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꽤나 심각하고 심난한 사건이 있었다.
이에 대해 나름의 대처를 생각하고자
오늘 파트장님과 주고받은 대화에서
파트장님은 내게 이런 말을 해주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라고...
그래, 즐겨주지.
다소 객관적이면서, 주관적인 팩트체크를 해보기로 한다.
이게 내가 이 사건을 즐기는 방식이다.
- 직장내 다른 부서로 부서이동을 "또" 하라는 오더가 내려왔다.
- 현재 소속된 부서로 넘어와 일한지 3개월만의 일이다.
- 윗선의 윗선의 윗선급에서 내려온 오더다.
- 나말고 다른 적절한 대안이 없기에 사실상 내가 거부권을 행사할 수없는 오더다.
- 특별히 우수해서 발탁된 스카웃도 아니고, 특별히 민폐라서 당하는 좌천도 아니다.
- 가야할 곳은 사실상 직장내 누구도 제 정신이나, 제 발로 가고 싶어하지 않는 부서다.
- 4명 정도의 인원으로 운영, 유지되는 소수정예 성격의 부서다.
- 하는 업무는 정신력과 체력 모두를 요구하는 업무다.
- 최근 베테랑들의 줄퇴사가 있었고, 그나마 남은 베테랑도 곧 퇴사할 예정이다.
- 퇴사예정인 마지막 베테랑은 현재 자신에게 가중된 책임과 업무부담으로 한-껏 까칠해져있다.
- 상황이 상황이니 뭐.... 라고 불구경할 처지가 못된다.
- 내가 체계적인 페이스로 일을 배우고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모자라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테랑이 있는동안 최선으로, 최대의 업무지식을 얻어내야하는 상황이다.
- 나는 지독한 슬로우스타터다.
- 하아.....
- 지난 1월, 코로나 이슈가 터졌던 그 부서에 급하게 백업으로 투입되어 해당 업무를 7일간 겪은 업무경험이 "그나마" 존재한다.
- 내가 직장생활을 지속하는 이유는 일상유지의 주 동력원인 "돈" 때문이며 절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 직장에서 하는 일은 "내가 좋아하는 일", "내가 관심있는 일" 은 아닐지언정 최소한 "내가 할 수 있는 일" 이어야한다.
- 나는 현재 이 직장 외의 "플랜B"가 딱히 없는 입장이라 이 일을 어찌저찌 "할 수는 있도록" 버텨볼 생각이다.
- 회사 내 연봉(=돈)에 영향을 주는 사원 평가방식이 수정되어 파트장 개인의 영향력이 평가에 이전보다 더 확대될 예정이다.
- 결국에는 금융적인 힐링을 받아야한다. 누구도 원치않는 환경으로 가는거고, 타의에 의해서 나의 희생이 강요된 오더다. 그러니까 평가면에서 그에 어느정도 상응하는 실질적 어드밴티지가 존재해야한다는 어필을 했다.
- 파트장님에게 약속이나 문서상 계약까지는 아니지만 이에 수긍한다는 반응은 얻어냈다.
- 이에 대해 큰 기대를 하지않고있는 단단한 마인드를 보유하고 있다.
- 꼭 돈이 안되더라도, 다양한 부서에서 다방면의 업무경험과 숙련도를 쌓는것은 초-거시적이고 초- 장기적인 관점에서 일종의 이득이 될 수 있다.
- 초-거시적이고, 초- 장기적인 관점이긴 하지만 말이다.
- 어찌보면 직장생활의 지속..이란, "일"을 견디는것보다 "인간"을 견디는게 더욱 관건이다.
- 남아있는 베테랑은 부서에서 일이 굴러가게 하는데 필수적인 기능을 하는 존재지만, 자신의 동료들에게는 "견딤의 대상"으로 존재한다.
- 남아있는 베테랑이 퇴사를 하면 멤버간의 경험, 경력등에 큰 갭이 없는 스타트업 부서가 된다.
- 분위기 메이킹에 따라서 소프트하면서 배려와 상호존중이 있는 멤버쉽을 구축할 수있는 판이 마련된다.
- 나는 나와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견딤의 대상"과는 다른 무언가가 되어야겠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