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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정 Mar 15. 2023

하루에 한 가지씩 내 생각이나 마음 전하기

출근을 하면 다같이 모여 티타임을 갖는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농담을 하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지만 나는 상대방의 말에 끄덕일뿐 말을 아낀다. 원래부터 말이 없는 편은 아니다. 혹시 내가 한 말이 상대방에게 오해를 주지는 않을까? 구설수에 오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먼저 앞서 침묵으로 일관한다.


여럿이 함께 하는 직장의 특성 상 동료와 협업하는 일들은 당연한 것인데도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한다.

'이 일을 부탁하면 나를 싫어하진 않을까?'

'이번 업무는 ㅁㅁ와 함께 하는 데 일을 나누면 자기에게 덤탱이 씌운다고 하지 않을까?'

'ㅇㅇ가 자기 일이 아니라며 나한테 화를 내거나 그들의 무리에게 내 험담을 하지 않을까?'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들이 머릿 속을 잠식한다. 결국 아무 말을 하지 않고 혼자서 처리한다.


반대로 내 일이 아닌데도 나한테 밀어 넣는 경우도 있다.

"이 일은 김주용씨가 잘 하니까 하시죠!"

"능력자니까 자기가 해 줘~"

"새로 업무가 들어 왔는데 김주용씨가 하지!"

'왜 나한테 자기 일들을 넘기지?  뻔뻔하게... 나는 낯뜨거워서 도저히 그런 말을 못하는데...'

속으로만 삭힐 뿐 대꾸를 하지 못하고 일은 두 겹 세 겹 어깨에 붙는다.


미움을 받을까봐, 비난을 받을까봐, 갈등을 피하고 싶어서, 거절 못 하는 나이기에...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이지만 마음 속 저 아래에는 화가 쌓여 폭발하기 직전이다.


도저히 이렇게 평생을 살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짐했다.


'하루에 한 가지씩 내 생각이나 마음을 전하자!'

'그리고 상대방이 어떻게 반응하던지 감래하자.'


매일 핸드폰 메모장에 날짜와 내가 건낸 일들을 적어나가기로 했다.

3. 12. ㅁㅁ씨에게 업무를 나누어서 하자고 말하기

3. 13. A 업무는 ㅇㅇ씨가 하는게 맞는 것 같다고 의견 구하기

3. 14. 무뚝뚝한 **씨에게 먼저 인사하고 말 건내기


처음이 어렵지 하다보니 괜찮았다. 아직까진 상대방이 불만을 토로하거나 화를 낸 적은 없었다. 삭히지 않으니 마음도 지켜지고 사람 간의 자신감도 싹이 올라오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언젠가는 한 번 크게 갈등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 때도 피하지 않고 충분히 대화로 서로의 오해를 풀고자 다짐한다. 이것도 나를 지키는 도전일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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