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팀에 있는 동료 A씨가 최근 스트레스로 많이 고통받고 있나보다.
농담이 아니라, 진지하게 정신과상담을 알아보고있다며
몇일전 유경험자인 내게 몇일전 정신과에 가보면 나아질 수 있냐는 질문을 했다.
A씨는 그런 사람이었다.
작년가을쯤에 나와 같이 정규직이 확정되고
함께했던 술자리에서 워라밸과 칼퇴를 무엇보다 중요시하는 나에게
개인 커리어상의 진보, 발전과 그를 위한 희생의 필요성에 대해서
팀장님이 그의 소프트에 빙의한것처럼 아주 일장연설을 하던...
그런 사람.
한마디로 안주보다 성장을 지향하는 진취적인 스타일의 사람이었다는거다.
내가 피곤해하는 스타일의 인간이란거지.
그런데 그랬던 그가 몇달 사이에 자신의 신념에 회의를 느끼고
이렇게 힘들어하는걸 보니 CS팀에서 하는 업무가
확실히 XX같긴 XX같은가보다. (그러니까 난 앞으로 거기 안가야겠다. ㅋ)
아무튼, A씨가 내게 했던 정신적으로 아픈 사람에게
정신과 치료가 도움이 되고 나아질 수 있냐는
묘한 질문에 대답하자면 YES.
내 경우에는 효과가 있었던거 같다.
병원이란 곳이 그러라고 있는거 아니겠나?
정신과든 정형외과든 똑같다.
사람이 아프니까 나아지기 위해, 다시 건강해지려고 가는 곳이다.
딱,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공간이라고 심플하게 생각하는게 좋다.
20대초반에 처음 정신과에 입원했을 당시와 지금을 비교하면
나의 치료는 굉장히 성공적이었다고 하겠다.
아, 그... 오해는 하지 않았음한다.
지금 난 같잖은 자랑글같은걸 쓰려는게 아니다.
그냥 이번에 A씨를 포함해 정신과에 대해 잘 모르는 정신과 입문자들이나
자신의 치료가 순탄하게 잘 진행 되었으면 하는 환자들 모두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그냥 내가 아는 팁을 공유하려는것 뿐이니까.
나는 내 치료가 지금에 오기까지 꽤나 큰 시행착오가 있었고
그로부터 분명한 효과를 보려면 주의해야할
특이사항이 있다는걸 알게되었다.
그것은 바로 내 의사의 처방을 신뢰하는 것이다.
치료에 관해서는 의사의 판단이 가장 우선되어야한다.
사람마다 처한 상황의 심각성, 아픔의 종류와 그 정도에 따라서
의사는 환자의 치료에 필요한 약을 처방하기도 하는데
어떤 이유가 되었든 그런 약 대한 불신과 거부감에 흔들리지 말고
전적으로 내가 찾아간 그 의사의 처방을 신뢰하고 따르며 그냥 약을 먹는 것이다.
이게 언뜻보기에는
그냥 감기약이나 치질 진통제 챙기는 것처럼
단순하고 쉬운 일처럼 보일 수 있지만
막상 환자 본인 일이 되면 의외로 지키기 어려운 일이다.
약의 부작용이라는 변수가 강력하고
내 몸과 감정에 변화가 생기는 것이니
이를 직접겪게 되는 환자들은 상황을 복잡한 시각으로
바라보기 쉽기 때문이다.
많은 정신과 환자들이 그 부작용 때문에
처방된 약이 자신에게 안맞는다거나
자신에게 더는 필요없다는 생각.
또는, 그 약이 갖고있는 단편적인 부작용을 감수하기 싫다는 이유로
자신에게 처방된 약을 일부만 골라서 복용하거나, 아예 끊거나
환자 개인의 독단적인 민간요법을 시도한다거나
약이든 진료상담이든 독단으로 치료자체를 중단하거나 한다.
하지만 치료라는 목적을 달성하는데 있어서
그것은 큰 방해가되는 최악의 행동이다.
나는 나의 치료중에 6개월 정도되는 시간 멋대로 약을 끊은적이 있다.
그 때는 약에 대한 불신과 부작용에 대한 거부감이 극에 달해있었다.
외래진료에 가서는 처방해준대로 잘 따르고있다고 거짓말을 했고
같이 사는 가족들에게는 매일 약을 화장실에가서 버려놓고 먹었다고 속였다.
처방된 약을 안먹는것도 치료에 치명적인 부분인데다가
6개월이나 내가 신경쓰는 사람들, 날 믿는 사람들 속여가며 통수를 치는 것도
내 정신건강에 그리 좋은 일은 아니었다는걸 감안하면 잘못이 꽤 크다고 할 수있다.
병원 밖에서의 치료는 모든걸 스스로의 의지로 통제해야되는데
나는 그걸 실패한것이다.
결국 그런 행동으로 인해 치료에 문제가 생겼고
나는 나를 방치한 대가로 두번째 입원을 했었다.
첫 입원은 내 병이 쳐음으로 터졌을 때였지만
두번째는 온전히 내 잘못이다.
처방된 약을 바꾸거나 약을 중단하거나 약을 양을 조절하는 행동들.
그 모든것에 의사의 허가 없이 환자 독단, 비공식적으로 하는건 없어야한다.
두번째 입원을 하고 퇴원하던 그 때.
나는 내 병을 내가 관리 못해서 입원하는 일은 없어야한다.
아무튼, 나 때문에 내가 입원하는 일은 무조건 안 만든다,
라고 다짐을 했고 그로부터 7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다짐을 지켜오고있다.
환자는 본인이 의사가 될게 아닌 이상
병의 치료 방법에 대해 복잡하게 고뇌하고, 생각하지 않아야한다.
그건 의사가 신경써야 할 일이고 환자는 그러기 위해 그에게 돈을 지불한거다.
수지타산 안맞는 비효율적인 노동을 할 필요없다.
내 마음 같지 않은 부작용에 대해서도
의사 처방을 잘 지켜서 나의 상태가 호전된다면
의사도 약의 내용물이나, 양도 내 상태에 맞춰서 처방을 바꾸게 되어있다.
내가 싫다고 느끼는 모든 것은 치료를 위한 일시적인 과정이다.
영구적으로 싫어하는 약을 복용하며 부작용의 리스크를
감수하며 살아가는 삶이란 개인의 착각이고 거짓된 환상이다.
사람, 상황은 변하고 처방도 변한다.
끝으로 말하고 싶은건
가능한 정신과에 가는 상황을 심플한 관점으로 받아들일수록 도움이 된다는 것.
재차 말하지만 정신과도 정형외과와 같은거다.
아프니까 안아프기 위해 가는 곳이고
의사가 필요하다 판단해 처방한 치료방법을 잘 따른다.
개인부여하는 의미나 이유, 변명은 필요없다.
오로지 목적은 치료.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거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것은 치료에 한정된 이야기다.
세상의 어떤 병원도, 정신과도, 의사도
내가 힘들어했던, 내 마음을 아프고 힘들게 하는
그 모든것들을 해결해주지 않는다. 절대로 해결해주지 않는다.
그러니 나를 괴롭게 하는 환경이나 현실, 사람들은 그대로일지라도
나는 최소한 내가 나아지게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는
컨트롤을 잃지 않으며 내 삶을 버텨야한다.
이것은 관리 보호가 필요한 환자로서가 아닌
온전한 개인인 "나"로서의 책임이고
그걸 해낸다면 그 모든 것들은 온전히 "나"의 트로피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