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안는 아이들

봄마다 너희를 기다릴게

by 신정현

“산이 있어야 나무가 있고, 나무가 있어야 곤충이 있지.”

낙엽이 발끝에서 바스락거리던 아침, 새로이와 빛나라의 손을 잡고 산황산을 올랐다. 벨-데모크라시 행사에 초대받아 찾은 길은 가을빛이 고요히 깔린 생명의 낙엽길이었다.

아이들은 낯선 산길에서 돌멩이를 들여다보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하나에도 오래 머물렀다. 그 작은 손끝에서 이 산의 생명들이 살아 움직이는 듯했다.

길을 걷다 외딴 나무 한 그루가 눈에 들어왔다. 아이들과 나는 그 나무 앞에 섰다. 말없이 나무를 껴안았다. 거친 껍질이 볼에 닿았지만 이상하게 따뜻했다. 바람에 흔들리던 나뭇가지가 잠시 멈춘 듯했다.

“아빠, 나무가 말하는 것 같아.”
“응, 아빠도 그래. ‘나는 이 자리에서 살고 싶어.
봄이 오면 다시 너희를 만나고 싶어.’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아.”

빛나라는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괜찮아, 나무야. 다시 또 만나.”

그 순간, 숲은 아주 잠시 숨을 고르는 듯 고요했다. 아이들의 온기와 나무의 온기가 맞닿은 그 찰나, 나는 오래도록 잊지 못할 평화를 느꼈다.

잠시 쉬며 아이들에게 말했다.
“이 산을 없애고 골프장을 만들겠다는 사람들이 있대.”

새로이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럼 나무는 어디로 가?”

나는 거창한 대답 대신 아이의 손을 꼭 잡아줬다.

이 산은 누군가에게는 ‘개발의 땅’일지 모르지만 이곳에 머문 우리에게는 숨 쉬는 생명의 집이었다. 새로이가 들춘 돌멩이 아래로 곤충이 꿈틀거리고, 빛나라의 웃음이 바람에 실려 나뭇들 사이로 흘러갔다.

언젠가 이 아이들이 다시 이 산에 올라 이 나무를 찾아 안을 수 있으면 좋겠다. 그때에도 나무가 이렇게 말해주면 좋겠다.

“새로이, 빛나라야. 많이 기다렸어. 봄마다 너희를 기다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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