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 다시 돌아왔다

구독자 2천 명 다 삭제한 후 오랜만에 돌아왔다. 나와 대화하려고.

by 이카이카

정확히 얼마 만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오랜만에 브런치로 돌아와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나는 브런치 런칭 초기부터 이곳에서 글을 써왔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그 당시엔 브런치 작가가 된다는 것 자체가 진입장벽이 높았다.


주변에 글 좀 쓴다는 사람들도
작가 신청했다가 많이 탈락하곤 했었다.

브런치에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자부심이던 때였다.


열심히 글을 썼고,
구독자도 꽤 늘었다.

당시 내가 몇 명의 구독자를 보유했는지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도 2천 명 이상이었을 것이다.


그러다 어느 날,
내가 쓴 글들을 들여다보면서
스스로가 너무 혐오스럽게 느껴졌다.

내가 쓰고, 공개했던 글들이
너무 유치하게 느껴졌다.


예전에도 그런 적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글을 삭제하거나
공책을 찢어버리거나 했었다.

그 버릇이 다시 도져서,
결국 브런치 계정 자체를 삭제해버렸다.


그 이후로는
글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

대신 그 시간에
온갖 게임,
자극적인 음식,
술, 담배 같은 것들이
빈자리를 채워갔다.


지하철을 타고 퇴근하다가
그런 내가 비쳤고,
어쩐지 내가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시 브런치로 돌아왔다.
약간 낯설다.

구조도 예전과는 조금 달라진 것 같다.

구독자 1명으로 다시 시작했다.

조급함은 여전하다.

그래도 다시 열심히 쓰고는 있다.
내가 쓴 글 대부분은
지금 봐도 여전히 부끄럽지만,
그냥 내 흔적이라 여기기로 했다.


머리도 감지 않고 출근했던,
그래서 지저분하다고 느꼈던
그런 하루처럼.

그 또한 내 모습이라고 인정하기로 했다.


이번에는 얼마나 갈지 나도 모른다.
다만, 그냥 쓰고 싶은 대로 쓰다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조금씩 인정해보려 한다.


그리고 그 누구보다도,
지금 이 글들은
나 자신에게 건네는 말이라 생각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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