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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력감

너무 무기력하고 의미 없다.

by 디오니

너무나 찌뿌둥하고 피곤한 아침, 밤새 꼬르륵 소리를 듣지 못하도록

먹고 자고 눈을 뜬 아침.

야채샐러드를 2통이나 괜히 먹고 잤는걸.

어쩜 이미 구매할 때부터 내가 먹게 되리란 걸 알면서 냉장고에 넣어둔 거지.

지나치게 이른 저녁을 먹고 늦도록 밤을 밝히다 잠들면 새벽녘 꼬르륵 배고픔에 이른 아침 눈을 뜨고

샌드위치라도 만들어 먹을 수 있었는데.

그득한 속이 불편하기만 하다.


주춤주춤 오던 비가 그친 아침은 완전 가을빛, 가을 하늘이다.

뽀송하게 빨래를 해서 널어둔다.

15분이면 상황마무리되는 청소.

세탁기가 해주는 빨래.

이후 찾아오는 적막함.

넘치는 시간만큼 무기력한 모습의 나.

태초부터 뭐 하나 세상에 태어났으면 이루고자 하는 욕망, 욕심도 없이

그저 태어났으니 대충 산다는 것처럼 살고 있어.


한 번 주어지면 누가 따라올까 열심히 일하지만

멈추면 세상을 포기할 것 같은 무기력함으로 살고 있는 나.

대체 왜 살고 있는 것인지.


직장 생활하면서 재테크, 요리, 육아, 글쓰기까지 자신의 다재다능함을 세상이 좁을쏘냐 펼치고들 사는데

지금의 난 그냥 고장 난 등대 같다.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아귀 같은 내 입하나 통제 못하고 내 뇌는 수명을 다하고 멈춘듯하다.

스스로 찾아서는 할 줄 모르는 난, 심각한 병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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