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대전 소제동 관사촌
그래... 웃자...
by
소정
Oct 8. 2022
아래로
아침부터 부랴부랴 대전역으로 향했다.
사진과 마찬가지로 그림도 아침볕을 벗 삼아 그리는 게 작품이 잘 나온다.
아침의 명징한 공기와 선명하다 못해 파란 하늘, 아침볕의 강하고 따스한 빛과 그림자의 대비... 이 모든 게 서로 합심하여 일상 여행자에게 멋진 장면들을 선사한다.
산책할 때 듣는 나만의 플레이리스트를 틀고 천천히 그리고 긴 호흡을 하며 주변을 관조한다. 마음속에 들어온 장면 하나하나를 사진으로 남기고 '소제동 관사촌(2022.10.8.)'자 앨범에 차곡차곡 담아둔다. 마음이 헛헛하고 몸이 지칠 때 꺼내서 그림을 그릴 요량이다.
음악을 듣다 이어폰을 뺀다. 눈을 감고 주변의 풀소리, 사람 소리, 비람 소리를 온몸으로 듣는다. 이 순간 나 자신이 이곳에 적응을 한다. 다시금 골목골목을 누빈다.
러닝셔츠만 입고 땀을 흘리며 다림질을 하는 세탁소 사장님,
2-3평 남짓한 구멍가게에서 뚱뚱한 TV 속 아침드라마에 몰입한 할머니,
미용실 유리창을 닦으며 오늘의 첫 파마는 누굴까 상상하는 미용사 아주머니.
여러 사람들의 삶을 바라보며 길을 걷다가
허름한 집 앞에 한참을 서 있었다.
누군가 사는지 안 사는지 모를 집 문 앞에는 맞춤법이 서툰 주인장의 글귀가 적혀 있었다.
'비록 가진 것이 업어라서
거지라고불르지만언제인가는
떠나는인생하루는살아도
웃으면서살아가세우
내몸이건강을행복으로예기고
거지라서좋아요웃으면서살아가세우
품바거지할아버지말씀'
상투적인 말이지만 주인장의 인생이 담긴 말이기에 가슴속 깊이 박혔다.
그래. 웃자. 제발 웃자.
나도 세상도..
keyword
여행
그림에세이
감성
40
댓글
댓글
0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
작가에게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소정
창작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출간작가
우리 가족은 바람길 여행을 떠났다
저자
일상 속 공간과 풍경을 그리고 글을 담습니다. 여행드로잉에세이 <우리가족은 바람길 여행을 떠났다 >를 썼습니다.
구독자
280
제안하기
구독
작가의 이전글
제주 북촌리 정류장
대전 소제동 대동천
작가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