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 보면 <드라마 000, 떡밥>이라는 제목에 클립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 외에도 '셔레이드'라는 말보다 '떡밥', '증거', '복선', '힌트' 등의 단어로 그것을 표현하는 것 같다.
댓글에 보면 이런 떡밥을 심어놓은 제작진도 대단하지만 이걸 찾는 네티즌도 장난 없다는 글이 무수히 나온다.
특히 신원호감독 작품에서 이런 것들이 많이 언급된다.
'슬의생' 그냥 지나친 마피아 장면에도 기막힌 복선 있었다 (영상) | 위키트리 (wikitree.co.kr)
시즌3 빅픽처..? 그냥 지나칠 뻔한 '슬의생' 장면, 숨겨진 의미 (4개) | 위키트리 (wikitree.co.kr)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 1화 복선 및 떡밥.. : 네이버블로그 (naver.com)
위에 기사들을 보면서
작가도 대단하지만 이걸 찾아주고 있는 소비자들의 정성에 한번 놀라고
'진정 작가가 심어놓은 걸까?' 의심스러운 것까지 찾아내는 뛰어난 탐정력에 두 번 놀라게 된다.
이것만 봐도 요즘 소비자들, 정말 보통이 아니다!
여기서 잠깐 짚고 넘어가자면 복선과 셔레이드는 엄연히 다르다.
셔레이드는 후일을 도모하는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 우리가 따라가고 있는 인물의 심정을 다른 식의 영상언어로 표현한 것이 셔레이드라면
복선은 나중에 분명히 뭔 일이 일어날 거야,라는 힌트를 주는 것에 가깝다.
그러니까 굳이 구분을 하자면 떡밥은 셔레이드보다는 복선에 가깝다.
그런데 요즘은 경계가 모호해졌다.
이 현상자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뭔가 이론적으로 구분 짓는 것은 사실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관객의 마음이 흔들리고 관객이 작품에 몰입하게 돕는다면 그것이 셔레이드건 복선이건 그게 무슨 상관이겠나. '삐리빠라뽀'라고 불러도 괜찮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요즘 방식으로 관객들은 영상언어를 즐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소비자들보다 반보 앞서가야 한다는 스토리텔러들이 작법서에 머리를 처박고 앉아서 '셔레이드'에 밑줄을 긋고 있는 것은 정말이지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소비자보다 반보 앞서나가려면 일단 보폭부터 맞춰야 한다.
이모는 이런 모든 것들이 '미술'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살펴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술’은 지극히 시각적인 문제이다.
그렇다 보니 소설이나 시는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여기서 의미라는 '미술'은 '공간', '장소'를 포괄하는 넓은 의미를 말한다.
보이는 것 + 의도성 = 미술
소설 <토지>에서는 마을을 묘사하는데 엄청난 분량을 할애한다.
그리고 그 공간을 이해한 독자들은 이제부터 그 마을 곳곳을 인물들과 함께 누비며 스토리 안으로 빠져든다.
물론 좀 더 시각적인 매체 글쓰기에서는 그 중요성을 말할 것도 없다.
극의 전반적인 무드, 장르, 톤 앤 매너까지 한순간에 압도하며 설명하는데 이것보다 빠르고 정확한 수단은 없으니 말이다.
처음 스토리에서 미술의 영역은 공간으로 대표되며 주인공이 있는 공간에 대한 묘사정도로 시작했다.
어두운 골목길, 춥고 음산한 지하 창고 같이...
그러던 것이 이제 한 글자 두 글자씩 형용사가 붙으며 미술은 가치 무궁한 영역임을 드러내고 있다.
<오징어 게임>에서만 봐도 키치 한 미술 위에 그로테스크와 유아적인 감성을 줄 타는 음악에 리얼한 배우들의 연기가 얹어지니 지금의 좋은 작품이 완성된 것이다.
그러니 묘사를 하고 있는 지금의 단계에서 작가가 미술적 아이디어를 제시하기를 꺼리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아니,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써내야 한다.
이런 미술적 묘사들은 미술감독을 위한 정보가 아니다.
그것은 소비자가 이 스토리로 들어가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고 그보다 앞서 쓰고 있는 스스로에게 훨씬 더 선명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구체적인 시각화된 것들 사이에서 더 많은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올 것이다.
이런 미술적 묘사는 아이러니하게도 굉장히 시각적이지만 지금 써내려 가는 인물의 보이지않는 영역을 설명하기에 더없이 완벽한 수단이다.
그러니 결국 당신의 서사는 더 견고해질 것이다.
P.S <오징어 게임>에 보면 1회 시작 3분 만에 나오는 기훈(이정재 분)의 집 현관문이 안으로 열린다.
(현관문은 원래 모두 밖으로 열린다) 좋은 작품이 싹수가 노랗다고 오해받을 만한 미술이다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