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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씨 Dec 12. 2020

퍼즐에서 벗어나기

퍼즐의 갯수만큼 큰 아이들

아마 아이가 돌이 지나고 나면 가장 손쉽게 사줄 수 있는 장난감은 블럭 말고도 퍼즐이 있다. 우선 블럭보다 가격도 저렴하고 일종의 모양맞추기로 아이가 즐겁게 할 수 있는 놀이이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4개짜리 과일, 동물 퍼즐부터 시작하다가 만화와 관련된 퍼즐을 사주게 된다.


그렇게 하나하나 쌓여가던 퍼즐들. 뽀로로, 후토스를 필두로 하여 타요, 폴리를 지나 미취학 이전의 가장 상위단계인 소피루비, 아이엠스타를 지나 직소퍼즐에 이르게 되는데...


문제는 블럭와 유사하다. 블럭 조각들이  무수히 섞이는 것처럼 퍼즐 조각도 무수히 섞이기 시작한다는 것. 행여나 판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 허접한 퍼즐을 샀을 때는 거의 혼돈의 막바지에 이르게 된다.


처음에 샀던 퍼즐, 그러니까 10년 전에 첫째가 갓 돌이 지났을 때 샀던 후토스 퍼즐. 어린 나이에도 퍼즐을 잘 맞춘 까닭에 우리 아이가 천재가 아닐까 기대를 품게 해줬던 퍼즐이다. 중간 중간 퍼즐들이 너덜너덜해지고 몇 조각이 사라지긴 했지만 손때만큼 마음때도 많이 묻어있는 퍼즐이다.


거의 11년 묵은 희귀템입니다. 첫째와 동갑.

그랬던 퍼즐을 이사를 다닐때마다 가장 큰 장난감 박스에 꾹꾹 눌러담았더랬다. 그리고 이제 버리기 위해서 그 마의 상자를 열었다. 두둥.


이거 어쩔거야....

이시다닐 때마다 항상 아까워서 다른 짐 정리하기도 바쁜데 한 곳에 꼿꼿이 앉아서 이걸 분류하곤 했다.


아직 우리 둘째 아이가 가지고 놀지도....
(그냥 너의 미련인게다...)


그랬던 퍼즐들이었다. 한번 집의 짐창고에 들어가면 여간해서는 나오지 못하는 신세가 되어버렸던, 나의 아이들과 함께한 역사를 가진 그 이름은 퍼즐.


그렇게 유물처럼 고이 고이 간직하며 버리지 못했는데, 이제는 버리려고 한다. 코로나 때문에 등교하지 못하는 초4 큰 딸이 말한다.


‘’ 엄마 이제 퍼즐 보내줘. 작별인사 해주자 ‘’


(쿨하디 쿨한 초2 둘째 딸은 그냥 버리란다. 엄마 마음은 슬픈데 말이다)


쿨한 아이들, 쿨하지 못한 엄마

그렇게 종량제 봉투로 간다.


안녕히 가십시오.

사실 누구를 줄까도 생각했지만, 워낙 시대(?)를 타는  아이템인데다가, 곳곳에 묻은 손때와 얼룩. 그리고 꼭 어디론가 가버린 한두조각의 퍼즐 때문에 남에게 나눔하기도 어렵다(물론 내가 너무 시간이 지나 예전에는 눈감고도 맞추곤 했던 퍼즐들을 구분도 못해서 그러는 건 절대 아니다....)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그대들.


수많은 조각의 퍼즐만큼, 손때묻은 흔적만큼, 너덜너덜해진 만큼 그대들 덕분에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쑥쑥 자랐습니다.


비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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