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주인공 이병헌은 되고 주인공 주지훈은 안되고.
<광해>
2012년 9월 개봉
1232만 동원
<나는 왕이로소이다>
2012년 8월 개봉
79만 동원
고작해야 한 달 차이를 두고 개봉한 이 두 편의 영화는 정말이지 극명한 성적을 보여준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영화는 둘 다 '언더커버'라는 같은 플롯의 이야기이다.
<광해>는 노비가 왕이 되는 것이고
<나는 왕이로소이다>는 왕이 노비가 되는 것의 차이일 뿐.
물론 영화라는 것을 이렇게 단순비교 할 수는 없다.
감독의 연출력, 모든 출연자들의 캐미, 시나리오의 완성도, 주연 배우의 파급력, 마케팅 전략...
영화가 성공하고 그렇지 못하고를 결정할 요소는 무궁무진하여
어느 것 하나 때문이라고 탓하기는 정말 어려운 문제다.
하지만 이 두 편의 영화를 비교하기 위해 가져온 것은
'관객들이 보고 싶은 주인공은 따로 있다.'
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이다.
우리는 주인공은 욕망해야 하며 빡센 시련을 겪여야 하고 하마르티아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이걸로도 부족하다고?
나는 했던 얘기를 또 하려고 아닌 척 폼을 재고 있다.
결국은 그 이야기라는 말이다.
다르다면 욕망의 방향이랄까?
아주 쉽게.
우리는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욕망한다.
실제 내 삶에서도 그럴진대 스토리 안에서는 훨씬 더하다.
절대! 결코! 무슨 일이 있어도! 가질 수 없는 것을 욕망하는 주인공에게 더 열광한다는 말이다.
눈치 빠른 사람들은 왜 두 영화의 성적이 저렇게 다른지 알아챘을 것이다.
그렇다.
우리와 같은 처지에 있으면서 절대 넘볼 수 없는 임금의 자리를 욕망하는 주인공과
이미 임금인자가 노비가 되어 좋은 사람들과 함께 좋은 삶을 살고 싶어 하는 주인공이 있다.
어떤 주인공이 더 궁금한가?
이것은 관객들이 어떤 것을 더 욕망할까 하는 문제와 직결된다.
분명 두 영화 모두 재미있는 에피소드와 좋은 연기로 가득하다.
그렇지만 우리는 노비가 왕이 되어 양반들을 군림하는 통쾌함을 보고 싶다.
왕이 노비처럼 뚜드려 맞는 통쾌함도 같은 것 아니냐고 딴지를 걸고 싶겠지만 아니다.
관객들은 주인공이 등장하자마자 자기들 편에 세운다.
같은 편이 뚜드려 맞는 걸 보면서 통괘해할 관객은 없단 말이다.
만약 그 통쾌함을 바란다면 왕을 절대 악역에 포지션 해야 한다.
좋은 스토리에서 주인공이 품어야 하는 욕망은 이런 것이다.
아래가 아니라 위로 가야 한다.
모두 가는 쪽 말고 안 가는 쪽으로 가야 한다.
어지간하면 갈만한 길이 아니라 가기 진짜 힘든 길로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