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장자늪 구렁이의 저주(5)

(전설텔링)창녕 영산 장척호에 얽힌 전설

by 무한자연돌이끼

오래 기다맀제? 이 할배가 요새 마 엄청시리 바빠가꼬 전설텔링 이바구할 시간이 밸로 없다 아이가. 미안하데이. 근데 말이다, 궁금한 기 있는데 이 할배 이바구 쫌 재미는 있나? 할배는 이 전설을 책으로 보고서는 오만 상상을 다 했더라 아이가. 그래가꼬 실제로 창녕 영산에 있는 전설의 진원지인 장척 늪을 찾아가기도 하고 안 그랬더나. 물속을 디다 봤는데, 진짜로 아직까지도 장자구렁이가 사는 거 맹키로 물속이 시커먼기 으스스해가 소름까지 돋더라고. 그래, 언제 시간 나모, 아이다 차 몰고 댕길 만큼 크모 함 찾아가 봐래이.


해가 중천에 걸리니까네 김서방 처가 두 살짜리 늦둥이를 업은 채로 점심 준비를 하고 있었는 기라.


“이 인간이 새벽 댓바람에 어딜 간다 말도 안하고 집을 나가더마는 우째 아직도 감감무소식이고?”

“개똥이 아부지도 새벽에 나가 여태 소식이 없는 거가? 우리 막동이 애비도 새벽에 나가서는 아직 안 돌아왔는데.”


그때 삽작거리에서 개똥이가 부리나케 달리오는 기라.


“엄마, 엄마!”

“야가, 와 이리 호들갑이고! 좀 얌저이 댕기라 안 캤나?”

“엄마, 이거 바라, 이거 아부지 옷 아이가?”

“머라카노?”


개똥이 엄마가 개똥이 손에 든걸 자세히 보이 무명 저고리 겨드랑이가 한 뼘 정도 터진 것을 보이 즈거 남편 끼 맞는 거라. 개똥 어멈은 순간적으로 정신이 아찔해지삤지.


“엄마, 늪에 뗏목이 있던데, 거기 물가에 이기 있더라꼬. 아부지 꺼 맞제?”


개똥이 엄마는 갑자기 불안해지기 시작하는 기야. 그런 엄마 얼굴을 보이 개똥이 맴이 어떻겠노. 야도 즈거 아부지가 잘못됐는갑다 생각하이 갑자기 눈물이 펑펑 쏟아지는 기라. 그라더마는 막동이 엄마를 돌아보믄서 또 울먹거려.


“엄마야, 거게 아부지 옷만 있는 기 아이고… 다른 바지저고리도 있던데…”


그 말을 들은 막동이 엄마도 가슴이 덜컷 내리앉았지.


“개똥아, 거가 어데고? 가보자. 어여 앞장 서라, 어서.”


그 말이 떨어지자 무섭게 개똥이는 막 달리기 시작했는 기라. 개똥이 엄마하고 막동이 엄마도 꼭 달리기 시합이라도 하득기 막 달리는 거 있제. 느거 진짜로 이 세 사람이 달리는 거 봤시모 올림픽 선수들인가 싶었을 끼다.


그래가 단숨에 늪가에 도착하이, 땟목이 늪가로 밀려와 있는 기야. 거기에는 박서방 꺼로 보이는 바지저고리가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는데, 뗏목 한쪽에는 핏자국이 있다 아이가. 길게 여덟 줄이 나 있는데, 그 피가 응어리져 있는 곳에 손톱도 두어 개 있고…. 아이고 너무 끔찍해가 이 할배가 말을 더 못 잇겄다. 잠깐만 기다리바라. 숨 좀 돌리고.


이는 필시 뭐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기다 싶으이 개똥이 엄마도, 막동이 엄마도 마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아삔 기라.


“이기 무신 일이고? 이 일을 우짜노?”

“아이고, 개똥이 아부지요, 이기 어찌된 일인교?”


두 아줌마는 즈거 남편이 혹시 늪 근처 어디엔가 다쳐서 쓰러져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가 이 끝에서 저 끝까지 몇 번이나 왔다갔다 안 했겠나.


“막둥이 아부지요!”
“개똥이 아부지요!”


아무리 부른다꼬 대답이 있겠나. 개똥이 엄마는 그런 와중에도 개똥이 시켜서 관아에 가서 아버지가 늪에서 실종됐다꼬 신고하러 보냈는데, 해가 넘어가이 나졸이 찾아온 기라. 개똥이하고 막동이 엄마는 얼마나 지쳤는지 얼굴이 말이 아닌 기라.


