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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하는 이모씨 Jul 29. 2023

w-log. 영화인의 자격

어릴 때는 영화를 좋아하면 되는줄 알았다. 

어릴 때는 영화를 잘 만들어야 하는 줄 알았다. 

어릴 때는 영화를 많이 봐야 하는 줄 알았다. 

어릴 때는 영화에 대해 많이 알아야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정말 영화인이 되고 보니 영화인이 되기 위해서는 전혀 다른 덕목이 요구된다.


1. 남을 보는 눈은 예민하고 나를 보는 눈은 둔하고


세상 모든 것에 기민해야 한다. 

세상이 변해가는 흐름도, 사람들의 생각도 크고 진하게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 모든 것이 스토리거리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자신의 상태에 대해서는 둔하게 느껴야 한다. 

내 옷이 얼마나 유행에 뒤처지는지

내 상황이 얼마나 형편없는지

내 통장이 얼마나 가벼운지 

나에게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잘 눈치채지 못해야 한다. 

그래야 도무지 끝이 안 보이는 이 지독한 터널에서 그저 걸어가 진다. 



2. 유재석이 되어야 한다. 


현장에는 대략 100여 명의 자아가 있다. 

나름 영화 좀 안다는 자의식 100개가 모여있다.

그 100여 개의 자아를 모두 만족시키기는 어렵다. 

하지만 불가능하다고 전제하지 말아야 한다. 

그 100여 개의 자아를 모두 만족시키는 것이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믿고 그들을 대해야 한다. 

당연히 상처도 받는다.

당연히 무시도 받는다. 

그런데 유재석이 말했다. 

좋아하는 걸 하기 위해서는 

하기 싫은걸 그냥 하는 거라고.

그런다고 뭐 된다는 보장이 없지만 그냥 하는 거라고. 



3. 사람을 애정하되 사람을 그리워하지 않기


모든 스토리는 사람들의 삶이다. 

그들을 향한 애정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스토리를 쓴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 인물을 창조하고 그 인물의 세계를 그려나감에 있어 

그 세계에 대한 깊은 책임감과 인간에 대한 도리를 다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영화일을 함에 있어서는 작업할 때는 이런 절친이 또 없는 것처럼 굴던 사람들이 

작업이 끝남과 동시에 정말 안개처럼 사라지는 것에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안개는 그리워하는 대상이 아니라 가끔 있으니 운치 있는 것이다.



4. NO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당신이 진정한 챔피언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무한한 거절의 반복이다.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 글을 쓰고, 아무도 원하지 않는데 굳이 들이밀어 욕을 먹고 거절을 당한다. 

거절을 당해도 무너지지 않는 멘탈... 이것도 중요하겠지만

그런데 정말 중요한 사실은 거절을 당하는 단계까지 가려면 정말 열심히 작업을 해야 그 거절의 단계에 비로소 도착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거절당한 횟수가 많다는 것은 한심한 것이 아니다. 

되러 엄청난 작업을 했다는 반증이고

어려운 도전을 쉬지 않았다는 증거이다. 



5. 자이로드롭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 


글을 쓰겠다고 다짐한 작가들 10000명 중에

소재를 찾고 트리트먼트를 쓰고 그렇게 완고까지는 도착하는 사람들은 100명쯤 된다.  

그 힘든 작업을 해낸 100 작품 중에 10 작품쯤 제작사를 만나 돈이 된다. 

그럼 그 10 작품 중에 5 작품쯤 투자사에 닿는다. 

그럼 그 5 작품 중에 1 작품이 결국 배우님의 선택을 받아 제작에 이른다. 

그리고 그 1 작품들이 모인 10 작품 중에 1 작품정도가 수익을 내며 소위 흥행영화가 된다. 

이 단계단계는 점점 높고 점점 좁아진다. 

그 한 단계단계를 오르는 것도 정말 대단한 일인데도 거기가 어디든 결국 밀려나는 순간이 되면

글을 쓰겠다고 다짐만 하고 아무것도 쓰지 않은 9900명 옆으로 똑 떨어진다. 

올라가는 데는 수년씩 걸리지만 9900명 옆으로 다시 돌아오는 데는 정말 하루면 된다. 

자이로드롭이 재미없는 사람은 진짜 곤란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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