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콜이 꼬이는 날이 있다. 소위 '유배지'라 불리는, 돌아오는 길에 빈손이 보장된 외진 곳만 줄줄이 잡히는 그런 날 말이다. 오늘이 딱 그랬다.
회색빛 공장지대를 지나 끝도 없는 논밭길을 가로질렀다. 가로등 하나 없는 배달지에 도착하니 새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적막이 가득했다. 내비게이션마저 길을 잃는 너른 비닐하우스 단지 앞, 나는 식어가는 음식을 품에 안고 "배달 시키신 분!" 소리치며 어둠 속을 뛰었다. 마음 한구석엔 왜 이런 곳까지 와야 하나, 주소는 왜 이리 불명확하나 하는 투덜거림이 불쑥불쑥 올라왔다.
"여기예요, 여기..."
어둠 너머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렸다. 천천히 걸어오는 여성의 실루엣을 본 순간, 투덜대던 마음이 툭 멈춰 섰다. 다리가 불편한 그녀의 뒤로, 마찬가지로 몸이 불편한 남성이 서둘러 따라 나오며 그녀의 손을 꼭 맞잡았다.
나는 얼른 달려가 온기가 남은 봉투를 건넸다. "오시느라 너무 고생 많으셨어요, 정말 고마워요." 연신 고개를 숙이는 그분들의 목소리에는 미안함과 반가움이 섞여 있었다. 식당 하나 보이지 않는 이 고요한 마을에서, 배달 음식은 단순한 끼니가 아니라 기다려온 소소한 잔치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쳤다.
빈손으로 돌아갈 기름값을 계산하며 투덜댔던 내 모습이 차가운 밤공기 아래 부끄럽게 비쳤다. 내가 전한 것은 짜장면 한 그릇 혹은 치킨 한 상자였겠지만, 그것을 들고 뛴 나의 숨 가쁨이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세상과 연결되어 있다'는 온기로 닿았기를 바랐다.
차는 전혀 춥지 않으니 얼른 들어가 드시라는 말을 남기고 서둘러 차로 향했다. 한 콜이라도 더 잡으려 앞만 보고 달릴 때는 보지 못했던 풍경이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 지평선 너머로 내려앉는 노을이 유난히 붉고 따스했다. 내가 건낸 온기도 누군가의 식탁 위에서 저 노을처럼 번지고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