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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정 Sep 01. 2022

완행열차의 느긋함이 그리워진다.

세상에는 여러 가지 탈 것들이 많은데 , 유독 기차가 끌린다.

그렇다고 기차를 자주 타 편은 아니다.

차가 있으니 대부분 운전을 하거나 제주도같이 먼 곳 비행기나 배를 타니 기차 탈 일이 없다.


그래도 종종 배낭여행을 그리워하거나 문뜩 떠나고 싶을 때는 기차가 생각난다. 그것도 천천히 모든 역을 지나치는 완행열차 말이다.


기차를 타면 다른 탈 것에 비해 이동의 자유로움이 생긴다.

맨 첫 칸에서 마지막 칸까지 산책도 하고 차량 사이의 문에 걸터앉아 밖을 내다보기도 한다.

간식거리를 파는 승무원을 잠시 세워 알싸한 맥주 한 모금과 함께 사색에 잠기기도 한다.

기차 안에 있는 많은 승객들을 보며 그들의 사연을 상상해보기도 한다.


외국에서도 가급적 장거리는 기차를 이용하였다.

두 딸이 어리기에 기차를 타면 안전하기도 하고 돌아다닐 수 있기 때문에 덜 답답해한다.

저렴한 기차일수록 대부분 현지인들이기에 그들과 함께 삶을 공유하는 느낌도 든다.

현지인들과 수다를 떨다 보면 여행의 묘미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것 같다.

 

무엇보다도 내가 기차를 좋아하는 건

창문 밖을 바라보며 느끼는 혼자만의 호젓한 시간 때문이다.

복잡한 머리를 비우거나 어려운 책을 읽거나(도착할 시간까지 할 일이 없기에 복잡한 책이 생각보다 잘 읽힌다.)

덜컹거리는 기차의 리듬에 맞추어 그림을 그린다.


그래서 숨을 고르며 달리는 완행열차가 좋다.

천천히 달리는 기차는 지나치는 장면들을 또렷하게 보여주기도 하고

목적지까지 오걸리기에 기차 안에서 '나'에 집중하는 시간도 많아진다.


삶이 복잡하고 내가 따라잡지 못할 정도로 바삐 움직일 때

완행열차가 그리워지는 건 이 때문일 것이다.


익산 춘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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