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질문들

좋은 정치는 좋은 질문에서 시작된다

by 신정현

지난 5월, 나는 정당을 떠나 정치현장에서 잠시 물러섰다. 뉴스에는 한토막 영상으로 스쳐갔지만, 그 결정을 내리기까지 길고 깊은 고민이 필요했다.

나는 낡은 양당 정치의 틀을 넘어, 미래를 준비하는 제3의 길을 만들고 싶었다. 그 길이 무너진 정치의 희망이 되길 간절히 바랐고 모든 걸 쏟아부었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했고, 걸음을 멈춰야 했다.


이 후로 한동안 입을 닫았다. 글도 쓰지 않았다. 활동을 멈추고 사람도 거의 만나지 않았다. 아침엔 아이들의 등원을 챙기고 낮엔 일에 매달렸다. 밤이면 아이들을 재운 뒤, 어둔 골목을 천천히 걸었다. 반성과 성찰의 시간이 흘러갔다.


그러던 어느 날, 괴산군의회에서 강연요청이 왔다. <군정질의를 잘하는 법>에 대해 강의해 줄 수 있냐는 제안이었다. 나는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그 말속에 오랜 기억이 되살아났다.


'좋은 정치는 좋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이 말은 내가 정치를 하며 가장 믿었던 말이었다. 세상을 바꾸는 일은 언제나 ‘좋은 질문’에서 시작된다고 믿어왔다. 그래서 나는 침묵을 깨고 다시 펜을 들었다. 7년 전 첫 도정질의부터 내가 던졌던 질문들을 찾아 하나하나 복기했다. 도지사에게서 대답을 이끌어내기 위한 전략과 문장을 다시 읽었다. 오랜만에 머릿속이 또렷해졌다.


나는 강연장에서 만난 의원님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의원 한 사람의 입에는 수많은 시민의 삶이 담겨 있습니다.”


그 말을 내뱉는 순간, 지난 시간이 스쳤다. 그때 나는 주민들의 삶을 질문 속에 녹여내기 위해 밤을 새웠다. 도지사로부터 도민이 듣고 싶은 답을 얻기 위해 동료 의원들과 리허설을 하며 준비했다.


40분의 도정질의는 언제나 전투였다. 그러나 그 질문이 행정을 움직이고, 도민의 삶을 바꾸는 순간을 보며 정치의 의미를 느꼈다.


세 시간의 강의가 끝나갈 무렵, 한 의원님이 내게 말했다. “좋은 질문이 괴산군을 바꾼다는 말씀이 참 무겁게 다가옵니다. 오늘 배운 질문의 기술을 이번 군정질의에 담아보겠습니다.”


환하게 웃으며 피드백을 건네준 의원님의 한마디에 오래 잊고 있던 온기가 스며들었다. 정치는 여전히 가능하다는 믿음에서 오는 온기였다.


나는 깨달았다. 정치는 거창한 구호보다 좋은 질문 하나에서 시작된다. 그 질문이 사람을 바꾸고 사람이 세상을 바꾼다. 속초에서 일산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 창밖의 어둠에 비친 내 얼굴에 미소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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