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주인공은 너무 잘나서는 안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인공은 열등해야 하는데...라고 말하며
'너무'는 아니라고 했다.
아이고, 말이 좀 복잡한데,
오늘 할 이야기는 '주인공은 너무 열등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주인공이 욕망하는 것으로부터 열등할수록 그 간극은 커지고
결국 주인공이 헤쳐가야 할 영역이 확보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주인공이 이걸 애초에 욕망할 수 없는 주인공이면 안 된다는 말이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을 줄 안다고 했다.
뭐 사줄까?
그 질문에 고기를 떠올릴 수 있는 것은 고기를 먹어보았거나 하다못해 고기 냄새라도 맡아본 사람이다.
인간의 욕망은 막연하지 않다는 말이다.
누구나 최고급 팬트 하우스에 최고급 파인다이닝을 바랄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인간 자기 손에 닿을 듯 말 듯 했던,
그렇게 놓쳤거나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영역을 욕망한다.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셀러브리티>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여기에서 주인공 서아리는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명품가방을 낡았다고 버릴 수 있는,
가방은 모시는 게 아니라 쓰는 거리며 비 오는 날 머리대신 명품가방에 비를 맞히는
부잣집 고명딸로 살았다.
하지만 아이비리그 합격과 동시에 아버지의 사업이 망해서 결국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고
그래서 지금은 고졸에
부잣집 가정부들에게 화장품을 방문 판매하는 여성이다.
개인적으로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는 영역을 다룬다는 차원에서 아주 어려운 소재를 다룬 스토리이고
중간중간 쉽게 가지 않은 연출력을 만나는 즐거움이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정말 칭찬하고 싶은 것은 바로 주인공, 서아리의 캐릭터 셋업이다.
스토리는 서아리라는 인물이 인스타 세상으로 발을 들여놓는 처읍부터 조명한다.
그런데 서아리 입장에서 보면 이 모든 것들은 지금까지 아주 몰랐던 세상도 아닌데
갑자기 흥미롭게 느껴진다.
이 모든 것들이 유혹적이라는 말이다.
화려한 파티, 명품, 허황된 줄 알지만 사치스러운 여가.
이 모든 것들이 서아리라는 인물에게 유혹적으로 다가오는 가장 큰 이유는 그녀가 이 모든 것의 '맛'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의 친구로 나오는 윤정선(박예니 분)은 애초부터 이 모든 것을 노골적으로 욕망한다.
하지만 그녀의 욕망은 무섭지가 않다.
아예 넘사벽인 것을 그녀도 관객도 아니 어차피 손에 닿지 않을 허상이고 이 욕망 또한 실체 한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서아리의 그것은 다르다.
그녀는 명품이 주는 권력을 알고 있다.
모르는 줄 알았는데 이제 바닥을 쳐보니 그때의 단맛이 어렴풋이 올라온다.
잘하면 다시 꿀을 빨겠다는 기대감이 이미 그녀의 혀끝으로 달게 올라온다.
그래서 그녀의 행보가 기대된다.
이 스토리가 다음스텝으로 넘어가는 힘인 것이다.
지난 글에서 이모는 주인공은 욕망하는 것으로부터 열등해야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하염없이 멀어지면 안된다.
<설국열차>만해도 주인공은 가장 열등한 꼬리칸에 있는 것 같지만
만약 그렇게 하염없이 열등하기만 하다면 이 열차에 아예 올라타지 못하고 얼어 죽었어야 한다.
그럼 결국 이 스토리는 애초에 탄생 불가다.
주인공은 빈손이 되 최소한의 것을 손에 쥐고 있어야한다.
그것이 욕망을, 이 스토리를 가능하게 하는 씨앗이다.
그 씨앗이 없이는 나무도 숲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