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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스럽터 Apr 28. 2024

창업 일기(1) - 새로운 시작

2024.1

아주 오랜만에 이곳에 저의 근황을 공유합니다. 그동안 저에게는 정말 많은 변화와 도전들이 있었습니다.


먼저, 카카오스타일을 마지막으로 직장인으로서의 여정을 마무리했습니다. 운 좋게도 회사가 빠르게 성장하는 시점에 조인해서, 브랜드, 뷰티 등 카테고리를 확장하는 다양한 신규 사업에 첫 시작부터 참여할 수 있었고, 덕분에 훌륭한 동료들과 0에서부터 결과를 함께 만들어나가는 재미나고 소중한 경험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정말 많이 배웠고, 무엇보다도 훌륭한 리더 분들로부터 조직을 이끌어 나가는 방법, 일을 대하는 마음가짐과 태도, 일하는 방식, 정말 많은 것들을 배웠습니다. 아마도 이 부분이 이 곳에서의 저의 가장 큰 행운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주 많이 늦었지만, 이 기회를 빌어 저에게 많은 귀감이 되어주신 저의 리더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리고 회사가 100명에서 500명까지 성장하는 과정을 직, 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 조직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는 것 또한 저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오랜 시간 제 마음속에 품어왔던 저의 꿈, 창업을 했습니다. 직장 생활도 즐거웠지만, 제 마음 한구석에 항상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시장이 가진 문제들을 조금 더 주도적으로 해결하고 싶었고, 사람들과 세상에 더 큰 영향력을 끼치고 싶었고, 경제적/시간적 자유도 이루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회사에서 일을 하면 할수록, 연차가 쌓일수록, 더 많은 것을 알아갈수록, 제 부족함을 알아 갈수록 제 마음속 두려움 또한 점점 더 커져갔습니다. 두렵고 답답한 마음에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대표님 몇 분을 찾아가 조언을 구해보기도 했는데요, 다들 너무 고생한 탓인지 창업은 정말 너무 힘든 길이라, 쉽게 추천을 해주지 못하겠다고 솔직하게 말씀 주시더군요. 제가 예전에 초기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에서 일할 당시 대표님의 바로 옆자리에서 일하면서 대표라는 자리가 얼마나 힘든 자리인지, 얼마나 고통을 받는 자리인지 너무 가까이서 본 적이 있어서인지 그분들이 해주신 말씀에 충분히 공감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제 마음을 깊게 들여다보니, 주변 사람들에게 그런 말을 계속해서 들어도, 이 길이 엄청 힘들 거라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음에도, 내가 잃을 것들과 포기해야 하는 것들도 잘 알고 있음에도, 이렇게 계속해서 고민하고 힘들어하는 것은 결국 내가 하고 싶어서라는 생각이 문득 들더라고요. 그리고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구체적으로 그려보니 제가 생각했던 것 대비 그렇게 최악이 아니었습니다. 지레 겁을 먹고 있었던 것이죠. 혹여나 실패하더라도 배우는 게 훨씬 더 많을 것이고, 최악의 상황을 겪게 된다고 해도 저에게는 충분히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아직 제가 책임져야 할 자식이나 부모님이 있는 것도 아니니, 몸과 마음이 조금이라도 더 가볍고 건강할 때 하루빨리 도전해 보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고 후회하는 것보다 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가 항상 더 크니까요. 그래서 스스로를 믿고 용기를 한번 내보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열심히 모은 돈으로 첫 사무실을 구하고, 직원을 채용하고, 장비를 구입했습니다. 첫 사무실을 계약하고 입주했을 때의 설레임, 첫 직원을 채용했을 때 느꼈던 책임감, 계약건을 처음 수주했을 때의 성취감은 시간이 흘러도 아마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행복하고 짜릿했던 순간도 많았지만, 사실 대부분의 시간은 끊임없이 발생하는 문제들을 해결하고, 산더미 같은 서류작업을 하고, 매일 밤늦게까지 일하는 힘든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렇게 벌써 1년 8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네요. 지금도 여전히 냉탕과 온탕을 수시로 오가고 있지만, 조금씩 제 체온을 지키는 방법을 터득해 나가고 있는 중입니다. 아직 부족하고 배워야 할 것들이 많은 리더이지만, 구성원들과 함께 배우고 성장하고 있는 지금이 참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몇 시간 만에 이 글을 적었지만, 이 글을 적기로 마음 먹을 때까지 시간이 꽤나 걸린 것 같습니다. 부족한 저의 글을 누가 읽어줄까 하는 쓸데없는 걱정도 있었고, 또 괜히 쓸데없는 말을 해서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어 글을 쓸 용기가 쉽사리 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글 쓰는 것도 제가 사업을 시작할 때처럼 일단 해보기로 했습니다. 일단 하다 보면 늘겠지요. 제가 꾸준히 글을 써나갈 수 있도록 많은 응원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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