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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소제동 관사촌

그래... 웃자...

by 소정

아침부터 부랴부랴 대전역으로 향했다.

사진과 마찬가지로 그림도 아침볕을 벗 삼아 그리는 게 작품이 잘 나온다.

아침의 명징한 공기와 선명하다 못해 파란 하늘, 아침볕의 강하고 따스한 빛과 그림자의 대비... 이 모든 게 서로 합심하여 일상 여행자에게 멋진 장면들을 선사한다.


산책할 때 듣는 나만의 플레이리스트를 틀고 천천히 그리고 긴 호흡을 하며 주변을 관조한다. 마음속에 들어온 장면 하나하나를 사진으로 남기고 '소제동 관사촌(2022.10.8.)'자 앨범에 차곡차곡 담아둔다. 마음이 헛헛하고 몸이 지칠 때 꺼내서 그림을 그릴 요량이다.


음악을 듣다 이어폰을 뺀다. 눈을 감고 주변의 풀소리, 사람 소리, 비람 소리를 온몸으로 듣는다. 이 순간 나 자신이 이곳에 적응을 한다. 다시금 골목골목을 누빈다.

러닝셔츠만 입고 땀을 흘리며 다림질을 하는 세탁소 사장님,

2-3평 남짓한 구멍가게에서 뚱뚱한 TV 속 아침드라마에 몰입한 할머니,

미용실 유리창을 닦으며 오늘의 첫 파마는 누굴까 상상하는 미용사 아주머니.


여러 사람들의 삶을 바라보며 길을 걷다가

허름한 집 앞에 한참을 서 있었다.

누군가 사는지 안 사는지 모를 집 문 앞에는 맞춤법이 서툰 주인장의 글귀가 적혀 있었다.


'비록 가진 것이 업어라서

거지라고불르지만언제인가는

떠나는인생하루는살아도

웃으면서살아가세우


내몸이건강을행복으로예기고

거지라서좋아요웃으면서살아가세우


품바거지할아버지말씀'


상투적인 말이지만 주인장의 인생이 담긴 말이기에 가슴속 깊이 박혔다.


그래. 웃자. 제발 웃자.

나도 세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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