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가까이 근무했던 전직장은 수원에 위치해있었다.
수원. 내가 사는 곳과 멀리 떨어진 그 곳.
그 직장에서 내 역할은 공사관리자였고
나는 그 일에 꽤나 안어울리는 사람이었고 그렇기에 그 일을 꽤나 못했고
그렇게 잘못된 장소에서 잘못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일을 끝내고 퇴근을 하고나면 나를 반겨준 가족들이 있는 집 대신
나를 헐뜯고 비난했던 상사가 옆방에 태연하게 있는 숙소에서 생활을 했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공기를 맡고 있는 것 만으로도 싫었던 그 상사.
공개적인 장소에서 목소리 높여 성을내며 나를 갈구고 모욕했던 그 상사
그에 대한 증오를 쌓아둘 마음의 드라이브 공간이 꽉 차서
어떤 식으로든 그 증오를 비워내야겠다고 느꼈던 그 때.
뭔가에 홀린듯이 지금쓰는 노트북을 일시불로 구매했다.
뭔가에 홀린듯이 인터넷으로 알아본 랩메이킹 레슨을 수강신청했고
뭔가에 홀린듯이 노트북을 사용해 그 상사를 디스하는 랩메이킹 작사를 하고 있었다.
블로그를 다시 시작한 것도 그 때쯤이었고
글쓰기에 다시 재미를 붙인것도 그 때쯤이었다.
풀어낼 길 없는 증오와 참을 수 없는 현재.
노트북과 힙합은 그것들을 분출하는 방아쇠였다.
한 때의 증오가 더 나은 내가 되는 취미의 계기가 되었다는건 아이러니였지만
어쨌든 그 직장을 때려치고 수 년이 흐른 지금도
노트북으로 쓰는 글쓰기는 여전히 재미있다.
그래서 그 때 내가 노트북을 사게 만든 그 상사에게 지금은 고맙냐고?
아니, 전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