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정류장에는 커다란 고목이 있다.
정류장이 먼저 인지
고목이 먼저인지는 모르겠지만
잎사귀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오래된 나무를 보고 있자면
딱딱한 정류장도 운치있는 그림으로 변모한다.
지금처럼 천장과 벽이 있어 비바람을 막아주는 정류장이 있기 전
쇠기둥에 둥근 철판 안 '버스'라고 적혀 있던 그 시절에는
정류장 옆 나무는
뜨거운 햇볕을 피해 그늘막이 되어 주었고
여우비가 내릴 때 잎사귀들이 우산이 되어 주었을 것이다.
버스 도착 시각을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요즘이 아니라 언제 올지 모르는 버스를 기다리는 그 시절 정류장은 오랜만에 만난 마을 사람들이 버스를 기다리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랑방이었을 것이다.
오늘도 정류장과 고목을 바라보며
나는 어떤 사람일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제주 조천읍 북촌리 정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