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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정 Sep 02. 2022

게을러지는 연습이 필요하다.

나는 사소한 일을 할 때 마감시간을 정하는 습관이 있다.(정말 사소한 일이다.)

'(시간이 많이 있는데도) 출근하기 전 10분 안에 씻고 옷을 입어야 해!'

'(화장실을 갈 때는) 2분 안에 볼일을 마쳐야 야지.'

'(딸들과 보드게임을 할 때는) 30분 안에 끝내버려야겠어.'

'(지인들과 술자리를 할 때도) 6시에 시작했으니까 9시에 마쳐야 해!'


문제는 시간이 충분히 있는대도 마감 시간을 아슬아슬하게 정한다는 점이다.

30분 이상 여유가 있는데도 10분 안에 출근 준비를 마쳐야 한다던가

내 뱃속은 이성과 본능이 서로 다른데 2분 안에 볼일을 끝내야 한다던가

아이들과 노는 시간마저도 언제 끝날지 모르는데 미리 시간을 정해버린다.

같은 상황이라도 그날의 기분에 따라 마감 시간을 마음대로 정해버리니

일정한 루틴이라고도 할 수 없다.


루틴이 나와서 말일 데, 일주일의 루틴도 이상하다.

'자! 일주일에 4번 운동해야지. 날짜는 화, 목, 토, 일로 정했어!'라고

다짐했다. 살다 보면 회식이 있을 수도 있고 장을 보러 갈 수도 있고 외식을 할 수도 있다.

그럴 땐,

'에이 오늘 못했네. 내일 하면 되지 머.'라던지

'앗싸~ 오늘은 그냥 넘어가는 거야. 어쩔 수 없는 거니까~'가

맞은 반응인 것 같은데,

'아.. 어떡하지? 오늘 운동 못하면 내일 해야 하는데, 그러면 이틀 연속 운동이잖아. 힘든데...'

라며 불안에 떨곤 한다.


결국, 급박하게 시간을 정하고 루틴의 융통성을 두지 않는 나 자신이 스스로 나를 옭아매는 것 같다.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 데 이게 잘 고쳐지지 않는다.


아무도 관심 없고 정말 사소한 것들인데,

거기에 편집적으로 집착하는 건 아닌가 하는 심각한 고민도 해봤다.


아직 정확한 해결책은 찾지 못했지만,

일단, 게을러지는 연습을 하기로 했다.


스스로 마감 시간을 만들려고 할 때.

'이건 마감 시간이 필요 없어!'라고 자신에게 말하거나,

주변의 시계를 치워 버린다.


게을러지는 것도 쉽지 않기에 하나씩 연습하다 보면 나 자신에게 조금은 더 여유로움을 선사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전의왕의물시장 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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