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그럼 이제 잘 써진, 쓸모 있는 트리트먼트란 무엇인지 살펴보고 그렇게 쓰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살펴보려고 한다.
일단 트리트먼트의 핵심은 이야기의 뼈대를 기록한 글이라는 것이다.
적당한 분량이 정해진 것은 없다.
작법서뿐 아니라 제작사나 공모전을 주체하는 기관마다 분량을 다르게 지정하므로 분량을 정의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쓸데없는 일이다.
왜냐하면 분량보다 중요한 것은 뼈대를 구분해서 써넣는 것이기 때문이다.
트리트먼트야말로 ‘스토리’에 가장 가까운 글이다.
그러므로 그 이야기를 여기에 쓰면 되는데 그에 앞서 트리트먼트의 종류를 구분하고자 한다.
첫째 자신을 위한 트리트먼트, 둘째 소통을 위한 트리트먼트가 그것이다.
이것도 마땅한 명사가 이미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나는 항상 그렇게 생각하는데 이걸 정의하는 단어는 별로 안 중요하다.
그러니 나를 위한 트리트먼트는 '양념치킨'으로 , 소통을 위한 트리트먼트는 '후라이드치킨'으로 불러도 무방하다. 작가가 정신 똑바로 차리고 구분할 수 있으면!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름이 아니다 같은 스토리라고 해도 두 가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써져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두 가지는 완전히 다른 목적을 위해 존재하기 때문이다.
자신을 위한 트리트먼트, 말 그대로 작가 자신을 위한 트리트먼트이다.
그러니 친절하고 수려한 문장으로 써 내려가는 것은 의미가 없다.
투박하고 어법이 무너지더라도 상관없다.
아니, 되러 투박할수록 좋다. 현혹할 여지를 주는 표현은 걷어내서 작업하는 길고 지난한 과정에서 작가가 흔들림 없이 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초고 이후의 작업에서 스스로 갈 길을 잃었다고 느낄 때 언제든 돌아와서 볼 수 있어야 하고 그때 정확하게 자신의 경로를 인지시켜주는 글이어야 한다.
자신에게 친절한 트리트먼트를 쓰기 위해서는 아래 원칙들을 반드시 지켜서 글을 완성해야 한다.
1) 반드시 트리트먼트 꼭대기에는 로그라인을 써놓을 것
(로그라인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곧 이어지니 follow me~)
그런데 왜 로그라인을 써야 할까?
'동유럽 7박 8일 일정'
이렇게 써놓은 플래너 아래에 일본행 비행기 티켓 예약번호를 써넣지는 않는다.
내가 앞으로 갈 여정의 궁극의 종착지를 써 놓는 거다.
2) 모든 문장의 주어는 주인공으로 시작할 것
갈 길을 헤매는 시작작가들에게 정말 귀에 못이 박히도록 강조하고 싶다.
이렇게 되면 사실 문장은 좀 어색해질 수 있다.
버스에서 내리는 00. → 00이 버스에서 내린다.
00의 집은 아이돌의 사진으로 가득하다. → 00이 살고 있는 집은 아이돌 사진으로 가득하다.
**는 00에게 밥을 한가득 퍼주며 말한다. → 00은 **에게 한가득 담긴 밥을 받는다. (받으며 **의 말을 듣는다)
아랫집 남자는 00에게 앞으로 사람이 죽어 나갈 거라는 말을 한다. → 00은 아랫집 남자에게서 앞으로 사람이 죽어나갈 거라는 말을 듣는다.
위와 같이 글을 쓰라고 하는 이유는 오직 단하나이다.
스토리는 주인공의 여정이다. 작가가 주인공에게 완벽히 몰입하지 못하면 이야기는 자꾸 깊이 가지 못하고 옆으로 간다. 샛길로 빠진 주인공은 우연히! 주변인을 만나 그들과 시답지 않은 이야기를 한다. 물론 주인공과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지만 지금 주인공의 욕망에는 크게 영향력 없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렇게 때문에 아주 억지로 완벽히 주인공의 입장에서 사고하기 위해서 주인공을 주어로 쓰라는 말이다.
내가 시작작가들에게 이렇게 조언하면 대부분 수긍한다.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한다. 과제로 내줘도 잘 이행이 안된다. 모든 문장을 완벽히 주인공을 주어로 바꾸는 수고를 하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렇게 안 해도 될 거라는 오만한 착각이거나 이렇게 하면 일만 더 많아진다고 느낀 것이다.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스토리를 쓰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엉뚱한데 가있는 경험을 반복하다 보면 진짜 뭐라도,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어지는 순간이 온다. (진짜 나는 무수히 왔다)
그때다. 그때 하면 된다.
이렇게 하는 것이 바르니 빠르다고 아무리 말해도 사실 소용없는 것 안다.
작가들이 그렇게 말을 잘 들으면 작가 해 먹고살지 않지.
그러니 실컷, 이렇게 하지 않아도 할 수 있다고 믿고 써봐야 한다.
여기서 핵심은 실컷!이다.
그래야 이렇게라도 해서 주인공의 발목을 잡고 늘어지고 싶어 질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