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쑥스러워요
연습이 필요한 메시지 전달하기
엄마. 어머니.
5남매를 키우는 엄마의 손은 늘 바빴어요.
어쩜 저리도 빈틈없이 하루를 보내실까 생각했어요.
키우느라 바쁜 만큼 자식에 대한 애착도 남달랐는데 잔소리로 돌아오는 애정이 문제였어요.
엄마의 설정기준은 높았고 따라주는 자식은 없었어요.
잔소리 속에 기가 죽고, 남편복 없는 년은 자식복도 없다던 엄마의 말이 기억납니다.
우리 5남매는 열심히 일하신 부모님 덕에 걱정 없는 학창 시절을 보냈지만 따스한 말, 칭찬과 격려 같은 메시지는 잘 모른 채 성장했어요.
엄마의 사랑은 몹시 아픈 날에도 꾸역꾸역 일어나 따스운 밥을 하고 국을 끓이고 반찬을 챙겨주며 어서 먹어라로 표현됩니다.
그럼 나의 사랑은 제발 아프면 그냥 좀 있으라고, 알아서 챙겨들 먹는다고.
본인 몸을 살피지 않는 엄마에게 짜증을 내며 잔소리를 늘어놓습니다.
엄마 이렇게 아픈데 마음은 고마운데 알아서 챙길 테니 쉬세요. 뭐 드실래요?
곱디고운 말은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합니다.
나는 절대 아이를 낳아 키우면 엄마처럼은 안 할 거야. 아프면 아프다고 좀 챙겨 먹어라 해야지 결심했어요.
난 엄마와 반대로 행합니다.
같은 말 두세 번씩 안 하기, 맛있는 거 있으면 나부터 한입 먹기, 말도 마라 옛날에로 시작 안 하기, 과거 되짚지 않기, 대신 칭찬과 걱정은 구체적으로 열심히 하려고 했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은 내게 말합니다. 칭찬도 걱정도 좀 성의 있게 하라고.
작은딸이 방 치워주면서 잔소리할 거면 치우지 말라고 하는 말이 맞아서, 말없이 치워주다 화가 치미는 날엔 방문을 쾅 닫고 밖으로 나오지 말라고 소리 지릅니다.
뭐, 김창옥 강사님이 기다리는 미국엄마처럼 안 치워주고 잔소리 안 하고 그저 아유오케이? 정도만 하면 서로 좋을 것을 생각도 해봅니다.
그래도 나름 성공은 했는지 서로 배려하고 칭찬하고 존중하는 가족분위기가 되어갔습니다.
엄마는 칭찬에 인색했는지 아님, 칭찬이 쑥스러우셨던 건지.
이제 팔순이 가까운 엄마는 언제부턴가 전화를 걸면 " 딸, 전화 줘서 고맙다 ", " 너희들이 있어서 내가 좋다", " 사랑한다". 늘 해봤던 거 마냥 자연스레 말씀하십니다.
한여름의 기운이 빠진 엄마는, 많이 부드러워졌습니다.
문제는 내 아이들에게 나는 표현을 잘하면서도 엄마에게는 '엄마, 사랑해요'를 잘 못하겠어요.
엄마에 대한 표현에 인색한 게 아니고 지난날의 엄마처럼 나도 쑥스러워서인 것 같아요.
무릎인공관절 수술로 3주째 입원 중이신 엄마의 무릎을 부드럽게 만져주고, 따스하게 눈 맞춰주고, 아픔을 들어주는 것으로 나는 사랑을 표현합니다.
표현에도 연습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