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 작법서 <4줄이면 된다> 코멘터리 8

서문 - 띠지 카피

by 영화하는 이모씨

나에게는 수강생도 있지만 청강생도 있다.

교수님들께서는 청강생 받지 말라고, 수강생들에게도 나에게도 방해가 될 수 있다고 염려해 주신다.

나도 사실 동의한다. 실제로 의기충천하여 청강을 청했다가도 중간에 사라지는 학생들도 없진 않으니 수강생들의 수업분위기에 해가 되지 않는다 할 수도 없다. 내 수업은 학생이 써온 글도 그 학생의 말도 모두 읽어내야 피디백이 가능하니 나 또한 더 피로한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도 나는 청강생을 내친 적이 없다.

물론 문의메일을 받으면 일단 안된다고 아주 사무적으로 대응하지만 수업에 찾아온 학생을 돌려보내지는 않는다.

그건 순전히 빚을 갚기 위함이다.


학창 시절 나는 수많은 청강을 했다.

학부 때 어떤 학기는 아예 휴학을 하고 청강을 했다.

그땐 몰랐는데 교수님들이 다 보살이셨더라.

내가 교수가 돼 보니 알아졌다.

그러니 최소한 나만큼은 청강생을 마다할 자격이 없다.

빚을 졌으니 갚아야 한다.


"나만 알고 싶다고. 이 책이 안 나왔으면 좋겠다"라고 말한 것도 청강으로 내 수업을 찾아와 2학기에는 수강생으로 다시 만난 학생의 전언이었다.


그 말이 너무 귀여워서 출판사 편집자님과 이야기할 때 농담처럼 전했더니 메인카피가 되었더라.

그리고 많은 분들이 그 문구를 인상적이라고 말씀하셨다.


근데 말이다,

그 학생의 청강을 안받았더라면 과연 그 학생과 다음 학기까지 연이 닿았을까?

그리고 이 말을 들을 수 있었을까?

만약 아니라면 책 띠지에 메인카피는 무엇이 되었을까?


이렇게 생각하니 청강생을 받는 건 빚을 갚는 일이 아니라 또 빚을 지는 일 같다.

나는 언제쯤 마음 빚 없이 살아질까?

그런 날이 오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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