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디는 것에 관하여

by 냥이

"노인네 일은 드럽게 못해."

농담과 진담이 섞여나온 말이고

현실에서, 매일 얼굴보는 친숙하고 해맑은 동료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그 대상이 내가 아니라서 정말 다행인 말이기도 하고 말이다.

오늘은 이 말이 암시하는 주인공, Y형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직장 동료인 Y형은 항상 일이 느리며, 항상 실수도 잦다.

한마디로 말해 일을 드~럽게 못한다고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근데 나이로보면 사람들에겐 또 한참 연장자라

모두에게 어딘가 불편하고 껄끄러운 존재다.

직장, 어딜가나 변치않는 속성이 있다.

일하려고 모인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해야하는 곳에서

개인이 자기 몫을 못할 때 받게되는 취급은 꽤 잔혹하다는 것.

Y형이란 개인이 직장이란 테두리 밖에서는 누군가에게 하나 뿐인 가족이고,

둘도 없는 친구이고, 특별한 존재이고, 그럴 수 있겠지만

직장에서 일하고 있는 근무시간 만큼은.. 그런것이 진짜 다 필요없고, 다 소용없게 된다.

다시 한번 팩트체크, Y형은 일을 못한다. 드럽게.

언제부턴가 일을 못하는 Y형에게 사람들이 기대하는 기대치는 누구보다 낮아졌지만

정작 Y형 본인은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그 낮은 기대치조차 채워내기가 버겁다.

그래서 때때로 Y형은 자신이 교복이란걸 입고 교실복도를 뛰어다닐 때쯤

공기도 안 통하는 아버지의 음낭안에 들어있었을 사람들한테까지

무시받고, 조롱의 대상이되고, 욕을 먹기도 한다.

사람들은 Y형을 대할 때, 개인의 성격과 취향과 기호에 따라서

그의 면전 앞에서 그를 훈계하기도 하고, 뒤에서 그를 욕을 하기도, 옆에서 놀리기도 한다.

당사자인 Y형 스스로가 가장 잘 느끼고 있을 것이다.

물론 은근히 "꼰-"끼가 있는 Y형 본인이 알게 모르게 타인들을 그렇게 만드는 면도 있어서

무작정 Y형이 불쌍하고 억울하다고 억지로 변호할 수도 없는 노릇이지만...

그래도 왠만하면 이런 상황 자체가 없었으면 하는 씁쓸한 풍경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Y형이 사회에서 밥벌이를 하고 있는 이상

자기 몫을 못하면 따라오는 리스크가 있음에 대해 이해하고, 감수해야한다고

남몰래 마음을 다잡으며 매일을 견뎌내고 있을거라 믿는다.

뭐? 내가 그걸 어떻게 확신하냐고?

아무리 힘들어도, 매일매일 체력적으로, 심리적으로 자신을 몰아부치는

Y형 입장에서 생각하면 거지발싸개같은 직장에 Y형은 스스로 약속이라도 한 듯이

하루도 빠짐없이 초췌한 생얼로 출근 카드를 찍고나오니까...

그렇게 출근해서"X발,X발"을 무슨 격투게임 평타 캔슬기 넣듯이

연신 혼잣말로 뱉어내며 자기 할 일을 하니까...

터무니 없게 단순하지만 그게 이유다.

사람이라면 누구든 잘못된 시기, 잘못된 장소에 놓여지게 될 때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무언가를 위해 자신과 안맞는 일을 해나가야 한다면

언제고 Y형과 같은 취급을 받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자신이 그렇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사람을 가혹하게 대해도 되는걸까?

나도 버티고 버티다 때려친 전 직장에서 그런 존중이 결여된 취급을 겪은 적이 숱하게 있었다.

결국 스스로 다른 일을 찾아 지금의 직장, 지금의 일에서 남한테 욕은 들어먹지 않게

어떻게 하루하루 해내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지금이 그렇다는거지.

이건 결코 영구적인 평화가 아니다.

지금이 그렇다고 앞으로도 내 인생에서 거쳐가게 될 직업, 직장, 업무에서

내 몫을 못해낸다는 이유로 또 다시 그런 취급을 겪게 되지 않을거라 장담할 수 없다.

그래서일까?

난 개인적으로 Y형에게 왠만하면 태도나 언행에서 모질게 안 하려고 한다.

어찌보면 나의 이런 무른 면이

장차 내게 사람을 리드할 수 있는 소질이 없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나까지 그를 가혹하게 대하면 Y형은 이 직장 누구와도 마음놓을 사람이.

아니, 마음 편한 순간이란게 없어질테니까.

누군가에겐 그런 작은 것들이 가혹한 하루를 견뎌내는데

얼마나 절실한지 알고 있으니까... 그렇게 둘 수가 없는 것이다.

나도 동료로서는 Y형에게 아쉬운거, 지적할거 투성이고 필요하다면 말을 해야겠지.

하지만 같이 사회라는 공간을, 자신의 삶의 무게를 견뎌내는 또 한 명의 인간으로서는

우리의 무기력한 꼰- ,Y형을 조용히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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