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누가 주인공일까?

타짜가 내편이라고? 호구만 그렇게 생각한다.

by 영화하는 이모씨

주인공이 한 명이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작가는 반드시 한 작품으로 한 가지 스토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가 좋아하는 무수히 많은 영화나 드라마들이

여러 층위의 감정을 느끼게 해 주고 여러 생각을 안겨주는 것은 맞다.

하지만 그것은 한 가지 목적을 향해 달리는 주인공이 바로 선 이후에

그 기둥을 중심으로 훌륭한 가지들이 뻗어나가야만 가능한 일이다.


목적이 선명한 주인공이라는 기둥이 없이

처음부터 이것도 담고 싶고 저것도 담고 싶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니, 그냥 그럼 여러 편의 스토리를 만들면 된다.


이런 당연한 이야기를 왜 자꾸 하는 걸까 싶을 수 도 있다.

하지만 의외를 많은 작가들이 스스로 여러 가지 소재와 주제를 스토리에 담았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스토리를 읽어보면 뭔 소리를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

어? 나는 그런 스토리(영화든 소설이든) 못 본 것 같은데? 싶을 수 있다.

이런 경우 제작으로 이어지기가 힘드니 작품으로 보는 일은 흔치 않다.

신인작가의 것이라면 더 더욱이!


그런데 이런 과오를 저지르는 것도 사실 우리 탓이 아니다.

재능 있는 선배작가들 탓이다.

그들은 타짜다.

보통이 아니라는 말이 아니라 그냥 넘사벽인 거다.

그런데 그들의 스토리는 매끄럽기까지 해서 잘난 것을 드러내지도 않는다.

그러니 우리 같은 호구들은 두 부류로 나뉘어 사고한다.


한 부류는 "이런 스토리? 이까짓 거 쓸 수 있어!"

나머지 한 부류는 " 너무 근사한 스토리군! 열심히 분석하면 저런 스토리를 나도 쓸 수 있어!"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둘 다 대단한 착각이다.

그들의 스토리는 절대 만만하지 않고 우리에게 아무런 힌트도 주지 않는다.

그 힌트는 이미 그 대단한 양반들이 씹어삼켜드셨다.

그러니 이런 스토리가 나오는 거다.



그 재능 있는 선배작가들을 내가 인식하게 된 첫 작품이 바로 <델마와 루이스>다.


이 영화는 결과적으로 두 명이 주인공인 이야기가 맞다.

제64회 아카데미시상식에 여우주연상 후보로 수잔 서랜든과 지나 데이비스가 나란히 후보에 오른 것만 봐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처음 설계하는 작가의 입장에서 보면 주인공은 한 명이다.

누굴까?

수잔서랜든이 포스터에서 먼저 보이잖아~

지나 데이비스는 그 당시 신인 수준이었어~

수잔서랜든이 더 연기 잘하니까 주인공?

지나데이비스가 더 예쁘니까 주인공?



줄거리를 살펴보자.


델마는 보수적인 남편을 둔 평범한 가정주부이다.
어느날 델마는 친구와 주말여행을 계획한다.
결국 남편에게 허락을 받지 못한 델마는 도망치듯 여행길에 오르고
신이 난 델마는 술집에서 남자들과 어울리다가 강간의 위험에 빠진다.
그때 친구가 나타나 총을 쏴 남자를 죽이며 델마를 구하고
둘은 여행인지 도주인지 알 수 없는 길 위를 달린다.
그러다가 델마는 길에서 만난 젊은 남자에게 호감을 느끼는데
그 남자는 그녀들의 전 재산을 털어 도망친다.
이제 진짜 빈털터리가 된 델마와 친구는
일탈을 통해 완벽한 자유함을 느낀다.




그렇다. 이 스토리의 주인공은 바로 지나 데이비스가 연기한 델마이다.


일부러 루이스라는 이름대신 친구라고 했고

브레드 피트가 연기한 제이디 대신에 젊은 남자라고 썼다.

루이스와 제이디라는 이름만 들어도 너무나도 멋진 연기를 펼쳐진 수잔 서랜든과 브레드 피트가 떠올라

정신이 팔려버린 우리는 주인공을 구분해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신 바짝 차리고 생각해야 한다.

처음 이야기를 쓸 때부터 수잔 써랜든이 있고 브레드 피트가 있었던 게 아니다.

흰 종이 위에 주인공 한 사람을 따라가고 그 주인공이 자유를 찾아 떠나는 여정을 빛내줄 조력자들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리고 조력자는 자신만의 매력을 가지고 주인공만큼 빛나게 보이고 있다.

작가가 ‘보수적인 남편아래에서 수동적으로 살아가던, 하지만 반짝이는 매력의 델마’라는 견고한 기둥을 세워놓지 않았다면 그녀와는 반대로 소탈하고 대범하며 독립성이 강한 루이스를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 델마가 있었기에 그녀의 죽어가던 연애 세포를 깨워낼 조력자(가시적으로는 돈을 훔쳐 달아난 빌런 같아 보이지만 사실 가장 강력한 조력자이다)로서 제이디를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이다.


지겹겠지만...

주인공은 한 명이다.


아주 당연한 것 같고 이미 다 잘하고 있다고 믿기 쉬운 이 문제는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왜냐하면 영화나 드라마는 점점 더 멀티캐스팅의 방향으로 세팅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덩달이 길어지고 복잡해지고 있다.

영화도 그럴진대 드라마나 시리즈물의 경우 다양한 인물에게 허락된 물리적 시간이 많아지니 당연한 현상이다. 여러 명이 모두 더 잘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작가는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멋진 사람들을 가득 보여주고 싶어도 참아라!

결국 작가의 이야기를 실어다 나를 사람은 주인공 단 한 명이다!


<델마와 루이스> 작가 캘리 쿠리는 이 작품을 필두로 지금까지 30년을 넘게 할리우드를 지키고 있는 현역작가이다. 그가 보여준 <델마와 루이스>라는 친절하고 아름다운 스토리가 우리에게 호의적이라고 착각하면 안 된다.

그 작품을 분석하는 걸 멈춰야 한다는 말이다.

호구가 되기 싫다면 이제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