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이 사라지고 책이 보이다.
대리운전 중 금릉역에 갇혔다. 곧 콜이 뜰거라 생각하고 거리 벤치에 앉아서 책을 읽었다. 그런데 한시간 반이 넘게 콜은 떨어지지 않았고 그 덕분에 이 책의 마지막 부분을 읽을 수 있었다. 마침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꼭 나누고픈 글귀를 발견했다.
"자신이 제공하려는 것에 비해 세상이 너무 어리석고 비열하게 보일지라도 이에 좌절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 사람, 그리고 그 어떤 상황에 대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라고 말할 능력이 있는 사람, 이런 사람만이 정치에 대한 '소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소명으로서의 정치, p. 234.)
정치인에게는 어떤 지도자가 되어야 하는지, 시민에게는 어떤 정치인을 선택해야 하는지, 이 글은 혼탁하고 급박한 정세 속에서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여전히 콜은 뜨지 않고 나는 벤치에 앉아 차디찬 밤공기를 이불 삼아 앉아있지만 이 글 덕분에 마치 보물지도를 발견한 기분이다.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