.
그래가 가만가만 사람 형체가 있는 쪽으로 헤엄을 쳐서 갔지. 1미터쯤 가까이 갔나, 화들짝. 김서방은 하마터면 너무 놀란 나머지 물속에서 고함을 칠뻔했지 뭐야. 박서방이 눈을 뜬 채로 죽어 있거든. 놀란 모습의 그 표정이 빨리 도망가라고 신호를 주는 것 같기도 해. 김서방은 보석이고 뭐고 다 버리고 수면으로 도망쳐 나왔지. 거의 뗏목에 손이 닿을 듯 말듯한 순간이었을 꺼야.
뭔가 다리를 끌어당기는 느낌이 들었지. 갑자기 몸이 물속으로 쑤욱 끌려 내려가. 참았던 숨을 내뱉었는데, 물속에서 그랬으이 우예 됐겠노. 그 순간 물이 막 목구멍으로 벌컥하고 들어오이 정신이 하나도 없는기라. 그래도 머꼬 싶어서 고개를 숙이고 발밑을 보이, 자기 몸 열 배는 더 되어 보이는 커~다란 구렁이가 다리를 물고 있는 기라.
김서방 얼굴은 고마 새카맣게 변했지. 거대한 괴물한테 다리를 물렸으이 무슨 정신이 있겄노. 그란데 갑자기 몸이 붕 떠는 느낌이 들었지. 무슨 일인고 하이, 구렁이가 김서방 몸을 쌔리 집어던진 거였는 기라. 그래가 다시 물에 풍덩 떨어졌는데, 마침 뗏목 옆이라 퍼뜩 헤엄을 쳐서 뗏목으로 갔지. 가서 몸을 올려 뗏목에 배를 걸치고 다리를 올릴라 쿠는데. 뭣이 느낌이 없어. 다리가 하나 없는 거야.
아이씨, 이기 머꼬 하믄서 다른 다리를 올릴라 쿠는 순간, 또 그 구렁이가 나머지 다리를 물어삔 거 같애. 막 끌려들어가는 느낌이야. 김서방은 필사적으로 뗏목을 잡고 버텼는데, 그기 버틴다고 될 일이겄나. 몸에서는 힘이 빠져나갔제, 아침 햇살에 눈은 빙글빙글 돌제. 마 미치겠는 기라. 남은 다리 하나도 잘리 나갈 끼 뻔할 끼고. 이 괴물이 지를 고마 놔줄 리가 만무하고, 그라이 우짜겄노. 고마 구렁이가 하는 대로 지 몸을 맽기삔 기지.
햇살이 수면에 비쳐 유난히도 반짝거리는 날이었던 기라. 그렇게 늪은 다시 고요해졌고 동네도 조용했지. 김서방 아이 개똥이가 늪 가에서 즈거 아부지 옷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오늘은 요~까지만 하께. 담주에 봐, 안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