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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냥이 Jan 30. 2022

수동적 효도

설날도 가까이 다가왔고, 니 월급 들어온것도 알고있으니까

장보는데 보탬이 되게, 용돈을 내놓아서 자식된 도리를 행하라는

당당한 부모가 우리 엄마라서 나는 너무 좋다.

엄마는 내게 효를 요구할 충분한 자격이 있는 분이다.


그런 엄마에게 드리는 돈의 "액수" 만큼은 

자율로 정해서 드리겠다며 흔쾌히 + 못이기는척 돈을 입금하는 나...

그리고 내가 드린 돈을 현금으로 바꾸고 적당히 쪼개서 

아버지에게도 직접 드리라며 나에게 쥐어주는 센스까지...

엄마는 정말 모자람이 없는 분이다. 

그런 분에게서 나 같은 인간이 태어난건 미스터리지만. 


어쨋거나 생각해보면 이렇게 엄마가 직접 달라고 말씀 안하셨으면 

내가 알아서 입금하는 일은 거의 없었을거 같다. 

나는 기본적으로 지밖에 모르는 놈이란걸 엄마도 이젠 아시는 거다.


만일 우리 엄마가 성인군자 처럼 자식에게 아무것도 안바라고

무조건 괜찮다며 희생하고 인내하는 엄마였다면 

나는 나중에 얼마나 후회스러워하고, 미안하게 되었을까?

그러니 이 얼마나 다행인가?


알아서 입금을 해주는 능동적인 효자가 되지 못한 나를 

자신이 잘못키웠다고 인정하며 담백하고, 솔직하고, 당당한 태도로 

수동적으로나마 나란 인간이 효도를 강제로 행하게 만드는 엄마는 최고다. 


효도라는건 기본적으로 부모님이 살아계실 떄하는게 원칙이다.

나는 부디 엄마가 이 세상에 살아계실 동안 

내게서 충분히 자신이 받아내야할 효도를 가져갈 수있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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