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 좋게, 예쁘게
보기 좋게 널린 빨래를 보면 행복해져요.
며칠 동안 비가 내린다.
그렇다고 세탁물이 안 나오는 것도 아니고.
수건만 해도 하루 몇 장인지.
종류별 빨래를 해서 어떻게 하면 덜 꿉꿉하게 말릴 수 있을까 궁리해 본다.
얇고 가벼운 것과 살짝 도톰한 것을 교대로 널어본다.
그래도 색상은 비슷하게 맞춘다.
빨래를 건조대에 모두 널어놓고 한 발짝 떨어져서 전체적으로 한번 살펴본다.
내 루틴이다.
비가 와서 선풍기도 틀어준다.
그래도 눅눅하다.
널어놓은 빨래에서 냄새가 나는지 가끔 맡아본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더없이 높은 푸른 하늘에 쨍한 가을빛, 불어오는 바람에 살랑살랑 너무 잘 말라
뽀송한 빨래를 하루 두 번도 했었는데.
딸들이 등교 시 신는 흰 발목양말은 손세탁해서 바로 널어도 잘만 말랐었는데.
잘 마른 세탁물에서는 볕냄새가 나고 행복했는데.
'볕냄새'는 어느 날 큰딸 현이가 "엄마, 우리 집 빨래에서는 볕냄새가 나서 좋아"했던 놀라운 말이 잊히지 않아서 나도 잘 마른빨래를 개킬 때는 "음~, 볕냄새"하면서 볕냄새라는 단어를 좋아하게 되었다.
햇살이 그리워진다.
대학시절, 자취집 옥상 빨랫줄에 손세탁한 빨래를 탁탁 털어서 널어주다 엄마 생각이 났었다.
엄마가 빨랫줄에 하나씩 펼쳐 널으면 난 엄마옆에서 하나씩 주워 들고 건네주었다.
엄마는 "아니 그 옆에 비슷한 색 옷을 줘"하시면서 빨래를 널어도 보기 좋게, 예쁘게 널라고 하신던 말씀.
참 그때는, 내 얘기하느라 흘려들었는데 자취시절 빨래를 널 때면 머릿속 어디에 저장되어 있었을까 싶게 튀어나와 벌써 손은 비슷한 류를 찾고 있었다.
이제는 내가 세탁기에서 하나 가득 세탁물을 들고 베란다로 가면, 늘 푸바오 얘기를 입고 달고 사는 작은 딸이 푸바오와 사육사의 이야기를 또 시작하며 빨래를 건네준다, 내가 널기 좋도록.
"영아, 빨래를 널어도 보기 좋게, 예쁘게 널어야 해. 외할머니가 엄마에게 말해준 거야"하면서.
작은 딸 영이는 "응"하면서 지겹지도 않은지 푸바오 스토리를 읊어댄다.
보기 좋게 잘 널려진 빨래를, 한발 물러나 바라보면 행복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