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매거진
마음이 답답하면 그림을 그립니다
부모님과 마지막으로 간 목욕탕은 언제였습니까?
by
소정
Jun 17. 2022
아래로
[인천 세계목욕탕]
"당신은 마지막으로 부모님과 함께 간 목욕탕은 언제였나요?"
내가 말하는 목욕탕은 찜질방이나 스파 같은 대형 목욕시설이 아니다.
지금은 점점 사라졌지만 우리 동네에 있는 온탕, 열탕, 냉탕, 사우나 정도로
단출한 작은 목욕탕을 말하는 것이다.
양성평등 지양적 발언은 아니지만
통상 우리 가족을 보면 아내는 지금도 장모님과 목욕탕을 종종 간다.
생각해 보니 내 여동생도 몸이 찌뿌둥하다고 최근에도 어머니와 함께 목욕탕을 갔었다.
그렇다면 나는 아버지와 마지막 목욕탕은 언제였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 신체에 예상치 못한 곳에 털이 생기고
목소리가 굵어지기 시작한 즈음이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아버지는 항상 토요일 아침 5시 즈음 나를 꺠우신다.
겨울에는 이불을 붙잡고 나가기가 정말 싫었다.
간단히 목욕용품을 챙기고 목욕탕에 가면 우리 부자가 첫 번째 손님인 경우가 많았다.
깨끗한 온탕에 아버지는 한 번에 몸을 담그시지만
나는 발, 종아리, 허벅지, 허리, 배 순서로 온도에 적응시킨다.
점점 불어나는 때가 깨끗한 물 위로 둥둥 떠오를 때면
깨끗한 물을 혼자 쓰는 호사를 부리는 듯한 우쭐함이 있었다.
어느 정도 때를 불리면 아버지와 함께 때를 민다.
각자의 때를 밀고 서로의 등을 밀 때는 항상 손해 보는 느낌이었다.
아버지의 등은 내 등의 두 배이니 나만 힘이 더 드니 말이다.
때를 밀고 난 후는 각자의 자유를 즐긴다.
아버지는 사우나 들어가셔서 땀을 빼시는 동안 나는 냉탕에서 수영을 한다.
서로의 자유를 즐긴 후 샤워를 마치고 목욕탕을 나선다.
목욕 후 바나나우유를 마신다고 하지만 우리 부자는 솔의 눈이었다.
아버지가 좋아하셔서 마셨지만 특별히 나는 맛을 잘 모르고 그냥 마셨다.
아버지와 목욕탕을 가면 항상 이런 패턴이었던 것 같다.
이! 집에 가면 어머니의 잔소리도 꼭 빠질 수 없다.
"팔꿈치 뒷부분이랑 무릎 때가 시커멓잖아! 목욕을 한 거야 안 한 거야!"
고등학교 이후는 아버지와 목욕탕을 함께 간 적이 없다.
고등학생 때 바쁘다는 핑계로 아버지와 목욕하는 것을 피했고,
그 이후 결혼하고 분가를 하고 나서는 특별히 아버지와 목욕하러 갈 일이 없었다.
그렇지만 생각해보면 가끔씩 아버지께서는
"아들! 목욕탕 갈까?"라고 물어보셨던 것 같다.
그때마다 내가 거절을 했지만...
나이가 들고 아이가 생기면서 거절했던 내 모습을 생각하면 자식으로서 후회가 된다.
아버지와 목욕탕을 함께 가고 싶은 지긍은
아버지의 작아진 등과 주름살을 보면 울컥할 것 같아 함께 가자고 말을 하지 못한다.
keyword
아버지
목욕
가족
15
댓글
댓글
0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
작가에게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소정
창작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출간작가
우리 가족은 바람길 여행을 떠났다
저자
일상 속 공간과 풍경을 그리고 글을 담습니다. 여행드로잉에세이 <우리가족은 바람길 여행을 떠났다 >를 썼습니다.
팔로워
277
제안하기
팔로우
매거진의 이전글
지금의 여관이란?
색감과 채도의 미묘한 변화가 그림을 빛나게 한다.
매거진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