나졸은 두 사람한테서 자초지종을 듣고 뗏목을 살펴봤지. 딱 보이 이기 예삿일이 아닌 기라. 그 나졸은 바로 관아로 돌아가가 이방한테 지가 들은 대로, 본 대로 설명을 했지. 이방도 나졸 이야기를 딱 들어보이 이거 심상찮은 살인사건이거든. 이방도 후다닥 현감한테 가가 사건의 정황을 보고하고 이거는 수사를 해야 한다꼬 강력히 주장을 했지.


“사또, 얼마 전에 큰 비로 늪이 된 마을에 장정 두 사람이 실종된 사건이 발생했는데예, 나졸을 보내가 살펴 보이, 누군가 한테 피살되가 시체가 유기된 거 같습니다요. 이거 아무래도 본객적으로다가 수사를 해야 될 꺼 같십니더.”

“그래요? 그라모 형방하고 같이 사건 내막을 잘 살피가 꼭 범인을 잡아들이소.”


그리 해가 다음날에는 장자늪 실종사건에 대한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이 안 됐더나. 나졸 몇 명은 배를 타고 늪을 살폈는데, 장대로 늪 바닥을 감지하믄서 이동을 했지. 혹시나 범인지 시체를 물속에다 버렸나 싶어가 안 그랬겠나.


배가 늪 가운데로 갔을 때 갑자기 배가 파도에 일렁이는 거 맹키로 막 흔들려. 나졸 한 명이 뭐라고 소리를 치네.


“봐라, 봐라. 방금 배 아래로 뭐가 이상한 기 지나가는 거 못 봤나?”
“글쎄, 자세히는 못 봤는데, 뭐가 쓰윽 지나간 느낌이 들긴 했어.”

“그렇제? 맞제?”

“우악! 저, 저기 머꼬?”
“오데? 어, 저거 구렁이 아이가?”

“진짜네. 무신 구렁이가 이리 크노?”
“빨리 나가자. 이리 있다가는 클 나겠다.”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에 배가 물에서 높이 솟구치더마는 고마 내동댕이를 친다 아이가.


“아악!”


숲을 탐색하던 나졸들이 이기 머꼬 싶어가 소리가 난 쪽으로 안 달려갔더나. 그라이, 이거는 머 보고도 믿기지 않는 장면이 펼쳐지고 있다 아이가. 커다란 구렁이가 배를 뒤집어 놓고는 헤엄쳐 나올라 쿠는 나졸을 물더마는 이리 내동댕이치고 저리 내동댕이치고 진짜로 눈뜨고 못 볼 광경인 기라.


“머꼬, 저기? 무슨 구렁이가 저리 큰 기 있노?”

“와, 이거 미치겠네. 우야믄 좋노?”

“일단 창을 함 던지보자.”

“구렁이가 저리 큰데 창 던진다고 꿈쩍이나 하겄나.”
“그렇다고 가마이 구경만 할 수는 없다 아이가?”

“괜히 화를 돗가가 우리한테까지 해코지하믄 우짜노.”

“우짜기는 지기야지. 우리는 관아에서 녹을 먹는 무사 아이가! 무사가 겁을 내가 되겄나?”


나졸들이 고함을 치믄서 한꺼번에 구렁이를 향해서 힘껏 창을 던졌는 기라. 여러 창이 구렁이 근처 물속으로 퐁퐁하고 빠지고 그나마 한 개는 구렁이 몸을 정확하게 맞찼는데…, 팅! 하고 튕기나가삐는 기라. 그라이 구렁이가 이기 머꼬 싶어가 늪가 쪽으로 보이 나졸들이 떼로 몰리와가 머라머라 캐쌌거든. 장자구렁이는 콧방귀를 흥하고 뀌고는 입에 물고 있던 나졸을 늪가로 휙 던져버리는 거라.


피투성이가 된 나졸이 거의 신음소리도 못내고 죽으니까 이 광경을 지키보고 있던 나졸들이 고마 기겁을 하는 기라. 뒤늦게 도착한 이방하고 형방, 추가로 더 따라온 나졸들도 이 광경을 목격하고는 고마 겁에 질리가 후덜덜 다리를 떨믄서 꼼짝도 못하는 거야.


“무신 저런기 있노? 바라 형방, 저거 우리 보고 있는 거 맞제? 우리한테 올 꺼 같은데. 이거 우째야 되노? 야, 나졸들 저 구렁이가 뭍으로 못 올라오거로 막아라.”


이방이 소리를 쳤지만 나졸들도 엄청 겁을 먹은 상태라 누구 하나 나서는 사람이 없는 기라.


