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하는 정치인?, 정치하는 배달라이더?

by 신정현

금요일 밤 10시. 배달 라이더들에게는 1분 1초가 수익으로 직결되는 '피크타임'입니다. 하지만 화려한 먹자골목의 풍경 이면에는 벌써 간판 불을 끄는 식당들이 보입니다. 가게 앞 의자에 앉아 깊은 한숨과 함께 담배 연기만 내뿜던 한 사장님께 슬쩍 말을 건넸습니다.


"사장님, 벌써 마감하세요? 한창 바쁠 시간인데요."

"그냥 닫으려고요. 팔면 팔수록 손해인데, 몸만 고대니 일찍 들어가는 게 낫지 싶어서."


사장님의 자포자기한 대답 뒤로 정적이 흐릅니다. 이건 단순히 경기가 안 좋아서 생기는 일시적 현상이 아닙니다. 최근 배달 플랫폼들이 도입한 'AI 변동 수수료'와 '할증 요금' 등이 만들어낸, '예상된 결과물'입니다.


2년 전, 수수료 파동 당시 '상생'을 외쳤던 배달 플랫폼 기업들은 이제 '피크타임 할증'이라는 교묘한 명목으로 자영업자의 마진을 잠식하고 있습니다. 2만 원짜리 치킨 한 마리를 팔아 배달비와 변동 수수료를 떼고 나면 사장님 손에 쥐어지는 건 고작 몇 천 원뿐입니다. 그렇다고 가격을 올리면 소비자가 지갑을 닫고, 주문이 줄면 저 같은 라이더들의 오토바이도 멈춰 서겠지요.


플랫폼은 이를 'AI 기반의 혁신'이라 부르지만, 현장에서 목격한 실상은 '약탈적 구조'에 가깝습니다. 생태계를 파괴하며 홀로 비대해진 포식자는 결국 먹이가 사라지면 굶어 죽기 마련입니다. 자영업자가 무너지고 소비자가 떠난 플랫폼 기업에 미래가 있을까요?


지난 2년, 정치는 당내 계파 갈등과 여야간 정쟁에 매몰되어 정작 골목의 절박한 비명에는 귀를 닫았습니다. 그러다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등 필수 민생 법안을 상임위에 방치했고 배달시장은 자영업자와 라이더를 지킬 최소한의 법적 보호막조차 없는 '무법천지'가 되었습니다.


이제 기업의 선의나 허울뿐인 협의체에 기대를 거는 단계는 지났습니다. 배달하며 만난 사장님들의 절박한 위기에는 실질적인 대안들도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배달시장의 을(乙)들의 요구는 세 가지로 수렴되었습니다.


첫째, '배달 수수료 상한제'를 도입하자는 겁니다.시장 자율에 맡기기엔 독점의 폐해가 이미 임계점을 넘었습니다. 신용카드 수수료처럼 소상공인이 감당할 수 있는 법적 상한선을 정해야 합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공생을 위한 시스템으로 이를 법제화하고 있습니다.


둘째, '플랫폼 알고리즘의 투명화'가 시급합니다. 배달료 산정 기준과 AI배차로직은 이른바 '깜깜이 장막' 뒤에 숨어 있습니다. 영업비밀의 방패 뒤에 숨겨진 AI의 블랙박스를 볼 수 있어야 합니다. 투명하지 않은 시장은 반드시 부패합니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시작은 정보 공개입니다.


셋째, '을들의 단체교섭권'을 보장해야 합니다. 업체의 일방적인 통보에 따르는 구조가 아니라, 자영업자와 라이더, 소비자가 대등한 위치에서 수수료와 서비스 조건을 협상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 부여되어야 합니다.


배달음식을 싣고 도로 위를 달릴수록 확신이 듭니다. 정치는 결코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는 겁니다. 가게 주방의 불이 꺼지지 않게 지키는 일, 라이더의 오토바이가 멈추지 않게 하는 일, 그리고 퇴근하는 아빠가 아이들을 위해 부담 없이 치킨 한 마리를 사 들고 갈 수 있게 만드는 일이 바로 정치가 할 일입니다.


서로를 벼랑 끝으로 미는 경쟁이 아니라 함께 살 길을 찾는 것이 정치의 본령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도 포장된 음식을 건네받으며 사장님들께 진심을 다해 인사를 건넵니다.


"사장님, 힘내세요! 많이 파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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