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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정현 Dec 08. 2023

제법 일하는 요령을 터득해 가고 있어요.

현금이 주머니에 쌓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대리운전을 한지 일주일이 지나니 제법 요령도 터득해 가고 있습니다. 오늘은 저녁 9시부터 새벽 3시까지 일했습니다. 


제 주머니를 열어보니 5만원 정도의 지폐가 꼬깃꼬깃 들어가 있습니다. 일하면서 지출된 택시비나 버스비를 제외하면 4만원, 여기에 회사가 가져가는 수수료 20%를 빼고 나면 3만원이 조금 넘는 돈입니다. 아직까지 요령이 부족한 탓도 있지만 계산해 보니 시간당 약 6,000원 가량의 돈을 벌었습니다. 


온몸이 피곤하고 눈은 쾡하게 들어갔습니다. 다시 내일은 일찍 일어나 다른 일을 찾아가야 합니다. 이것은 체험학습이 아니라 삶을 이어가기 위한 선택이기에 제 간절함은 여느때와 다릅니다.


지난 19대 국회 청년비례대표에 출마할 때 저의 슬로건은 '7만원짜리 국회의원'이었습니다. 이 돈은 평범한 직장인의 일주일간의 밥값이며 최저임금으로 하루 16시간을 일할 때의 주급입니다. 알바를 통해 생존을 이어가는 청년은 연간 200여만명이라고 합니다. 


출마 당시, 그렇게 살아가는 청년들의 고통을 진정으로 알았을까 반성해 봅니다. 아침 첫차를 타고 집에 돌아 올때, 버스 안을 가득 메운 청년들은 다름아닌 대리운전기사들이었습니다. 모두가 같은 눈을 한채 멍하니 창 밖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하나같이 희망을 잃은 표정들 뿐이었습니다.


오늘도 몇몇 선배 대리운전기사분들은 저에게 이렇게 젊은 사람이 왜 이런 일을 하고 있냐며 타박하십니다. 이런 일은 망하다 망하다 안되서 찾아오는 자리라고 하십니다. 누군가는 삶에 낙오한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라고 하십니다. 자연스레 당신들이 이 일을 하게 된 경위를 듣게 됩니다. 


어떤 분은 강제퇴직 후 번번한 일자리를 찾지 못해서,

어떤 분은 금융위기로 사업이 망하고 도망다니는 신세라서,

어떤 분은 직장에서 버는 돈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해서,

어떤 분은 아들에게 남들 다 하는 수학과외라도 하나 시켜주고 싶은데 

형편이 안되서 이 일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런 자리까지 내몰릴 수 밖에 없도록 만든 이 사회의 구조적 모순에 대해서는 누구도 말씀하지 않으십니다. 그저 한푼이라도 더 벌어서 더이상은 도태되지 말자는 절망적인 희망만 말씀하십니다.


대리운전기사님들은 대한민국의 평범한 가장이며 청년입니다. 하지만 이 분들은 대한민국 민생의 어두운 그늘을 그대로 안고 살고 계십니다. 무엇이 이 분들을 이 사회의 낙오자로 낙인찍은 것일까요? 무엇이 이 분들을 희망의 노동이 아닌 생존의 노동으로 절망의 길을 걷게 한 것일까요?


저는 여건이 나아지지 않는 이상 이 일을 계속 해야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을 기회로 삼아 민생의 가장 밑바닥을 온몸으로 느끼며 서민들의 삶 속에 놓여진 고민의 언저리까지 모두 들어볼 것입니다. 


결국 정치에 답이 있다는 평소의 소신을 상기해 봅니다. 그리고 정치가 우리 삶을 바꾸도록 하는 힘 역시 우리에게 있다고 믿습니다. 그러다보니 새삼 다가오는 대통령 선거는 저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만듭니다. 


이번에 뽑힐 대통령은, 그리고  대한민국의 정치는 국민들의 눈에 눈물을 흘리게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눈에 눈물을 닦아줄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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