“머하노? 저기 이쪽으로 오고 있다 아이가? 막으라꼬! 막으라 카이!”


이방이 소리치까 창을 든 나졸하고 방망이를 든 나졸들이 엉거주춤 하믄서 주섬주섬 앞으로 가가 서긴 섰는데, 그 모양새가 참 이것들이 억울한 백성 뚜디리 잡을 때 그 기세등등하던 나졸들이 맞나 싶을 정도라 카이.


장자구렁이가 늪가로 미끌어지듯 헤엄쳐 나와보이 창을 들고 방망이를 들고 엉겨들라 카는 모습이 참 가관이거든. 고마 한주먹 거리도 안 되는 것들이 싶어가 고래고래 고함을 안 칬겄나. ‘야 이노무 새끼들아, 요게는 내 땅이라꼬! 그라이 퍼뜩 나가라꼬!’ 이리 말하고 있는데,


“크악! 크~악!”

part3-c.jpg


입밖으로 나오는 소리는 고마 크악크악뿐인 기라. 그래도 거대한 구렁이가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놓고 위협을 가하이 나졸들은 겁을 먹고 뒷걸음질을 칠 수밖에 없는 기지.


“물러서지 마라! 이 새끼들아, 물러서지 말라카이!”


이방이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믄서 나졸들이 물러서지 못 하구로 뒤에서 막아섰는데도 나졸들도 저 큰 구렁이 이빨에 한 번 물리모 바로 즉사할 낀데 싶어가 주춤주춤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는 기라. 그란데 뒤에서는 이방이 자꾸 싸우라고 해쌌제. 이거 완전히 미칠 지경 아이겄나.


“야, 앞에 너그들 머하노? 창 갖고 구렁이 목을 찔러야지!”


앞에 있는 나졸들이 와 그걸 모리겄노. 너무 무스우니까네 함부로 창질을 못하는 거 아이가.


“그라모 이방 나리가 요 와가꼬 구렁이 목을 찔러보소. 내 창 줄낀께네.”


이방이 이 소리 듣고 뜨끔한 기라. 상황을 보이 구렁이한테 대들었다가는 모두 딱 죽기 심상인 기지. 이방이나 형방도 물리치라꼬 소리는 꽥꽥 지르고 있지만도 즈거도 겁먹고 뒷걸음치기는 매한가진데 뭐. 앞에 있던 몇몇 나졸들은 빨리 도망치지 못하다가 구렁이한테 물리가 죽어삐니까 인자서 마 난리가 난 기라. 이런 장면 좀 익숙하제? 제일 먼저 도망친 사람이 누겄노? 그래 이방하고 형방 맞다. 목숨 걸고 구렁이한테 엉겨들어라 쿠믄서 뒤에 물러나 있고, 또 위험한 께네 제일 먼저 도망치는 그런 부류 안 있나.


뭍으로 올라온 구렁이는 카악카악하믄서 나졸들을 공격했는데 말이다, 그럴 때마다 입에서 끈적끈적한 진액이 튀어나왔는데, 나졸을 옷에 묻으니까 치익~ 하고 녹아내리는 기라. 그걸 보이 나졸들이 어떻겠노? 고마 걸음아 날 살리라 쿠고 내빼는 기지.


그때 말이다. 뭔가 하늘에서 휙~ 하고 날아왔어. 사람들을 쫓아가는 구렁이를 딱 막아선 거지. 도망가던 나졸들이 멈춰서서 뭔가 싶어 고개를 빼고 봐. 몸을 감싸고 있는 하늘하늘한 천에 머리 위에는 불꽃이 둥그런 형상을 하고 있어. 공중에 떠서 구렁이에 맞서고 있는 이분은 바로!


“부처님께서 나투셨다!”


나졸들과 마을 사람들이 부처가 세상에 왔다는 소식에 기뻐하믄서 합장을 했지. 이제 살았다 싶은 거라. 구렁이도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라 쿠는데 앞에 뭔가가 갑자기 나타나서 길을 가로막으니까 어이가 없는 거라.

“크악! 머꼬 비키라!”

“아버님, 저예요. 이제 그만하시고 늪으로 돌아가세요.”

“아니, 니가 와 이런 모습을 하고 있노? 니도 그라모 그날 죽은 기가?”

“네, 스님이 일러준 당부를 잊고 아버님하고 서방님이 걱정 돼가 뒤돌아보았다가 고마 돌부처가 됐삤심더.”

“그 요망한 땡추가 우리 가족을 몰살시켰구나.”

“아닙니더, 아버님. 이기 다 우리 욕심 때문이라예.”

