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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퉁이 꽃집

생동감 넘치던 그녀의 꽃집

by 디오니

어느 날, 무심히 지나쳤던 아파트 앞 도로 모퉁이에 있던 꽃집의 주인이 바뀌었음을 알았다.

자주 '출장교육 중' 팻말이 붙어있고 또 주인이 있다 해도 너무 엄격해 보이는 탓에 꽃을 구매하는 일은 없던 꽃집이었다.

낡은 무허가 건물에 자주 닫혔던 꽃집 문이 어느 날 활짝 열려있고 밖으로 진열된 크고 작은 화분들이 시원하게 물줄기를 맞고 있어 불어오는 바람에 생동감이 넘쳐나고 있었다.

도로까지 시원하게 쓸어준 물줄기가 정체된 주변을 환기시켜 주었다.


유치원생 남자아이 둘에게 시원하게 내지르는 목소리가 귀염성 있는 외모와는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화초 키우기를 좋아하지만 실패가 잦은 나는 일단 꽃집의 활기와 주인에게 관심이 생겨 들어가 보았다.


첫인상은 예쁜 얼굴은 아닌 것 같은데 초롱초롱하게 반짝이는 두 눈이, 붉은 볼이, 땋은 머리가, 시원스러운 성격이 캔디나 하이디를 생각나게 해 단숨에 좋아져 버렸다.


유치원생 아들 둘을 키우며 밤늦도록 꽃집의 불을 밝히며 꽃을 돌보던 그녀는 새벽엔 격일로 우유배달을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어차피 잠으로 소비되는 시간, 짧고 굵은 잠을 자고 이른 새벽 맑은 공기를 마시며 자신이 맞이하는 그 아침이 살아 쉼 쉬는 것 같아 너무 좋다고 했다.


모퉁이에 밤이 늦도록 꽃집의 불을 켜두어 밤길에 안심도 되고, 지나가던 학생들도, 분갈이하는 할머니들도, 장바구니를 내려놓고 이것저것 화분을 들어가며 대화하는, 꽃집 앞에는 뭔가, 들러보고 싶은 활기가 있었다.


나는 퇴근길 자주 그녀의 꽃집에 들러 이야기를 나누었고 화초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한 해 두 해 지나며 세상살이에 대한 사적인 대화로 이어졌다.

나는 쌓여가는 직장생활의 한탄을 참 많이도 쏟아놨었다.

20대의 꽃집주인은 고단한 삶의 이야기를 지닌 인생사도 있었지만 오뚝이 같이 튕겨 오르는 그 밝음으로 어둡던 내 마음을 비춰주고 함께 공감해 주었다.


가게를 비워줘야 해서 어느 날 그녀는 다른 동네로 이사를 갔다.

도로 모퉁이 그녀가 있던 꽃집은 다시 예전의 '닫힌 문'이었던 꽃집으로 돌아왔다.

더 이상 밤이 늦도록 불이 켜져 있지도, 문밖에 늘어선 화초에 생기가 있지도, 그저 조용한 꽃집으로 돌아왔다.

그녀가 있어 생동감 넘치던 모퉁이 꽃집이 그립다.


새로 오픈한 그녀의 꽃집을 찾아갔다.

그냥 딱 봐도 알겠다. 그녀의 꽃집인지.

그새 동네 할머니 손님들이 늘었고 멀리서도 단골들이 찾아온다며 좋아했다.

붉은 볼에 초롱초롱한 두 눈빛이, 길을 밝히고 있나 보다.

새롭게 둥지를 튼 골목길에 밤이 늦도록 불을 밝히는 그녀의 꽃집.

꽃집주인은 여전히 새벽에 우유배달을 한다.

세상의 아침을 여는 게 좋다는 그녀는 꽃보다 화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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