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운전을 하며 얻은 격언
노원에서 일산으로 가는 4만원짜리 대리운전 확정 콜이 떴다. 빨리 올 수 있냐는 연락에 비싼 택시비를 투자해서 가겠다고 했다. 일이 풀려도 이렇게 잘 풀리나 싶었다. 흥이 나서 콧노래를 불렀다. 택시를 잡고 고객이 있는 장소로 가서 전화를 하니 받질 않는다. 수차례 걸어도 안 받는다. 십분정도가 지나자 어떤 남자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시끄러운 노래소리가 들렸다. 고객이 아니라 룸살롱 직원이라고 소개했다. 손님이 예쁜 아가씨를 보더니 더 놀다가겠다고 했단다. 택시비 얘기를 했더니 벌점 신고하고 다음에 만원 더 받으란다. 또 만날 일이 없음을 알면서도 능청스레 웃으며 그런다. 나도 웃으면서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말하곤 전화를 끊었다. 일이 안풀릴 때는 좋은 일이 초입에 온거라고 생각하고 속상함을 달랬다. 다시 콜을 잡으려고 폰을 들었다. 민진씨에게 카톡이 왔다. 내가 지금 보고 싶다는 문자였다. 기분이 좋아졌다. 마침 내가 있는 곳에서부터 일산행 버스정류장까지 그리 멀지 않았다. 12시에 심야데이트를 하기로 했다. 곧 보자는 약속만으로 위로가 되었다. 지그시 퇴근하기 버튼을 눌렀다. 자유로워졌다. 일이 꼬일 때 좋은 일이 초입에 서 있다는 생각은 어김없이 들어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