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by 소정

"그냥...'

아이들이 흔히 하는 대답이다.

'그냥'은 어린 아이일수록 자주하는 말인 것 같다.

우리 두 딸도 '그냥...'을 자주 말하곤 한다.

"해령아, 왜 밥 안먹어?"

"그냥..."

"해령아, 오늘은 왜 친구들이랑 안 놀아?"

"그냥..."

"해령아 오늘 아빠랑 자전거 타기로 했잖아. 근데 왜 안 탄다고 하는거야?"

"그냥..."

"해령이는 왜 아빠가 좋아?"

"그냥..."


둘째가 대답하는 '그냥'은 '별다른 이유가 없어요!'라는 뜻은 아니다.

이유를 말하기 싫거나 아직 어려 설명할 수 있는 어휘를 모르기 때문인 것 같다.

이럴 땐 부모가 아이의 마음을 읽어 주어야 한다.


"고기 반찬이 없어서 그래? 소시지라고 구워줄까?"

"네. 좋아요."(둘째는 고기를 정말 사랑한다.)

"오늘 친구가 너를 속상하게 했니?"

"나는 술래잡기하고 싶은데, 친구가 뱅뱅이를 타자고 자꾸 그래요."

"해령이 자전거 타이어 바람이 없네. 아빠가 지금 바람 넣어줄게. 같이 나갈까?"

"네! 아빠!"

"아빠가 잘 생겨서 좋은거야? 아니면... 똑똑해서?"

"둘 다 아니거든요! 아빠는 잘 놀아주니까 좋아요!"


3살 터울인 첫째의 '그냥'은 둘째의 '그냥'과는 의미가 다른 것 같다.

'그냥'과 더불어 '몰라!'도 자주 쓴다.

첫째는 속 마음을 잘 털어 놓지 않아 애교를 섞어 집요하게 달라 붙어야 한다.


"해인아, 맨날 주말에 집에만 박혀 있어! 좀 나가서 친구들이랑 놀아!"

"싫어"

"왜 싫어?"

"그냥!"

"그냥이 어디있어? 알려줘! 알려줘! 안 알려주면 계속 쫓아 다닐거야!"

"나갈려면 머리도 감아야 하고 씻어야 하잖아요! 귀찮아!"

"아... 그래..."


"해인아, 요즘 왜 00랑 안놀아?"

"그냥..."

"또 그냥! 00랑 자주 놀았잖아. 왜 안노는 거야?"

"몰라!"

친구관계처럼 민감한 사안은 한 템포 쉬어가는게 낫다.

"아빠가 저번에 00랑 왜 안 노냐고 물어봤잖아?"

"네."

"이유를 말해줄 수 있어?"

"......00가 요즘 저랑 안 맞는 친구들이랑 어울려 다녀요. 그래서 안 놀아요."

"아... 그렇구나. 00가 싫은 건 아니지?"

"네."

"그래... 네 마음이 그러면 조금 더 기다리는 게 나을 것 같아."


아이의 속마음을 알기란 쉽지 않은 것 같다.

딸들이 '그냥'이라고 하는 말은

'내 속마음을 읽어 주세요!"라고 부모에게 보내는 신호인 것 같다.

부모는 항상 안테나를 쫑긋 세우고 아이가 보내는 신호를 잘 알아차려야 할 것 같다.

그 신호가 미세하면 미세할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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