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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정 Mar 09. 2023

옷 소매가 길다.

선택의 갈림길에서...

평소 옷 구경하는 걸 즐겨하는 나다.

한 달에 두어 번 쇼핑을 하러 가는데(아니다. 아이쇼핑이 더 맞겠다.) 매번 옷을 사지 못하고 허탕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마음에 드는 자켓이나 맨투맨 티셔츠가 보여 누가 먼저 채갈까 냅다 잡고 피팅룸으로 달려간다. 옷을 입고 설레는 마음으로 거울 앞에서면 아... 무언가 어설프다. 어깨에 맞는 옷은 소매가 손목 위까지 밖에 안오고 한 치수크게 입으면 소매가 양손을 거의 가린다.

'USA Fit이라 맞지 않는걸거야.'하고 옷 안쪽을 뒤집어 보면 'Asian Standard fit'이라고 적혀있다. 나는 정녕 'Asian Standard'가 아니라 ''Asian Unusal'이란 말인가.


소매길이에 대한 문제는 완전 마음에 드는 옷이 있을 때 특히 고민에 휩쌓이게 한다. '소매가 짧은 것 보단 긴 게 낫겠지?', '소매길이를 줄이는 돈이면 옷값이나 별 차이가 안 나는데.', '성장주사를 맞으면 팔도 자라지 않을까?'


지인들은 '소매가 길면 접어 입으면 되잖아.', '소매가 살작 손을 덮는 것도 예뻐.'라고 하지만 나는 소매가 손등을 스치는 그 느낌이 거북해서 쉬이 선택하지 못한다. 자고로 티셔츠란 입으면 입을수록 목과 팔이 늘어나기 때문에 긴 소매를 휘어 잡고 춤이라도 출 판이다.


수십 번의 고민과 시뮬레이션을 한 뒤에  소매가 긴 옷을 고른다. 새옷을 입을 생각에 마음이 설렌다. '이번에는 꼭 소매에 적응해야지' 다짐해 본다.


인생의 선택에 대한 매 순간에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마음에 든 신발이 간신히 맨발을 구겨 넣으면 들어가는 사이즈와 1cm 큰 사이즈가 남았을 때

화장실에 급한 데 지금 출발하는 버스와 1시간 후에 출발하는 버스가 남았을 때

2주 굶으면서 단기간 살빼기와 몇 달 간 식습관을 조절하며 살빼기 중 하나를 선택할 때

강한 카리스마로 직원을 사로 잡을 것인가, 직원들에게 존중과 온화한 소통으로 신뢰를 쌓을 것인가의 기로에 서 있을 때


A와 B의 갈림길에서 나한테 빡빡한 것을 고르느냐, 아니면 느슨한 것을 고르느냐의 문제.

어느 세상에 내 입맛에 맞는 선택지가 있겠는가?

최선이 아닌 차선을 선택하고 나를 맞추어 나가는 용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다보면 긴 소매가 찬 바람에 내 손을 막아주듯이 차선이 최선으로 변모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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