“듣기 싫다. 우리 재산을 노리는 사악한 인간들이 얼마나 많은지 니가 몰라서 그래.”

“그래도 애꿎은 살상은 멈추이소. 아버님께서 계속 이러시모 죄값만 자꾸 올라갑니더.”

“듣기 싫대도. 이 마을 인간들 모조리 죽이지 않으모 또 다시 내 재산을 훔쳐갈라꼬 호시탐탐 노릴 끼다.”

“일부 그럴 사람이 있겠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아버님 재산에 관심이 없습니더. 그라고 죽어서 이렇게 된 이상 그 많던 재산이 무슨 소용입니꺼? 인자 고마 하이소.”

“내 앞길을 막으모 니도 가만 두지 않을끼다. 어서 비키라.”


장자구렁이는 그리 말하믄서 머리를 디다밀어가 메느리 부처를 물러서게 하고는 또 사람들을 공격하는 기라. 메느리 부처가 다시 막아서자 인자는 메느리 부처한테 공격을 해.

“니가 진정 이런단 말이지. 이러면 니가 아무리 내 메느리라 캐도 인정사정 봐주는 건 없다.”


그라믄서 메느리 부처를 막 공격해. 메느리 부처도 처음에는 이리 저리 피하기만 하다가 인자는 어쩔 수 없다 싶은지 작심을 하고 공중으로 붕 오르더마는 머리에 있는 불꽃 하나를 떼어내 구렁이의 눈으로 튕겨 넣었는 기라. 와 안 있나, 무협영화 겉은 거 보믄, 손가락으로 돌 하나 튕기모 상대가 발라당 나자빠지는 장면, 딱 그런 위력이었는 기라. 그라이까 구렁이는 몸부림을 치믄서 막 괴로워해. 그때메 초가집 몇 채는 산산조각이 났지. 나졸들이 이때다 싶어가 구렁이의 목과 가슴에다 창을 막 찌르는 거야. 우야겄노. 구렁이도 이래가꼬는 지가 죽겠다 싶었는지 몸을 돌리가 갈짓자를 그리믄서 늪으로 돌아갔지.


멀찌기서 이모습을 보던 이방하고 형방이 쫓아와서는 하는 말이,


“구렁이를 쫓아라! 잡아서 죽여야 하느니라!”


그랬는데, 나졸 중 어느 누구도 그 말에 따르는 사람이 없어. 멀뚱멀뚱 이방만 쳐다보는 기지. 이방도 소리치다가 뭐가 좀 어색했는지 ‘죽여야...’ 하믄서 말끝을 흐리. 지가 했던 짓이 부끄러웠던 기지. 뭐 나졸들 앞에서 쪽팔리기도 했겠고.


장자구렁이가 거의 늪에 도착하자 메느리 부처가 말했어.


“아버님, 두 번 다시는 사람들 해치지 마이소. 황룡이 이런 일이 있을 줄 알고 절 부처가 되게 한 모양입니더. 아버님을 감시하거나 지키라는 뜻이겠지예.”


장자구렁이는 사람들을 제대로 응징하지 못한 게 분해서 ‘크악, 크악’하고 소리만 지르는 기야. 막아서는 메느리 부처를 어찌해버리고 싶었지만 불꽃을 튕기는 신통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보니 대항할 수도 없고 하니 순순히 말을 따르는 수밖에 없었지.


그 후로 두어 번 메느리 부처 몰래 슬그머니 마을로 들어가려다가 동북산 등성이에서 지켜보고 있던 메느리 부처한테 들키가 돌아가고 또 돌아가고 그라다가 나갈라 쿠모 또 메느리 부처가 막아설끼다 싶으이 결국 늪 속에서만 쭉 살게 된 거라.


그라이 우짜겄노. 장자구렁이는 지 재산을 탐내고 물속으로 들어오는 사람만 잡아다가 물속 동굴에다 가둬놓는 기라. 늪에 들어간 사람마다 실종이 된 께네 인자 아무리 장자 재산이 탐이 나더라도 목숨 잃을 끼 뻔하다 싶으이 아무도 물에 들어가는 사람이 없어. 그라믄서 이 늪에 요상한 소문이 나돌기 시작한 기라.


“니, 들어봤나? 장자늪에는 집채만한 구렁이가 있어가 사람만 들어오모 다 잡아묵는다 쿠데. 내가 전번에 우리동네 전기수한테 들었는데, 이 동네 옛날 옛적에 욕심꾸러기 이믄서도 심술꾸러기인 장자라는 사람이 살았는데 말이다….”


(끝)

keyword
작가의 이전글장자늪 구렁이의 저주(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