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굴의 실력파 장애인 첼로리스트..라는 표현은 너무 거창하군요.
저는 그저 첼로리스트면 충분합니다.
마석시의 시립 장애인 오케스트라 소속 베테랑 연주자인 L씨는 첼로리스트로서 큰 핸디캡이라 할 수 있는 양팔이 없는 기형의 신체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악착같은 투쟁심과 그에 못지않은 클래식 음악에 대한 사랑이 강해서 만고의 노력끝에 말그대로 자신의 손이 아닌, 두 발을 사용해 첼로를 연주하는 방법을 마스터했으며, 그렇게 단련된 L씨는 여러 무대에서 탁월한 연주 실력을 뽐내며 관중들의 박수와 갈채를 받아왔다.
그러나, 남들이 보지 못하는 그의 마음속 한켠에는 첼로리스트로서의 자신이 그저 "발로 하는 것 치고 잘하는 수준" 으로 타인에게 동정어린 거짓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L씨에겐 늘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L씨는 세간에 장애인과 비장애인, 내국인과 외국인, 소년과 노인 등등... 세상 모든 이의 참가를 받아 오로지 실력만으로 승부를 가리는 클래식 음악 경연대회 "쇼미더 클래식" 의 개최 소식을 듣게 되었고, 그 예선에 지원하여 무난히 통과하고 본선무대에 진출을 하게 된다.
본선 무대를 몇일 앞두고 있는 어느날 밤.
잠을 자고있는 L씨는 이상한 꿈을 꾼다.천사의 모습을 한 사람이 찾아와 자신을 악마라고 소개하며 지금 이 상황은 꿈이 아니라는 말과 함께 하나의 거래를 제안한다. 그것은 바로 L씨에게 그가 살면서 한번도 갖지 못했던 멀쩡한 두 팔과 L씨가 지금까지 쌓아온 첼로리스트로서의 그의 "발연주" 실력을 바꾸자는 거래였다.
너무 판타지 같은 이야기였지만 L씨는 주저않고 악마에게 자신의 대답을 들려준다. 그리고 미소짓는 악마. 눈을 뜬 순간, L씨는 그의 인생에서 평생 없을 줄 알았던 양팔이 태연스럽게 생겨나있는걸 발견한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익숙하고 능숙했던 발이 아닌 진짜 손으로 연주해도
L씨는 여전히 특별하고 우수한 첼로리스트로 남아있을 수 있을까?
그리고 그로 인한 "쇼미더 클래식"의 행방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