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집 접고 회사원이 된 그녀
모퉁이 꽃집 주인이었던 20대의 그녀가 30대가 되고 유치원생이었던 사내아이 둘은 초등학교에 다닌다.
새로 이사한 골목길의 꽃집은 꽃가게 안쪽에 작은 살림방이 딸려있어 집에 오가는 시간을 덜어주고 아이들을 돌볼 수 있는 환경면에서 기존 거주지보다는 나았다.
살짝 붉은 볼에, 초롱초롱한 두 눈이 너무나 매력적인 그녀가, 여전한 밝음으로 늦은 밤까지 불을 밝히고 있는 골목길 꽃집을 가끔 방문하며 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겨울날 저녁엔 가게에 비치해 둔 석유난로를 가운데 두고 마주 앉으면 석유난로 덮개 위에 쫀드기를 가득 구워줬다.
"불량품 같아도 얼마나 맛있게요" 하면서.
잘 구워진 쫀드기, 정말 단맛이 나며 맛있었다.
어느 날엔 칼을 가져와 오이를 길게 죽죽 잘라 놓으면서 고추장 찍어먹으면 맛있다며 건네주었다.
우유배달도 하고 바쁠 텐데 "진액을 담아 봤어요"하며 마늘 진액을 예쁜 병에 담아주기도 했다.
주변 이웃들과도 나눔을 잘하던 꽃집주인.
그녀와 지내는 시간이 난 정말 행복했다.
나보다 한참이나 어린 꽃집주인은 생각이 깊고 어른스러웠다.
그러다 작은 딸이 수술도 하고, 코로나에도 걸려보고, 직장생활도 바쁘고 하면서 뜸해진 발걸음에 문득, 꽃집의 그녀가 보고 싶어졌다. 잘살고 있겠지.
골목길의 꽃집이 없어졌다.
멀리 이사를 간 건가. 내 무심함이 아팠다.
근처 빌라로 이사도 했고 취직도 했단다. 회사원이 되었다.
흙을 만지는 느낌이 좋다고 장갑을 착용하지 않아 손이 거칠어지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분갈이를 하던 그녀가, 꽃집에 앉아있는 시간이 좋다고 늦은 시간까지 밤을 밝히던 그녀가, 꽃집을 접었단다.
아이들은 자라나고 안정적인 수입이 필요해서.
오랜만에 만난 그녀의 모습. 변함없이 밝다.
아이들에게 시원하게 내지르는 목청도 여전하고.
꽃집을 접어서 마음이 슬프진 않을까 염려했더니, 디귿자로 빙 둘러있는 베란다 빼곡히 제라늄이 가득하다.
특이품종을 수집 중이란다.
안심이 되었다.
그럼 그렇지.
말도 깊이 있게 잘하고 예쁜 그녀에게 글을 써보라고 권했다.
"글은 써보고 싶어요" 했다.
그녀 속에 깊게 들어앉아있는 이야기와 좋아하는 화초이야기 등, 내 이야기하느라 들어주지 못한 그녀의 이야기를 그녀가 써 내려갔음 참 좋겠다.
그녀가 쓴 글에서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