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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냥이 Apr 05. 2022

직장에 관한 단상 3연작

1. 왕관의 무게


요즘 파트장님도 이래저래 고생이 많은 모양이다.

딱히 찾지도, 안부를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내게 찾아와서

오늘 자신이 사업부장님에게 장장 1시간 동안 

통화로 랜선갈굼을 당했다는 얘기를 굳이 하시는걸보니 말이다.


그러고보면 파트장님도 꽤나 유능한 사람인데 

저런 사람도 사업부장님 눈에는 까일게 그렇게나 많은건가? 

일에 대한 윗선의 기대치와 기준은 알다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자고로 연예인 걱정이랑 상사 걱정은 하는게 아니랬다.

당장 나도 죽겠는 판국에 누가 누굴 걱정하겠나? 

누구나 그 나름의 왕관의 무게를 견디고 살아가는법이다.


뭐... 그럼에도 언제나 내 왕관은 많이 가벼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왔었다.

로우리스크 / 하이리턴의 안정적인 직장생활, 옳게된 직장생활....

그런걸 꿈꿨었다.


하지만 세상 일이란게 그렇게 항상 내뜻대로 안되는거 같다.

왕관이고 뭐고 ... 애초에 내게 그런게 존재하긴 했었나 싶기도 하고.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은 극단적인 하이리스크 / 로우리턴이다.

자세한 설명은 더 해봐야 성격만 버릴테니 이만 생략하겠다.


거두절미하고, 이것은 옳게된 직장생활이 아니야!! 라고 외치고 싶은 요즘이다. 



2. 궤도 안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내가 직장에서 버텨야되는 이유같은건 차고 넘친다.


많아진 나이, 적어진 기회, 굳어진 커리어, 희미한 미래. 

그리고 돈, 그놈의 돈으로 유지되는 나의 여유와, 존엄과, 생존까지.


내가 직장이라는 궤도안에 머물러야 할 이유같은건 말그대로 차고 넘친다.

뭐가됬든 이 궤도를 벗어나면 그 순간 나는 그냥 낭인이 될 거 같다. 


조금 시네마틱하게 표현하자면 

영화 [그래비티]에서 지구의 중력과 우주선의 안전끈을 잃어버린 채 

우주를 부유하는 우주미아 역활의 산드라블록 같은 신세가 되겠지. 


아마도 그때의 나에겐 길잡이나 용기를 충전해줄 

동료 조지클루니의 환상이나 영혼같은것도 없을 거 같다. 


상황이 그렇게되면 나는 과연 언제, 어디서, 어떻게

다시 무엇이되어 지구로 돌아와 대지에 설 수 있을까? 

하는 걱정들이 일상의 여기저기 언제나 산재하고 있고 

그게 나를 누군가에겐 절실한 목표이자 축복, 안정이 될 수도 있는

이 궤도안에 기어코 붙잡아두고 있다.



3. JUST SAYING  


하지만 이렇게 스스로 현실인지를 잘 하고있는것과 

그 현실에 대해 징징대는건 전혀 별개의 문제이거늘...


퇴근하고 집에와서 좀 징징대볼까하면

아버지는 또 신물나게 옳은 소리로 내 입을 틀어막으신다.


남에 돈 받아먹기가 원래 그렇게 힘든 일이다...라며 

어쨋든 그러니까 허튼 생각이랑 말고~ 버티라는 얘기로 귀결되는 결론. 


아, 그... 뭔가 커뮤니케이션에 큰 착오가 있었던거 같은데.

나는 직장을 관둬야겠다고 얘기한게 아니다.

그냥 X같다고 얘기한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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